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mkorea.com/10497501752
'재정 파탄' 프랑스… 만성적 폭동 이면엔 '지속 불가능한 복지'
'긴축 외면' 정치권, 거리 나선 군중…케인스주의 재정 정책 한계 노출
비대한 복지·무한 이민 관용 청구서… 유럽식 리버럴리즘 신화 파산
-노아 스미스 작가
https://www.noahpinion.blog/p/france-and-the-limits-of-liberalism
최근 프랑스에서 꽤 심각한 폭동이 일어났다. 언론 보도를 요약하면 이렇다.
"주말 사이 광범위한 폭동이 발생해 수천억 원(수억 달러)대 재산 피해와 약탈이 발생했다. 프랑스는 도시 반란, 정치적 표류, 경제 위기가 뒤섞인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파리, 마르세유, 보르도 등지에서 약탈이 기승을 부렸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버텨낸 리모주 시청마저 불에 타 시계탑이 무너졌다. 무너진 공교육, 교사 부족, 암울한 취업 전망에 분노한 학생들 시위가 몇 주간 이어지다 주말 폭력 사태로 번져 2400명이 체포됐다."
프랑스에서 폭동은 시애틀의 비처럼 흔한 일이다. 당장 2023년만 해도 경찰 총격 사망 사건으로 일주일간 전국이 들끓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경제 문제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가 1년 반 넘게 이어졌다. 20년 전 외곽 지역에서 몇 주간 이어진 폭동과 불타는 자동차 사진을 본 기억도 생생하다.
프랑스인은 폭동을 즐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우선 심각한 경제 위기가 맞물려 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의 장기 금리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국가 부도 위기 부른 방만한 연금과 복지
다른 국가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투자자들의 불신이다.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지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투자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 즉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국채 금리보다 훨씬 가파르게 치솟았다.
요컨대 투자자들은 프랑스의 빚 상환 능력과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증세나 지출 삭감 대신,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려 또 빚을 낼 것으로 본다. 결국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프랑스 국채 금리 상승은 디폴트 위험을 반영한다. 프랑스 재정은 지속 불가능한 궤도에 올랐다. 전쟁이나 경제 위기, 팬데믹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대규모 적자를 내며 빚을 쌓고 있다. 인구 고령화 탓에 연금 지출이 세수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프랑스는 재정 위기국 중에서도 은퇴 문제에 유독 비현실적이다. 2023년 기준 공식 은퇴 연령은 62세에 불과했고, 실제 평균 은퇴 연령은 서유럽 최하위였다. 마크롱 정부가 은퇴 연령을 64세로 높이려 했지만 이 역시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친다. 그마저도 양극단 정당의 반대에 부딪혀 내년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긴축이 시급하지만,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억센 여론에 밀려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프랑스의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중은 이미 스웨덴, 덴마크를 넘어 부유한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사회 지출의 상당 몫이 노령 연금과 고령자 중심의 의료 분야로 흘러간다.
◇부자들만 떠났다…실패로 끝난 증세 카드
지출을 줄이는 대신 세금을 올리는 대안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시밭길이다. 프랑스의 조세 부담률은 복지 천국이라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마저 웃돌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증세 여력은 거의 없다. 필자는 지난 2019년 프랑스의 실패한 조세 실험을 다룬 바 있다.
"부유세는 사회적 연대감만 키웠을 뿐 실속은 없었다. 세수 증대 효과는 미미했다. 최고조일 때도 전체 세수의 1%인 수조 원(수십억 유로)에 불과했다. 오히려 세금 폭탄을 피해 부유층 최소 1만 명이 짐을 쌌다. 대부분 불어가 통하는 이웃 벨기에로 향했다. 이들의 이탈로 프랑스는 부유세뿐 아니라 소득세 등 각종 세수까지 날렸다. 경제학자 에리크 피셰는 정부가 잃은 세수가 부유세 수익의 두 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15억 원(100만 유로) 이상 소득에 75%의 세율을 매긴 '슈퍼 택스' 실험도 마찬가지다. 2012년 올랑드 대통령이 도입한 이 제도는 부유층의 엑소더스를 불렀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짐을 쌌고, 스타 축구선수들은 파업을 으름장 놓았다. 프랑스가 '기업가들의 무덤'이 될 것이란 공포가 컸다. 반면 2014년 거둬들인 세금은 2400억 원(1억6000만 유로)에 그쳤다. 이 골칫거리 세금은 도입 2년 만에 백지화됐다."
