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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 - 2

작성자홍훈기|작성시간26.06.19|조회수27 목록 댓글 0

 

울한 사연

그녀는 배고프다. 임신을 한 상태다.

 

퇴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눈이 마주쳤다. 순간, 상대도 어쩔 줄 모른다. 가능한 서로 마주치지 말아야 할 불편한 관계. 흠칫 뒷걸음치며 당황하기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내 손에 들린 건 핸드폰. 무기로 사용하기엔 적당하지 못하다. 반면 상대는 다년간 업그레이드 된 자연산 첨단 무기를 장착했다. 몸에 장착된 저 빨통 지름은 주사바늘보다 더 가늘고 얇을 것이다. 빨대의 재질은 무얼까? 온도가 내려가면 빨대의 내부 구멍은 줄어들어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설치며 여기까지 치고 들어 온 것도 여름 한때다. 상대가 취약한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승부가 반쯤 갈린, 내 몸속 깊이 빨대를 꽂고 빠느라 숨을 몰아 쉴 때다. 이게 전략이라면 무승부에 가깝다. 저쪽은 목숨을 건 벼랑 끝이고 나는 평소 헌혈 경력도 없던 약간의 내 피의 손실 정도다. 그러나 흰옷에 핏자국 얼룩이 생긴다면 그건 명백한 2차 피해다. 너무 야박한가? 마누라한테 당해보지 않은 자라면 야박하다는 말은 삼가라. 칠칠치 못하게라는 수식어가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건 시간문제다.

,16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살았다.

 

7월을 기다리며.

싸움에서 멱살을 잡히면 안 된다는,

백윤식의 싸움의 기술은 어디까지나 사람끼리 얘기다. 사람의 멱살을 째려보고 노려봐야 헛수고다. 신체가 크다고 유리한 건 결코 아니니 나에겐 민첩한 순발력이 필수다. 소리 없이 다가가 깊숙이 찔러 빨고, 흔적 없이 빠져 나와야한다. 3초 이내다. 이 스피드가 생명이다. 빨다가 걸리는 순간 거대하고 저 무식한 인간의 손바닥에 내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절박한 생존경쟁, 생존본능. 이게 다 뱃속에 들어있는 태아를 위해서다. 종족 번식은 당신들이나 우리 모두 같다. 그리고 저 수컷들은 날 샐 줄 모르며 앵앵대며 노느라 관심도 없다. 당신들의 귀에 거슬리는 앵앵 소리는 모두 저 수컷들의 지랄이다. 우리보다 체구도 작고 용맹성도 없다. 게다가 혼자서는 암컷을 꼬드길만한 능력도 없어 떼를 지어 암컷을 유인한다. 아파트 입구 화단에서 어느 수컷의 앵앵 소리를 세레나데로 들은 내가 잘못이다. 아주 잠깐 순식간에 정조를 빼앗겼다. 이것도 숙명이다. 모두 사랑 때문에 벌어진 일. 후회는 없다.

 

리는 별에서 왔다.

옛날엔 밀림 어느 곳에서든 목숨 걸지 않아도 먹고사는 일은 걱정이 없었다. 동물들은 우리의 행위와 노동에 관대했고 짧은 생이지만 타고난 수명을 다해 살았다. 1억년 넘게 이어진 얘기다. 지금은 어쩌다 뱃속 태아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인간과 싸움을 하는 시대에 있다. 수많은 동물은 온데간데없이 대부분 사라졌고 주변에 인간만 기하죽순 늘었다. 사람의 무기는 늘 우리보다 빨르게 진화했다. 모기향과 에프킬라는 호랑이 고스톱 치던 시절 얘기다. 심지어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놀고먹는 수컷을 꼬드겨 약을 먹이고 대량으로 방사해 암컷과 교미하게 만들어 알을 낳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약물관리법 위반에 의도가 명백한 강간치상, 이거야말로 인간과 방탕한 수컷들이 만든 말세가 아닌가? 과연, 이 별에서 더 오래 살아남아 버티는 건 당신들일까 우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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