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군 한반도면의 쌍용마을
강원도 영월군에는 ‘쌍용’이라 부르는 마을이 있다. 현재 시멘트를 생산하는 쌍용양회 채석장과 공장이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해체된 쌍용그룹의 명칭도 이곳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쌍용리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용들’을 중심으로 용상리(龍上里)와 용하리(龍下里) 일부를 합쳐서 생긴 마을이다. 쌍용리의 지세가 용의 형상을 닮아 용과 관련한 설화가 많이 전한다. 대표적인 것이 ‘쌍용굴’과 관련한 설화다. 부잣집 딸과 신분이 낮은 총각이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처녀의 집에서 두 사람을 굴에 가두고, 만나지 않으면 풀어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같은 시각에 죽어 두 마리의 용으로 변해 하늘로 올라갔다. 그래서 쌍용리라는 지명이 생겼다. 한편 쌍용리에는 용정원(龍井院)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용정원에는 도깨비 때문에 부자가 된 하대룡과 관련한 설화가 전한다.
노승을 협박해 부자가 된 하대룡
용정원에서 태어난 하대룡은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가난한 생활을 하였다. 생활이 너무 어려워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의 집에 들어가 머슴살이를 하였다. 머슴살이를 하던 어느 날 비를 맞으며 낫으로 풀을 베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하대룡이 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보니 머리가 하얀 노승이 육환장(六環杖)을 짚고, 어떤 한 사람과 나무 아래서 쉬며 집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노승이 “이 산 너머 골짜기 고목나무 밑에 집을 짓고 살면 당대의 만석꾼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노승의 말을 들은 하대룡은 낫을 들고, 두 사람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지금 무어라 말했는지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 할 것이다.”라고 위협하였다. 하대룡의 위협에 노승은 “이 또한 당신의 덕이니 내 말해주리라. 이 산 너머 골짜기 고목나무 아래에 집을 짓고 살면 크게 부자가 될 것이오.”라고 하였다.
노승의 말을 들은 하대룡은 노승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행위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는 노승이 말한 고개 너머 고목나무 아래에 움집을 지었다. 하대룡은 낮에는 머슴을 살고, 밤에는 고목나무 아래 움집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낸 어느 날, 노승을 만났던 곳에서 소에게 먹일 풀을 베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상여가 지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상여소리는 점차 크게 들려오더니 하대룡이 소꼴을 베고 있는 부근에 와서 갑자기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하대룡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대룡은 “잘못 들었나?”라며 상여소리가 나던 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번쩍번쩍 빛나는 상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상여로 다가간 하대룡은 상여의 뚜껑을 열었다. 그랬더니 상여 안에 시신은 없고, 빛나는 황금덩어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황금을 본 하대룡은 기뻐서 하늘을 쳐다보며 수없이 절을 하였다. 그리고 황금을 팔아 땅을 사, 농사를 지어 만석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도깨비들이 나타나 하대룡에게 “원래 황금은 우리 것이오. 그렇기에 당신이 황금을 팔아 산 모든 땅을 우리가 가져가겠소.”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도깨비들이 땅을 전부 떠서 가지고 가려 하였다. 그런데 땅을 뜰 수가 없기에 결국 도깨비들은 땅을 가지고 가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났다.
꾀가 없고 미련한 도깨비 이야기
위의 설화는 도깨비들의 황금을 이용해 땅을 산 하대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월군에서는 하대룡의 후손들이 얼마 전까지 마을에 살다가 서울로 이주해 갔다고 한다. 우리나라 설화에서 도깨비는 꾀가 없고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위의 설화에서도 황금의 주인은 원래 도깨비였는데, 하대룡이 도깨비들의 황금으로 땅을 샀기에, 도깨비들은 그 땅을 떠 가지고 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