[흥미돋]아빠! 어디가? 제작진의 집요한 민국이 괴롭히기 김진표보다 위험한 나쁜 어른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닥터콜님 리뷰)
작성자여수여인작성시간14.01.15조회수10,034 목록 댓글 84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http://doctorcall.tistory.com/1734
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아빠! 어디가? 제작진의 집요한 민국이 괴롭히기 김진표보다 위험한 나쁜 어른들
우는 아이를 좋아하는 어른은 없다. 시끄럽고 성가시니까. 오죽하면 캐럴에서조차 울면 안 된다고 윽박질렀을까.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산타의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쁜 아이. 그 기준이 바로 눈물이라니. 새삼 섬뜩한 노래 가사다.
이 노래를 역설적으로 풀어보자면 결국 그만큼 우는 아이가 많다는 거다. 그래서 부모는 산타의 선물을 볼모로 잡아놓고 12월 25일이 되기 전까지 협박한다. “자꾸 울면 선물 안 줄 거야!”
아빠! 어디가? 이 동화 같은 세계에서 민국이의 포지션은 산타의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쁜 아이였다. 첫 회. 뽑기 운이 지독하게 따라주지 않는 민국이가 폐가 수준의 허름한 숙소를 낙찰받았을 때 충격을 받은 민국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눈물을 닦아준 사람은 어른이 아니었다. 시무룩한 형의 태도를 염려한 후가 우리 집과 형아네 집을 바꿔주고 싶다고 속삭였을 때 제작진은 아마도 쾌재를 내질렀을 것이다. 이거 그림 좀 나오겠다고. 칭얼대는 형과 형보다 나은 천사 같은 동생. 제작진은 그렇게 산타의나쁜 아이와 착한 아이를 만들었다. 나쁜 어른은 아이의 눈물에 신이 났고 착한 아이는 아이의 눈물에 같이 울었다.
그렇게 첫 회. 민국이의 눈물은 시청자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얄궂게도 불운은 지독하게 민국이를 쫓아다녔고 아이는 늘 안 좋은 것, 안 좋은 곳을 가져야 하는 부자의 처지가 서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민국이를 이해해주는 어른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그리고 밖에서도 존재하지않았다. 시청자는 배려와 희생으로 서로를 대하고 내 것을 양보하며 더 가지려 하지 않는 이 천사 같은 아이들의 동화 세계에 민국이의 행동은 부적절한 것이라며 힐난했다.
물론 아빠! 어디가?는 리얼 버라이어티고 아이들의 해프닝으로 에피소드를 꾸려가는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본 것은 결국 아이들의 행동 그대로였을 것이다. 그러니 민국이의 눈물도 천사 같은 후의 달램도 모두 그날 그대로의 기록이겠지만.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연출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시청자에게 주입하고 싶은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것이 방송의 무서운 점이다.
제작진은 아예 복불복을 활성화했다. 잠을 자건 차를 가지건 넷은 좋은 것. 나머지 하나는 안 좋은 것을 선택하게끔. 그것은 마치 민국이 울리기 미션과도 같아 보였다. 안 좋은 것을 선택하는 건 늘 민국이네 부자였으니까. 반복된 스트레스에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민국이가 무의식중에 드러낸 진심은 나를 심란하게 했다.
아빠와 캠핑카에서 잠잘 수 있는 기회. 민국이는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서둘러 캠핑카가 몇 대인가부터 세어본다. 다섯 대. 다섯 대다.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아마 민국이는 이런 생각에 들떴을 것이다. "복불복 게임을 안 해도 될지 몰라. 나도 저 차에 탈 수 있을지 몰라." 이 천진하고 착한 아이는 제작진이 미운 생각도 안 드는지. 그저 내기하지 않아도 되는 다섯 대의 차가 고마워 제작진 아저씨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그들은 잔인하게도 이 차를 탈 수 있는 아이는 네 명뿐이라고 외친다. 아아.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시무룩한 민국이의 얼굴이라니.
벌써 일 년. 민국이가 이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날. 캠프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있는 하루를 어른들은 결국 아이를 울려 보낸다. 시장 보기라는 제작진의 미션이 동생들에겐 놀이였지만 민국이에게만큼은 시험이자 숙제였다. 다른 아이들은 끼리끼리 짝을 맺어 시장 놀이를 하는데 민국이는 무서운 어른인 성동일 아저씨와 짝이 되어야만 했다. 엄밀히 말하면 차별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에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는데도 어른들은 아이의 스트레스를 예능감이라고 칭하며 깔깔대고 웃는다.
