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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푸르름 / 이임순(광주전남지부)

작성자배만식|작성시간26.06.19|조회수46 목록 댓글 0

5월의 푸르름 / 이임순

 

올해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춘계 임원회의는 집행부가 바뀌고 첫 모임이다. 진행을 어떻게 할지 궁금해 떠나기 전부터 마음이 달떴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작년부터 두 시간 이상 운전을 하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지인이 같이 가자는 연락을 했다. 몇 번 차를 얻어타고 간 적이 있는데 지인은 이번 모임에도 내게 구원의 손을 내민다. 그리고 일행이 한 명 더 있다고 한다. 서로 아는 처지라 반가움과 고마움이 앞선다. 광주에서 세 사람이 합류하자고 한다.

당초 계획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행여 고속버스가 지연되더라도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서두름이다. 광주 터미널에서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물꼬를 튼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베푸는 지인의 마음이 내 감성을 연다. 직장 생활과 본인 일을 병행하면서 베푼다는 것은 자기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베푸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차를 태워준 것도 감지덕지인데 점심까지 사 준다. 그것도 꽤 고급 식당에서다. 평소 그녀의 됨됨이는 익히 알고 있는데 오늘도 호의를 베푼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먼저 가서 식당의 동태를 살핀 다음 식당으로 안내한다. 음식도 맛있는데 그녀의 세심한 배려가 식욕을 더 당긴다. 사회적으로 부러울 것 없는 그녀가 평범한 사람에게 평범하지 않은 대접을 하니 그저 고맙다는 말이 입에서 꼬리를 문다.

그녀의 수고로움이 또 시작된다. 운전도 매너 있게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거칠게 하는 나와 달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안전 운전의 시범을 보는 듯하다. 차는 앞으로 나가고 이야기는 무르익어 사람 사는 맛을 물씬 느끼며 고창월파크시티 힐링카운티로 향한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분이 가라앉는다. 목적지에 도착했건만 눈에 띄는 입간판도 없고 분위기가 냉냉하다. 그녀가 내려 현장을 살피고 안내한다. 옥에 티다. 초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없음이 유감스럽다.

속속들이 도착하는 임원진의 모습이 상기 되어있다. 다소 쌀쌀한 날씨가 바람까지 합세하여 객지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회의가 시작되고 각자의 소개 시간도 있다. 내세울 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나는 제자리에 서서 간단하게 이력을 말한다

월파크시티 힐링카운티! 내 노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예전처럼 자식의 보살핌을 받으며 노후를 지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항간에 저승길로 가기 전에 살아서는 못 나오는 마지막 머무르는 곳이 요양원이라는 서글픈 말이 있다. 자식들 가르치고 결혼시켜 살림 내느라 노후대책은 생각지도 못한 현실에서 세월이 노인이라는 훈장을 준다. 자식들은 제 자녀 보살피며 살기 바빠 부모는 뒷전인데 아픈 데는 늘어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제 젊어서 고생한 것이 골병으로 남는다. 그래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자식 눈치 보느라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끙끙 앓는 것이 노인의 실생활이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지 못한 노인에게 월파크시티 힐링카운티는 그림의 떡이다. 아늑한 시설을 돌아보면서 이런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좋을 테지만 환경이 조금 후지더라도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오르지 못할 나무기에 아예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인지도 모른다.

시설을 둘러보고 나니 울적하다. 노후라는 단어가 입안에서 맴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통 큰 회원이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오그라진 마음을 펴 준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술잔이 순배를 돈다. 그리고 이어진 여흥의 시간. 여기도 통 큰 신입회원이 주선했다니 회장님은 인복이 있는 모양이다. 끼쟁이가 등장한다. 그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으나 노래와 악기 다루는 솜씨는 수준급 이상이다. 노래에 코끝이 얼큰해진다.

온천에서 피곤함을 털어내고 아침 식사를 한다. 지인의 차로 무장읍성으로 이동하여 세월의 흔적을 더듬었다. 지나간 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듯이 가버린 청춘도 되찾을 수 없다. 사진으로 그날의 순간을 남기며 옛것의 멋스러움을 기억으로 옮긴다.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 학원농장과 서해안바람공원의 초록 물결은 일상에서 쌓였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이나 꾸밈은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깨달음이 든다. 초록의 들판에서 초록비를 맞으며 너와 내가 함께 촉촉이 젖는다.

걸어도 걸어도 실증은커녕 더 걷고 싶은 청보리밭 길, 사방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푸르다. 푸르름의 향연이다. 대형 트랙터가 기차로 변형되어 구경꾼을 실어 나른다. 기발한 발상이다. 농기구를 타고 들판을 가로질러 구경하는 현대판 놀이기구가 낯설지 않은 것은 왜일까? 비슷한 식당 이름으로 길에서 보낸 시간이 아쉽다. 식당을 알릴 때 주소도 함께 메모해 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인의 차에 다시 세 사람이 타고 광주로 향한다. 찻집에서 남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가슴도 비우며 이번 나들이의 아쉬움을 달랜다. 지인한테 이 고마움을 어떻게 전해야 내 마음이 온전하게 전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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