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s://www.fmkorea.com/10138742078
한국에서 엘리트라는 말은 묘함. 서구식으로는 지배층에 가까운데, 한국에서는 보통 공부 잘하는 우수 인재 느낌으로 많이 쓰이고, 이건 단순 오역이 아니라 역사 차이에서 비롯됨.
사실 엘리트 어원은 프랑스어의 élite와 고프랑스어의 eslite, 가장 근본 뿌리는 라틴어 eligere, 즉 "선택하다" 로 서구에서 엘리트란 보통 부,권력, 상징자본을 가진 왕, 귀족, 대주교등의 소수 지배층.
그러면 왜 하필 프랑스어였냐? 프랑스가 유럽 최다 인구국이자 핵심 강대국으로 서구 상류층 표준이었기 때문. 그래서 영국, 독일, 북유럽까지 모두 프랑스에서 쓰이던 "엘리트" 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
그 이후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서구의 세계 패권을 완성하면서 이 엘리트란 단어가 비서구에도 퍼지게 된건데 각 지역의 역사적 맥락에 따라 엘리트란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게 됨.
한국의 경우 서구 엘리트들이 가지는 인식인 "우리가 위대한 지배층이다" 식 과시는 약함. 애초에 한국 상류층들은 역사가 그리 깊지 않거든.
그도 그럴게 한국은 지배층을 정당한 "자연 질서" 로 인정하는 전통이 약해졌음. 가장 큰 요인은 엘리트라 자칭할만한 "역사적 지배 정당성" 의 상실.
한국도 분명 수백년된 왕조와 양반 지배층이 존재했으나, 현대 한국인에게 서구와 같이 " 고귀한 통치자 " 로 받아들여지지 않음. 이유는 일단 일제에게 나라가 망한게 큼.
그뿐만 아니라 6.25 전쟁과 토지 개혁으로 남아있던 생산 기반과 공동체 단위 영향력도 갈아엎어진데다 산업화와 민주화등으로 연속성이 끊겼기 때문.
즉, 한국의 상류층은 "마땅히 한국을 통치해야할 지배층"보다는 실력 뛰어난 전문직이나 학벌 좋고 돈많은 계층 전반. 그렇기에 한국에서 엘리트는 지배층이라기보다 "고스펙 인재" 내지 "에이스 실무자" 란 뉘앙스로 더 많이 쓰임.
예컨대 "엘리트 사원", "엘리트 교육", "엘리트 체육" 이런건 훈련 및 성과의 의미지, 국가의 방향을 이끄는 지배 계급을 의미하진 않음.
왜냐하면 현대 한국인들의 이익과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근현대사 체감에서 그 소수 지배층이 대체로 " 한국을 위대하게 지도한 나랏님"이 아니라 " 학벌, 승진, 정권 통해 성장한 기득권"으로 보였기 때문.
그 결과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는 "다 같이 가난해도 공부와 노력으로 사다리를 올라간다" 가 되버렸음. 그래서 누가 " 혈통을 근거로 한국을 지배할 자격이 있다" 라고 하면, "너 뭐 되냐?"란 응답이 돌아옴.
[ 영국이 한 때 지배했던 지역들 ]
그만큼 한국은 역설적으로 " 노블레스 오블리주 " 도 약할수 밖에 없음. 애초에 "상류층이 책임도 져야 한다"는 명분 자체가 귀족적 권리에 따른 책임과 공적 봉사니까.
다시 말해 한국의 상류층은 서구와 같이 수백년간 대를 이어 나라를 통치하는 명문가가 아니라, 자기 대에 시험을 잘 봐서 성공하거나, 재테크를 잘해서 올라간 집단 정도로 비춰짐.
사실 서구의 엘리트도 욕먹지만, 영국의 이튼 칼리지나 웨스트민스터 스쿨등 퍼블릭 스쿨을 나오고 옥스브리지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영국을 대영제국이란 역사상 최대 제국으로 이끌었음.
[ 네덜란드 레겐텐 ]
프랑스의 경우 그랑제꼴(grandes écoles) 을 졸업해 국가이성을 따르던 엘리트들이 대영제국 전성기때조차 프랑스를 강대국과 서구 문화 중심으로 유지되게끔 노력했고.
여기에 오라녜 가문과 이외 네덜란드를 지배한 상류 명가인 레겐텐 소속 가문들은 네덜란드를 유럽 최고 해양국가로 발돋움 시켰으며, 스웨덴 엘리트 또한 스웨덴을 북방의 사자로서 강자의 시대 (Stormaktstiden)를 열음.
덴마크의 경우 과거 칼마르 동맹기 북유럽의 강국. 게다가 덴마크가 강대국 탈락한 이후에도 영프독등 서구 강대국 산업화 흐름에 발맞춰 산업화 하고 내부 구성원 안정을 도모하는 우수한 복지 모델을 발전 시킴.
반면 한국은 현재와 직접적 연결성을 띄는 근대에 서구와는 다른 길을 걸었기에, 서구에서 쓰이는 "지배할 자격이 있는 소수 계층" 으로서 엘리트란 정당화 언어를 쓰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됨.
즉 서구와 한국의 근현대 역사 맥락 차이가 낳은 엘리트란 단어를 각기 다르게 수용한 결과에 가깝다는 것.
댓글 11
댓글 리스트-
작성시간 26.07.29 new
오 진짜 흥미돋이다
확실히 계급이라는게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되지않는 문화라 엘리트주의 정의도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것같아
철저한 계급기반이 아닌, 개인의 능력이 수반되어 배움을 쟁취한느낌. 학벌주의와 비슷한느낌으로 더 사용하는것같네
보통은 개천용이 많아서 노블리스 오블리주 개념도 더 희박한걸까. 국내 3대 부자들은 친일파 기반이라 뭐 애초에 “나눔”의 의지도 없을거고.
그렇게 꺾이고 힘들어도 견뎌내는 여러모로 우리 민족은 대단한것같아 -
작성시간 26.07.29 new
만약 강제침탈이 없었다면, 우리의 근대화와 엘리트 개념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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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26.07.29 new
아니 우리나라는 3대안에 벼슬길에 못나가면 양반지위를 유지 못해
기본적으로는 백성 모두 양인임
여기서 과거 등으로 무반, 문반이 되야 양반의 지위를 얻는 시스템인데
나라가 망하고 자시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진짜 능력이 있어야 지배층으로 인정해줬음
음서(집안으로 벼슬하는거)로 시작해도 무조건 과거 봐서 세탁해야 인정해줬는데
에펨 지 뇌피셜을 아주 이론마냥 써놨네 -
답댓글 작성시간 26.07.29 new
우리나라는 용도 시험쳐서 되고 시험의 민족이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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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1시간 34분 전 new
맞아 윗댓글처럼 음서제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인데 우린..
게다가 역시 식민지배라는게 엄청 큰 요소로 작용했는데 울 나란 그 면에서도 클린한게 참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다행?
암튼 뭐든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하는 거 같고 그래서 인간은 늘 공부해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