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만 캐릭터의 핵심이 그거잖아요. "나는 무당 눈깔이다. 딱 보면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안다."
그런데 그 발상 자체가 얼마나 전근대적인 겁니까? 계속 얼굴의 모티브가 반복되잖아요.
박두반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모티브. 그게 결국 좌절하는 거죠.
박두만의 플롯에 있어서는 얼굴 딱 보고 " 너 죄 있어? 없어? 딱 보면 알아" 그러는데
박두만이 터널에서 박현규의 얼굴을 붙잡고 "모르겠다, 씨발" 그러잖아요. 그게 박두만의 좌절인 거죠.
얼굴만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던 사람이 그렇게 몰락해가는 거고, 전근대적인 것이 거기서 종말을 고하는 건데요.
반면 김상경은 "서류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자기 손으로 서류를 찢으면서
"이 서류는 거짓말이야."라고 하잖아요. 각자 나름의 패배하는 라인이 있죠.
-그런 태도를 봉준호의 패배주의 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그럴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패배주의 자체를 낭만적으로 미화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겠는가? 하고 자문하는 거였죠. 범죄보다도 시대가 더 어두웠는데,
범죄보다 사회가 더 악했고, 범인보다 더 악한 국가나 정권이 있었고, 그 범행보다 더 어두운 등화관제가 있었던
사회에서 누군들 승리를 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영화 에필로그에 2003년 송강호가 나오잖아요. 나름 매끄러운 소시민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논에 갔다가 풀지 못한 숙제와 맞닥뜨리잖아요. 해결되지 않는 과거는 과거가 아니다. (이런 느낌 같은 거였는데)
여전히 현재고 과거에 쏘았던 화살이 다시 돌아와서 박히는 느낌이라는 얘기를 한적도 있구요.
그런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을 계속 적체시키면서 시간이 가니까 어절 수 없이 계속 가잖아요.
그런 느낌을 라스트에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가 매 단계마다 과거 청산이 안 되는 나라잖아요.
2차 대전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들에게 엄청 가혹하게 했더라구요.
우리는 일제 시대를 청산하지 못하고, 그걸 계속 떠안고 왔잖아요. 그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인 것 같구요.
<살인의 추억>은 범죄에 관한 영화니까 맥락은 다른 면이 있지만 해결되지 못하거나, 적체된 과거의 숙제들을
계속 꾸역꾸역 다지면서 간다는 그런 슬픈 느낌 같은 것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03년의 에필로그가 필요했구요.
그렇지 않았다면 터널에서 영화가 끝났을 수도 있겠죠. 박해일이 떠나면서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로 끝나지 않고,
에필로그를 통해서 '오늘날 시점에서 이 과거를 보는 관점은 이렇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서 그 장면이 필요했습니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정면 얼굴의 송강호와 마주대하는 것은 관객일 수도 있지만,
그 영화를 보러왔을지도 모르는 범인일 수도 있죠. 그 장면이 극중에선 마지막 장면이지만,
사실 제작상으론 초창기에 찍었어요. 그래서 강호선배가 좀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제가
“사정 직전에 참는 듯한 표정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더니, 정말 황당하다는 얼굴로 절 바라보더군요.
인터뷰 출처 : 감독, 열정을 말하다 -지승호/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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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박카스디 작성시간 11.08.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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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밴드에이드 작성시간 11.08.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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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긍정대마왕 작성시간 11.08.18 보고 있나? 범인 이 시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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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낄낄 작성시간 11.08.18 이영화 진짜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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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밴드에이드 작성시간 11.08.18 살인의 추억 레알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