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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황혼 무렵 홀로 앉아

작성자월보|작성시간16.05.02|조회수14 목록 댓글 0

      황혼 무렵 홀로 앉아

             (偶吟)
                우음
 

 
黃昏獨坐竟何求(황혼독좌경하구)  황혼 무렵 홀로 앉아 무얼 그리 골똘한가.

咫尺相思悵未休(지척상사창미휴)  지척에 임을 두고 안타까워 못 견디네.
 
月明夜沈千古夢(월명야침천고몽)  달이 밝아도 밤 깊으면 천고의 꿈에 들고

好花春盡一年愁(호화춘진일년수)  꽃이 고와도 봄이 가면 남은 해를 수심에 젖네.
 
心非鐵石那能定(심비철석나능정)  쇠나 돌이 아니라서 마음 어찌 진정하며

身在樊籠不自由(신재번롱부자유)  새장 안에 갇혀서 몸은 자유롭지 못하네.
 
歲色背人長焂忽(세색배인장숙홀)  세월이 날 등지고 벌써 훌쩍 떠나나 보다.

試看橋下水東流(시간교하수동류)  다리 아래 흐르는 물은 한 번 가곤 아니 오네.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19세기 초 여성 시인 죽서(竹西) 박씨(朴氏·1820 ~1851)가 지었다.
 또 다른 호는 반아당(半啞堂)으로 생각이 있어도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처지를 비유했다.
 말 못할 사연을 가끔 시로 표현하곤 했는데, 이 시가 그렇다.
 지척에 그리운 사람이 있어도 만날 길이 없다.
 달이 밝고 꽃이 고우면 무슨 소용인가.
 때가 지나면 달도 꽃도 의미가 없다.
 마음이 요동을 쳐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어찌 지내든 세월은 잘도 가겠지.
 다리 아래 물은 세월처럼 아랑곳없이 흘러간다.
 나만 홀로 남았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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