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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가 아닌 대동물 수의사가 직접 쓴글

작성자돈까스|작성시간09.10.29|조회수6,415 목록 댓글 8

대동물이라 하면, 참 뜬구름잡는 얘기들이 많더라구요. 물론 직접 가보기 전에 저도 그랬구요.
"일은 고되지만, 돈은 많이 번다더라.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더라. "
저도 본3때까지 딱 저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대동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때부터.

참고로 제소개를 할게요. 서울소재대학 02학번이구요. 
이런얘기 궁금해할 후배님들이 한분이라도 계실거라 생각해서 여기다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어디부터 얘길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저는 대동물을 해야겠다 생각을 해서. 국시보기 바로전 여름방학때 포천쪽으로 실습을 나갔었어요. 그쪽지역 대동물하시는 원장님께 직접 콘택해서 허락을 받고 한달간 그냥 따라다니면서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물론 일도 약간 돕는정도로 하구요.
그리고 국시를 치고 경기도에서 인턴으로 들어갔네요. 물론 지금은 수의학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요. 제 경험과 들어왔던 얘기를 조금 풀어볼게요.

일단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해볼게요.

 Q : 체력적으로나 체격적으로 불리하면 하기 힘든가요?
 A  : 요즘 젖소들이 많이 개량되어서 덩치도 상당히 커졌어요. 하지만 오래 해오신 원장님들 뵈면 왜소한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RP할때 우유통이나 벽돌같은걸 밟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축주들은 상당히 신뢰를 보내요. 체격보다는 실력을 더욱 중시하거든요. 그리고 힘든일은 잔뜩 기합이 들어있는 인턴들 시키면 빠릿빠릿하게 하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체력이 좋으면 유리합니다. 하루종일 이동해야하고, 큰 소와 싸워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체력과 체격이 좋을수록 유리한것은 사실이에요. 참고로 작년까지 '여자 대동물 수의사'는 1명이었다고 하네요. 저 이전에 인턴하시던분 중에 여자분도 계셨는데 축주들이 신뢰를 안보내서 힘들었다고 그러더라구요.

