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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술

벌모세수 (伐毛洗髓)

작성자월보|작성시간20.02.20|조회수135 목록 댓글 0

벌모세수 (伐毛洗髓)

 

 동방삭(東方朔)이 홍몽택(鴻濛澤)을 노닐다가 황미옹(黃眉翁)과 만났다.

 그가 말했다.

 

 "吾却食呑氣(오각식탄기)  나는 화식(火食)을 끊고 정기(精氣)를 흡수한 것이

  已九千餘年(이구천여년 이미 9000여 년이다.

  目中瞳子(목중동자)  눈동자는

  皆有靑光(개유청광)  모두 푸른빛을 띠어

  能見幽隱之物(능견유은지물)  감춰진 사물을 능히 볼 수가 있다.

  三千年一返骨洗髓(삼천년일반골세수 3000년에 한 번씩 뼈를 바꾸 고 골수를 씻었고,

  二千年一剝皮伐毛(이천년일박피벌모 2000년에 한 차례 껍질을 벗 기고 털을 갈았다.

  吾生來已三洗髓五伐毛矣(오생래이삼세수오벌모의 내가 태어난 이 래 이미 세 번 골수를 씻고 다섯 번 털을 갈았다.."

 

 후한 때 곽헌(郭憲)이 쓴 '동명기(洞冥記)'에 나온다. 9000세를 살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천지의 정기를 흡수해서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

 3000년에 한 번씩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리셋해야 한다.

 뼈를 바꾸고 골수를 세척하는 반골세수(返骨洗髓)나 껍질을 벗기고 털을 다 가는 박피벌모(剝皮伐毛)는 환골탈태(換骨奪胎)와 같은 뜻으로 쓰는 표현이다.

 거듭나려면 묵은 것을 깨끗이 다 버리고, 뼈와 골수까지 새것으로 싹 바꿔야 한다.

 이것도 아깝고 저것도 아쉬우면 거듭나기는 실패하고 만다. 정희량(鄭希亮·14691502)'야좌전다(夜座煎茶)'에서

 

 "餐霞服玉可延齡(찬하복옥가연령)  노을 먹고 옥을 먹어 수명을 연장하 고,

  洗髓伐毛童顔鮮(세수벌모동안선)  골수 씻고 털을 갈아 동안(童顔)을 유지하네"

 

 라고 신선의 장생불사를 선망했고, 성현(成俔·1439~1504)'효선요(曉仙謠)'에서

 

 "若爲遐擧乘紫煙(약위하거승자연 만약에 높이 날아 자줏빛 안개 타 면,

  伐毛洗髓隨飛仙(벌모세수수비선 털을 갈고 골수 씻어 나는 신선 따 르리"

 

 라고 노래했다. '역근경(易筋經)'은 달마(達摩) 대사가 도가의 방술을 정리했다는 책자다.

 역근(易筋), 즉 근육 을 바꿔 육체를 단련한다.

 무협지에 이 책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세수경(洗髓經)'이란 책도 있다.

 골수를 세척해서 정신을 수련한다는 뜻이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정당마다 벌모세수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물갈이와 인재 영입으로 시끄럽다.

 싹 들어내서 통째로 바꾸겠단다.

 바꾸긴 바꿔야겠는데, 바꿀 것은 안 바꾸고 안 바꿀 것만 바꾸려 드니 장생불사를 어이 꿈꾸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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