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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무구지보(無口之輔)

작성자월보|작성시간16.05.06|조회수20 목록 댓글 0

         무구지보(無口之輔)

 

 

 옛사람은 자기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박물관 구석에 놓인 거무튀튀한 구리 거울은 아무리 광이 나게 닦아도 선명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지 않다.

 

 지금이야 도처에 거울이라 거울 귀한 줄을 모른다.

 연암 박지원은 자기 형님이 세상을 뜨자 이런 시를 남겼다.

 

 

 

 "我兄顔髮曾誰似(아형안발증수사)  형님의 모습이 누구와 닮았던고.

 

 

 

  每憶先君看我兄(매억선군간아형)  아버님 생각날 땐 우리 형님 보았었네.

 

 

 

   今日思兄何處見(금일사형하처견)  오늘 형님 그리워도 어데서 본단 말가.

 

 

 

   自將巾袂映溪行(자장건몌영계행)  의관을 갖춰 입고 시냇가로 간다네."

 

 

 

 세상을 뜬 형님이 보고 싶어 의관을 갖춰 입고 냇가로 가는 뜻은 내 모습 속에 형님의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물가에 서서 수면 위를 굽어본다.

 

 거기에 돌아가신 형님이 서 계시다.

 

 성호 이익 선생은 '경명(鏡銘)'에서 이렇게 썼다.
 
  "面有汙(면유오)  얼굴에 때 묻어도,
 
  人或不告(인혹불고)  사람은 혹 말 안 하지.
 
   以故鏡不言(이고경불언)  그래서 거울은 말없이,
 
   寫影以示咎(사영이시구)  모습 비춰 허물을 보여준다네.
 
   無口之輔(무구지보)  입 없는 보좌관과 한 가지거니,
 
   勝似有口(승사유구)  입 있는 사람보다 한결 낫구나.
 
   有心之察(유심지찰)  마음 두어 살핌이,
 
   豈若無心之皆露(기약무심지개로)  무심히 다 드러냄만 어이 같으리."

 내가 잘못해도 옆에서 잘 지적하지 못한다.
 가까우면 가까워 말 못 하고, 어려우면 어려워 입을 다문다.
 잘못은 바로잡히지 않은 채 몸집을 불리다가 뒤늦게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늦어 소용이 없다.
 얼굴에 묻은 때처럼 알기 쉬운 것이 없지만 남들이 얘기를 안 해주면 나는 잘 모른다.
 곁에 거울이 있으면 굳이 남의 눈에 기댈 일이 없다.
 내가 내 모습을 직접 비춰 보고 수시로 점검하면 된다.
 그래서 성호는 거울을 무구지보(無口之輔), 즉 입 없는 보좌관이라고 명 명했다.

 얼굴에 묻은 때는 거울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마음에 앉은 허물은 어떤 거울에 비춰야 하나?
 종이 거울, 즉 책에 비춰 살피면 된다.
 주나라 무왕(武王)은 '경명(鏡銘)'에서
 
 "以鏡自照, 見形容(이경자조, 견형용)  거울에 비추어 모습을 보고,
 
   以人自照, 知吉凶(이인자조, 지길흉)  사람에 비추어 길흉을 아네."
 
 라 했다.
 이것은 또 사람 거울 이야기다.
 어느 거울에든 자주 비춰 밝게 보자.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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