 Q : 수의사 처방전은 시행하긴 하는거임? 그리고 졸업 후 평균적인 수련기간 및 현재 개략적인 필드상황 좀 알려주셈
 A :  수의사 처방전은 존나 갈망하는거죠. 까놓고 대동물필드에서 보면 수의사 부르는건 정말 터미널이거나, 난산 땡겨놓을대로 땡겨본 후 대책없을때, 정기진료간김에 전위나 고창증, 발굽질병등 진료하는거고. 대부분의 축주들은 자기가 진단해서 자기가 처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들이 수의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죠. 제가 있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좀 덜했지만, 보통 축주들은 대동물수의사보다 동물약품가게에 방문을 훨씬 더 합니다. 일단 수의사 처방전은 현실이 저지랄이니 수의사는 갈망하고있다. 이정도고 그 이후엔 잘 모르겠네요.
졸업후 일단 1년 인턴계약을 합니다. 걍 인턴하고싶습니다. 하면 1년 해라. 하고 다음 사람구해지면 1년이고, 아니면 1년반까지 하는것 봤습니다. 제가 있던 인턴병원은 숙식제공 월급 40만원이었구요. 다른 인턴하는형 얘기 들어보니 거기선 50주는데 '식'만 제공한다더라구요. 4대보험 없습니다. 작년에 제가 인턴할때 경상도쪽에서 인턴하던분 한우가 난리치는 바람에 로프에 엄지손가락이 감겨 끊어져서 봉합수술받았단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이후에 어디로 가셨는진 모르겠구요.
현재 개략적인 필드상황은 정말 짧은소견으로 봤을때 '글쎄'입니다.
일단 "미수금문제"요. 보통 대동물 개업수의사들은 치료를 하고 목장에 있는 장부에 진료내역을 적고, 병원에 오면 진료한 내용을 장부에 기록해서 '유대 - 우유값'가 목장으로 들어오는날 즈음해서 일괄적으로 각 목장에 보냅니다. 일단 진료직후 그자리에서 돈을 받는 경우는 가끔 아주 가끔 있구요. 대부분 유대날이나 읍내 또는 시내에 나가는날 병원에 들려서 주거나, 폰뱅킹으로 쏴주는 시스템입니다. 참고로 제가 있던 병원은 '모 우유회사 관리 수의사' 타이틀을 갖고계신 원장님들이 계셔서 유대의 일정부분이 바로 원장님의 계좌로 들어오는 시스템이었는데, 이럴 경우 미수금의 부담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죠. 우유회사 관리수의사는 수가 굉장히 적지만, 특정 우유회사에 납품하기로 계약된 목장들과 정기진료계약을 맺기가 그만큼 수월해집니다. (정기진료는 제너럴한 산과진료를 해주고, 다른 진료는 디씨해서 해주는데 전속수의사계약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물론 그자리에 오르기까지 원장님의 실력이라던가 평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겁니다. 각설하고, 제가 있던 병원 미수금은 5천이 안되었는데(월 5천이 아닌 total 5천). 일반적으로 양호한 경우입니다. 심한경우 미수금이 회수가 안되어서 파산하는 동물병원들도 많았습니다. 진료하고 약을 팔았는데 돈이 회수가 안되니 약품회사나 은행이나 돈을 줘야하는 곳에 돈을 못주게 되니까 파산하는거죠.
그리고 소값의 하락이요. 2000년초에 한우값 잘나갈땐 A++등급소 한마리에 2천까지 나간적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요즘 육용으로 쓰이는 10산 즈음되는 퇴물소들. 20만원쯤 나가나요? 제가 있을땐 그것도 받기 힘들어서 10만원에 넘기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소값이 하락하니, 송아지의 가치도 줄어들고. 사료는 비싸지니 송아지의 가치는 더 줄어들고. 젖을 짜려면 계속해서 새끼는 들어야하고. 참 딜레마죠.
전위술이 70년대 그당시 돈으로 3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25만원이에요. 정기진료하는집은 20만원이구요. 어쩔 수 없어요. 소값이 똥값이 되어버리면. 더 큰 문제는 '축협 소속 수의사'들 입니다. 이분들은 축협에 소속된 수의사들인데, 자기가 진료하는것에대해 인센티브도 가져가거든요. 이사람들 '17만원'에 전위술 후려칩니다. 상도덕 없애버리고 살겠다는거죠. '윤신근' 박사 생각나죠. 아무튼. 근데 아직 그래도 25만원에 하는 수의사들이 버틸수 있는건 17만원짜리는 까놓고 말해서 수술을 개판으로 해놔서 가능한겁니다. 재수술 많이 했었거든요. 25만원주고 다시 해야죠 뭐. 근데 17만원짜리들 실력이 좋아지면 그땐 몰라요.

 Q : 수입면에서는 만족하시는지도 궁금해요 ^^|
 A : 인턴의경우 보통 50만원 안쪽. 2년차는 150받기 힘들구요. 그 이후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모신 원장님의 경우 우유회사 관리수의사니까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유대가 월 7-800선. 진료비에 미수금 걍 포함시키면 월 3천정도 버십니다. 근데 일단 이건 완전히 지역에 뿌리내리신 원장님들의 경우구요. 대동물 하시는분들중 잘하신다~하는 분들의 경우라서 다른분들의 평균적인 만족도나 그런건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한가지. 이미 장악된 지역은 뚫고 들어가기 정말 어렵다는거. 기존의 원장님과 공동으로 병원을 하기로하고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방법은 많은데 단순히 페이닥으로 머물기엔 소득에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긴합니다. 그래서 개원을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Q : 예전에 허리 부상을 입었는데 괜찮은가요?|
 A : 관리 잘하셔야 할겝니다. 진료자체도 무거운거 많이들고 소와 씨름을 하는거라 허리 조심하셔야 겠지만, 거의 하루에 차를타고 이동하는데 6시간정도는 보내셔야할테니, 허리아프시면 아예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껏 재활치료를 잘해오셨다면 앞으로 일하시면서도 계속 잘 관리해주셔야 할겁니다.

 Q : 수의사도 의사처럼 인턴 레지 과정이 법적으로 생길 가능성은 없나요?|
 A : 글쎄요. 이런얘기들은 학교에 계신분들이 훨 더 잘 아실거 같네요. 

