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때문에 놀라서 오줌싼 기념으로
지릴뻔 했던 추억들중 하나를 꺼내볼까함.
시간이 좀 까마득하게 거슬러 올라감.
내가 갓 14살이 되었던 중1 학기초.
아무 생각도 개념도 없을 때의 일임.
그날은 실험을 한다길래 다같이 과학실에 갔음.
무슨 실험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이런 알콜램프가 각 조에 한개씩 있었음.
근데 나는 이 알콜램프를
↑이렇게 뚜껑으로 닫아서 꺼보고 싶었음.
(이 사진에서는 목장갑을 끼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이런 귀한거 없어서 애들이 맨 손으로 불을 껐음.)
그래서 선생님이 우리 조에 불을 붙여주고 다른 조에 갔을때
껐쪙★
아,잠깐 시대배경을 설명하겠음,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엔 고입학력고사를 쳐서 점수에 따라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음.
그래서 애들이 내신에 굉장히 예민했는데
하필 또 여중이여서 태도점수에 대한 그들의 예민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음.
내가 불을 끄자
마음이 여린 조원들은 나때문에 점수가 깎일까봐 난리가 났음.
나는 원성이 자자한 아기고라니들에게
"으이그! 내가 불 다시 붙여오면되지!"
하고 걱정하지 말라며 호언장담을 함.
하지만 장난으로 끈거라
쫄보였던 나도 선생님에게 가서 불을 붙여달라 할 용기가 없었음.
그래서 불을 얻기 위해 옆 조에 갔음.
근데 여시들 그거 알아?
알콜램프 심지 부분말이야..
↑이거 이렇게 떨어져있다. 저거 붙어있는거 아니야.
그래서 알콜램프를 옆으로 기울이면 저 심지부분이 통째로 쑥 빠져버려.
하지만 그런거 알면 중1 아니고 C.S.I임.
나는 불이 활활 타고 있는 옆 조 알콜램프에 우리 조 알콜램프를 기울였고.
...
"끼야아아아앙아악!! 불이야!!!"
...
내가 불바다로 만들어버린 조 애들은 난리가 났지만
다른 애들은 도망가기는 커녕
"헐 저기 불났다!!누가 불냈다!!" 하고 몰려들더니
다같이 불구경을 했음.
그때 우리 과학선생님은 막 발령받은 초임이셨고
갑작스런 사고에 몹시 당황하신듯 했으나
애들앞이라 차마 티를 못내시는 듯 했음.
선생님은 몹시 당황하셨는지 구석에 있던 소화기를 잊으셨고
손에 잡히는 걸로 불을 끄려하셨으나
불행히도 그건 어떤 과학꿈나무의 교과서였음.
과학꿈나무는 "꺄아아! 내 교과서!"
하고 선생님의 손에서 교과서를 뺐어감.
나는 아직도 그때의 선생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음.
선생님이 "지금 불이 났는데 교과서가 중요함?"
이란 눈빛으로 쳐다보자
과학꿈나무는
"필기 존나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하는 얼굴로 교과서를 껴안고 도망감.
이 장면은 내가 무덤까지 가지고 갈 장면이라 아직도 존나 생생하게 기억함.
하지만 어떤 똘똘한 아이가 재빨리 선생님에게 소화기대신 걸레(..)를 갖다줘서 불을 끌 수 있었고
화재가 진압되자 애들이 범인을 찾기 시작했음.
"누구야?누가 그랬어?너야?너야?"
나는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숨어 있었음.
근데 어떤 코난년이
"저 김여시다! 김여시가 불을 냈다!"
하고 풍경 속에 녹아있던 나를 찾아냄.
좆됐다.
나때문에 기겁했던 조원들이 내 얼굴에 삿대질을 하며
"얘 김여시(본명)에요!"
"김여시 21번이에요!"
하고 나의 신상을 다 까발리더니 태도점수를 깎으라며 한 목소리로 외쳤음.
내가 '니들 꼭 이렇게까지 해야되니'
하는 눈으로 바라봤으나
목숨보다 태도점수가 더 소중했던 애들은
"잘 가라"
하고 비웃었음.
ㅎㅎㅎㅎㅎ
ㅆㅂ.
하지만 우리 과학선생님은
부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시여 나의 태도점수를 깎지 않으셨고.
그날 이후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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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안토니오 살리에리 작성시간 21.02.20 아 진짜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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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베풀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작성시간 21.02.21 ㅅㅂ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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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딸기야악!!! 작성시간 21.02.21 진짜 볼때마다 정독하고 볼때마다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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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같은여시한테그러면어떠케!! 작성시간 21.02.21 아 개웃겨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짤 하나같이 적절ㅋㅋㅋㅋㅋㅋ도랏낰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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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알렉산더에리쿠쨩 작성시간 21.02.23 잘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