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각에 얽힌 열녀와 호랑이의 우정 이야기

작성자배만식|작성시간26.06.10|조회수15 목록 댓글 0

울산광역시 울주군 정려각

우리나라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심성이 착하거나 성숙한 의식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는 그 인물을 돕고 보호하는 조력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에는 열녀 정씨의 정려각이 있다. 열녀 정씨는 신녕현감 유혜지의 아내로, 25세의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 여인이었다. 열녀 정씨가 남편의 무덤 앞에서 시묘살이를 하며 호랑이와 인연을 맺은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서 호랑이는 정씨가 열녀임을 알아보고 도움을 주며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열녀를 도운 호랑이, 호랑이를 도운 열녀

조선 태종 때 신녕현감 유혜지는 젊은 나이에 병들어 죽고 말았다. 부인 정씨의 나이 스물다섯 때의 일이었다. 정씨의 친정에서는 딸이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것이 안타까워 다른 집에 재가할 것을 권하였다. 하지만 정씨는 “연로한 시아버지를 두고 재혼할 수 없습니다. 제가 정성껏 모실 것입니다.” 라며 친정의 권유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씨의 친정에서 정씨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친정에서는 아무리 정씨를 불러내도 오지 않기에 거짓으로 꾸며낸 말이었다. 정씨는 시아버지의 밥상을 차려놓고 친정으로 갔다. 친정에 가보니 자신을 재혼시키려고 꾀어낸 거짓말이었다. 정씨는 정색하고 다시 시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날은 어두워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야 하는 밤길이 매우 험난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호랑이가 나타나 정씨를 태우고 쏜살같이 달려가 시댁에 데려다 주었다. 정씨는 호랑이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로 정씨는 남편의 무덤가에 가서 움막을 짓고 살았다. 무섭고 힘든 일이었지만 어느 날 부터인가 밤마다 호랑이가 나타나 정씨 곁에 있으면서 아침이 될 때까지 지켜주고 사라지곤 하였다. 어느덧 정씨와 호랑이는 정다운 친구가 되었다. 며칠 뒤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자 정씨가 의아해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꿈에 호랑이가 나타나 “제가 함정에 빠졌습니다.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라며 애원하였다. 깜짝 놀라 일어난 정씨는 꿈에서 본 곳을 찾아가보니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마을 사람들이 해치려 하고 있었다. 정씨는 “이 호랑이는 저와 함께 남편의 묘를 지키는 착한 호랑이입니다. 제발 해치지 마십시오.” 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호랑이의 소문을 들은 터라 더 이상 해치지 않고 놓아주었다. 호랑이는 함정에서 빠져나와 정씨를 등에 태우고 무덤가로 돌아왔다. 세월이 흘러 3년이 지나갔다. 삼년상을 마친 정씨는 남편의 묘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이제 당신의 뒤를 따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남편의 무덤이 갈라져 열리기 시작했다. 정씨가 무덤으로 들어가 남편의 시신 옆에 누우니 무덤이 다시 닫혔다. 사흘 뒤 부부의 묘 앞에는 호랑이도 죽어 있었다. 이를 본 정씨의 가족들이 좋은 곳을 골라 호랑이를 묻어주었다고 한다.

 

열녀와 호랑이의 우정 

이 이야기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정씨가 친정의 재혼 권유를 물리치고, 호랑이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무덤에서 시묘살이를 한 뒤 남편의 무덤에 들어가 합장하게 되었으며 또한 정씨를 따라 죽은 호랑이도 무덤에 묻히게 된 이야기이다. 호랑이가 정씨의 열녀적 면모를 알아보고 정씨를 돕는 조력자로 등장해 신성성을 드러냈다. 정씨는 부모도 아닌 남편의 시묘살이를 하면서 열녀의 이미지가 더 부각되었으며, 또한 재혼을 거부하며 시댁에 남게 됨에 따라 정절과 효도의 실천도 몸소 보여주었다. 정씨와 호랑이는 서로의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주며 우정을 쌓는다. 요컨대 열녀 정씨의 한결같은 사랑과 호랑이와의 우정이 잘 그려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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