제작진들은 또다시 벌칙이랍시고 아이를 따돌렸다. 이젠 민국이에게 정말 트라우마로 박혔을 그 끔찍한 숫자들. 네 개의 근사한 팬션과 한 개의 초라한 텐트. 산타의 선물이 네 개.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쁜 아이가 한 명. 결국 민국이는 이날도 선물을 받지 못했다. 이 혹한에 벌칙이니 게임이니 하며 아이를 야외에서 재우려 하는 발상부터가 황당했지만 민국이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나쁜 아이 캐릭터를 만드는 제작진의 집요함엔 분노마저 치밀었다.
어렴풋이 이 아이는 짐작하지 않았을까. 우는 아이를 좋아하는 어른은 없다는 걸. 아빠가 내어준 반쪽짜리 품에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민국이를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자 홀로 자리를 빠져나와 다른 길을 향했다. 제작진은 집요하게 아이를 쫓아간다. 이런 민국이의 족적을 설명하는 자막의 수준이 너무 비열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각본 없는 1년짜리 드라마!" "또 결국 먼 길 떠나는 민국이..." "그런데 왠지... 낯설지 않은 이 모습...!" 1년 내내 패배감, 소외감에 시달리며 이제 숫자 4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아이의 상처를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
민국이는 분명 배려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참아내서 홀로 남겨진 순간에 후두둑 떨어지는 천사의 눈물을 제작진은 욕심꾸러기 울보로 묘사한다. "아직 슬픔에 젖어있는 어린 영혼...” “1년 내내~ 으흐흐흑~” 마지막 회까지 아이의 이미지를 망쳐놓으려는 제작진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오를 지경이었다.
내겐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있다. 돌봐줄 어른이 없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인터뷰하던 피디가 차마 질문을 잇지 못하고 "이리 와."하며 품에 안아주던 모습을. 그것은 분명 대본에 지시되어있지 않은 방송사고였지만 내겐 지금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방송인의 모습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시청률에 탐닉한 방송인이 아니라 우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른을 선택한 그 사람의 모습이.
아빠! 어디가?의 아이러니는 아이에게 어른의 미덕을 강요하고는 그것을 동심이라 명명한다는 점이다. 그저 타인의 희열 때문에 원치 않는 게임을 하고 벌칙을 받아야 하는 부당함을 그 누가 희생이라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희생과 배려. 내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울지 않는 것. 그건 어른도 지켜내기 어려운 것들이다. 고작 열한 살짜리 아이의 눈물도 참아내지 못하는 어른들이 평가하는 아이의 배려라니.
아이는 아이니까 운다.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건강한 아이라서 운다. 아빠 어디가에 나쁜 아이는 없다. 마지막까지 아이를 울리는 나쁜 어른이 존재할 뿐. 그리고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아이에게 기대하는 우리들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른이 되지도 못했으면서.
-----------------
읽으면서 공감하고 반성하게되더라..ㅠㅠ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소원성취팔찌 작성시간 14.01.15 진짜ㅋㅋㄲ 민국이 연관검색어 다 안좋고...제작진들 왜이러는지 쯧; 순수한 애 이용해서 시청률 올릴 생각이나 하고..
-
작성자도원 작성시간 14.01.15 민국이 ㅠㅠㅠ 민국이 진짜 ㅠㅠㅠ 아이 정말
-
작성자쪼미야언니야 작성시간 14.01.27 난 아어가 안보는데 애들 종종 쩌리 올라오는거때문에 몇명 이름 안다.
그중 민국이란 애가 유난히 욕 많이 먹었다는 것도 아는데
어쩌다 이 아이 플짤을 봤어 민국이 초점 아닌 민율이 초점의 플짤
근데 거기서 민국이라는 애가 정말 어른스럽고 의젓하더라.
그래서 의아했어. 왜 민국이라는 이 아이가 욕먹는지.
지금 이 글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
나 어릴때 모습 보는거 같아서.
맏이라고 맏이의 책임감 다 도맡아야하는 역할.
다른아이보다 이른나이에 의젓하고 책임감 있는데
그런데도 제 나이값 못한다고 욕만 먹는거
갑자기 너무 울컥하네.
-
작성자쉬이이이 작성시간 14.01.27 참 많은 걸 다시 섕각하게 한다ㅠㅠ
-
작성자냐냐니뇬ㅇ 작성시간 14.02.14 맞아맞아 ㅠㅠㅠ공감가 어아가 너무미워 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