 Q : 산업동물쪽은 어느정도 나이 들 때까지 휴가같은거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축주들이 시도때도없이 불르ㅓ서) 사실인가요?|
 A : 난산콜이 새벽 1시에 오면 나가야합니다. 새벽3시? 물론 나갑니다. 어느정도 나이 들 때까지가 아니라, 내가 임상을 하는 한, 소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하는 한 나가봐야 합니다. 자기밑에 페이닥이 믿음직스럽더라도 일을 모두 맡기진 못하겠죠. 페이닥과 요일을 나눠서 응급진료를 하시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휴가는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수의사는 언제나 한명이상 대기중인 상태로 돌아가면서 휴가를 냅니다. 보통 겨울을 제외하고 봄,가을에 짧게짧게 휴가를 내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알고있는 범위내에서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구요. 대동물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기까지 군대갔다오면 서른인 나이와 시기가 참 애매해서 많이들 망설이시는거 같기도 하구요.
한가지 얄팍한 팁을 드리고싶은건. 혹시라도 대동물을 하고싶으신 후배님이 계시다면, 대관령이나 우유회사 목장으로 어플라이해서 6개월정도 RP를 수련하고 인턴과정을 밟으세요. 이건 제가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네요.
하고싶은 얘기는 많았는데 질문에 답을하다보니 제가 무슨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고, '하고싶었던 얘기는 뭐였지?' 이러면서 걍 멍~ 하네요. 혹 또 질문하시면 대답해드릴게요. 제가 해드릴 얘기가 생각나면 물론 다시 말씀드릴거구요.

아무튼 같은학문을 몇년 먼저 공부한 선배의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학창시절 알바해서 푼돈벌기, 애인한테 시간 다 갖다 바치기, 온라인 겜하기 등등 시간 허비하지 마시구요,  방학과 비는 시간들을 잘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세요. 양식장,양계장,양돈농장,젖소목장,여러로컬병원,연구소,제약회사인턴쉽등 최대한 많이 겪어볼수록 자신이 뭘 하고싶은지 그나마 범위를 좁히기라도 쉬워질거에요.

늘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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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halang | 작성시간 09.10.30 그만큼 자리잡는데에 시간이 좀 걸리지만 자리만 잡으면 ㅎㄷㄷ이라고들 하시는 직업... 개인적으로 소나 돼지에 어렸을때부터 친근(?)하면서 근성도 있는 친구들이 대동물 수의사의 생활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실질적인 생활권도 그렇고.. 쭉 도시생활만 하는 저는 엄두도 안나는........;;
  • 작성자돈까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31 현재 자리잡고계신 원장님들 은퇴하기 전까진 힘들거에요. 현역으로 뛰시는분들이 보통 40~55세정도인데. 지금 현역으로 64세이신데도 하시는분들 있으니, 앞으로 최소 15년은 더 있어야 된다는거. 그럼 지금 30인 사람이 45세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건데. 자리잡기는 더 힘든거 아시죠? 같은학교선배들이 오히려 더 배타적인거. 45세때까지 월 200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 작성자돈까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31 현재 자리잡고계신 원장님들 은퇴하기 전까진 힘들거에요. 현역으로 뛰시는분들이 보통 40~55세정도인데. 지금 현역으로 64세이신데도 하시는분들 있으니, 앞으로 최소 15년은 더 있어야 된다는거. 그럼 지금 30인 사람이 45세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건데. 자리잡기는 더 힘든거 아시죠? 같은학교선배들이 오히려 더 배타적인거. 45세때까지 월 200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 작성자shalang | 작성시간 09.10.31 근데 요즘 대동물 수의사의 판도가 좀 바뀌어서 틈새를 파고든다면 또 모르겠네요 ㅎㅎ 기존의 역할에서 점점 탈피하고 있다고 알고있음 ㅎㅎ 왕진에서 컨설팅으로~
  • 작성자돈까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31 컨설팅은 주로 양돈,양계 위주. 허드콘트롤하기엔 개별치료,개별 산과적 관리가 많아요 유우는. 그리고 컨설팅 제대로 해주는곳은 반석가금연구소 정도 레벨이 아닌 이상. 쉽지 않구요. 샤랑님 학생이신거 같은데 학교에서 선배들이나 교수들이 두리뭉실하게 말해주는 얘기들보다 필드는 정말 열악하고 치열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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