프랑스는 사면초가다. EU 회원국인 데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불어권 국가가 지척이다. 부자들은 재산 몰수 위협을 느끼면 언제든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 등으로 중산층의 지갑을 털어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담은 당장 거리로 뛰쳐나온 시위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동은 긴축을 가로막아 채권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시위대는 막대한 정부 지원을 청구서로 들이밀고 있다. 수조 원(수십억 유로)대 교육 예산 증액부터 연금 인상, 복지 혜택 확대, 심지어 연료비 보조금까지 요구한다. 돈을 더 풀라는 밑바닥 민심의 압박이 그만큼 거세다. 정부가 백기 투항하지 않더라도, 재정 건전화를 위한 뼈를 깎는 지출 삭감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시위대의 요구를 원천 봉쇄한다. 돈을 더 풀라는 요구에 채권 시장은 더 높은 차입 금리로 응수한다. 정부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복지 지출은 더욱 쪼그라든다. 시위대의 의도와 정반대의 역설적인 결과다.
본질적으로 프랑스 폭동은 지난 반세기 유럽을 지배해 온 좌파 자유주의 복지 모델의 파산을 의미한다. 미국 진보 진영이 그토록 동경하던 바로 그 모델이다. 프랑스 대중, 적어도 거리에 나선 강경파들은 지속 가능한 복지와 파탄 난 복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들에게 복지는 후진 기어 없는 톱니바퀴다. 한 번 늘어난 혜택은 더 큰 청구서로 돌아오고, 흉내만 낸 미온적 긴축조차 분노의 불길로 도시를 집어삼킨다.
◇'호황기 긴축'은 환상… 케인스주의의 뼈아픈 역설
이 '브레이크 고장 난 복지'는 케인스주의 재정 정책의 맹점도 찌른다. 나를 포함한 좌파 자유주의자들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맞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수단이다. 불황기 돈 풀기가 총수요를 견인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거시경제학자는 드물다. 하지만 케인스주의의 대전제는 불황기의 방만한 지출을 호황기의 뼈를 깎는 긴축으로 메워 재정 적자를 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호황기 긴축'이 말만 번지르르할 뿐, 정치적으로는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점이다.
경제학자 한노 루스티그는 크루그먼의 글을 접하고 과거 유로존 위기를 떠올리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2010년대 유로존의 '미친 긴축'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크루그먼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어리둥절한 일이다. 제로 금리와 경기 침체 늪에서 재정 긴축은 자해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였다"고 쏘아 붙였다.
루스티그의 비판은 다소 가혹하다. 크루그먼이 2011년 글에서 실제로 강조한 대목은 이렇다.
"우리가 영원히 유동성 함정에 갇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민간 수요가 회복되면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눈덩이 적자와 이를 메울 세수 확보 의지가 도마 위에 오른다. 유동성 함정을 탈출하는 순간, 공공 재정 건전성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다는 뜻이다. 장기 재정 적자의 주범은 단순한 빚이 아니라 은퇴, 의료, 국방 등에 쏟아붓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여전히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 위기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넘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을 겨냥한 경고였지만, 지금 프랑스 상황에 대입해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케인스주의자들은 맹목적인 '돈 풀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재정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경제가 호조를 보일 때는 고삐를 죄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루스티그의 뼈아픈 지적도 일리가 있다. 불황기 적자와 호황기 긴축이라는 케인스주의의 이상적인 잣대는, 호황기 집권 세력이 긴축의 십자가를 져야 비로소 작동한다. 현실 정치판에서 표 떨어지는 긴축에 정치 생명을 걸 바보는 없다. 개혁을 외치던 마크롱조차 백기를 들지 않았나.
2010년대 초 유로존 위기 당시 프랑스의 재정 성적표를 뜯어보면, 크루그먼이 경계했던 긴축도, 갈구했던 부양책도 없었다. 당시 정부 지출은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남의 나라 경제 위기인 양 대책 없이 평온했다. 국가 부채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독일은 불황에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프랑스는 정반대였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관성대로 빚을 내고 돈을 썼다.
이는 케인스주의 자유주의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노출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의 통찰처럼, 국가 예산은 엘리트 관료들의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정부 건물을 불태우는 분노하고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톨레랑스의 한계와 극우의 득세
마지막으로 프랑스 사태는 현대 좌파 자유주의의 또 다른 성역, '대규모 이민에 대한 무한 관용'의 한계선을 긋는다.
물론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 이민자들이 폭동을 주도했다고 몰아세우긴 어렵다. 불량배로부터 가게를 사수하려는 비디오 게임 매장 주인의 영상을 비롯해 소셜 미디어를 도배한 약탈 현장에는 백인이 득실거리는 다인종 군중이 뒤엉켜 있다. 2023년 반경찰 시위처럼 이민자 2세들이 폭동의 도화선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프랑스를 마비시킨 '노란 조끼' 시위의 주축은 다름 아닌 백인들이었다.
그럼에도 프랑스 여론은 거리의 무법천지를 점차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소요 사태가 터지자 반이민 선봉장인 극우 마린 르펜의 지지율이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반면 좌파 유력 주자인 장 뤼크 멜랑숑의 당선 확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멜랑숑이 현금 살포성 복지 확대를 부르짖어도 대중은 싸늘하다. 독일의 극우 정당 AfD의 돌풍, 나아가 유럽 전역의 우경화 바람처럼 유권자들은 이민 빗장을 걸어 잠그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있다.
물론 미국을 프랑스와 동일선상에 놓을 순 없다. 이민자의 뿌리가 다르고, 이들을 용광로처럼 녹여내는 동화 능력도 월등하다. 트럼프식 이민 탄압의 역풍으로 이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결 누그러졌다. 그러나 프랑스의 비극은 좌파 자유주의식 이민 포용 정책이 모든 국가에 통용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방증한다.
요컨대 프랑스 폭동은 낭만의 도시에서 벌어진 단순한 훌리건들의 난동이 아니다. 비대한 복지 국가, 이민자에 대한 무비판적 관용, 케인스주의 돈 풀기에 대한 맹신 등 유럽을 지탱해 온 좌파 자유주의 신화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좌파 자유주의가 연대와 배려의 따뜻한 사회를 일궈낸 건 사실이지만, 그 마법이 영원할 순 없다는 혹독한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노아 스미스는 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로, 진보적 시각에서 경제, 금융, 정책 분야를 분석한다. 벤처 캐피탈 '코랄 캐피탈(Coral Capital)'의 파트너 겸 엔젤 투자자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2024년 말 폴 크루그먼의 후임으로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자유로운 집필을 위해 거절했다.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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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깔루아 밀크 작성시간 26.10.30 이유야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있을 건데 무작정 “복지”가 문제라는 거 웃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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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량진로 작성시간 26.10.30 지금 한국 기혼 복지봐봐 존나 당연한듯 받아먹고 더 악용 못해서 안달이고 지들 혜택으로 남들 피해보는것도 별 상관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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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나라를 좀먹는 6가지 폐단 작성시간 26.10.30 선진국형 복지병 진짜 문제임.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유가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심과 성취욕구를 간과해서라고 생각하는데 먹고 쓰는데 필요한 현금성 지원 줄여야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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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엠마 샬롯 듀어 왓슨 작성시간 26.10.30 복지도 복지고 세금 좀 더 걷을라 치면 부자들이 국적이탈하는게 제일 문제인듯 결국 걔들만 더더더더더더 부자로 남고 서민 중산층만 더 가혹한 세금 때려맞는거임
조세의 평등을 실현할 수가 없어 -
작성자마우이하와이 작성시간 26.10.30 유럽이 척박한 땅이긴 한듯 쟤네가 다른나라 자원 훔쳐오는거 끊긴지 좀 되니까 이제 원래부터 지들거였던 문제가 이제서야 막 터져나오는거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