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창문/이기철
소낙비 그치고 고추잠자리 뜨다
장독대 아래 물봉숭아 두어 송이 피다
비 그친 청석 위에 청개구리 혼자 오래 놀고 가다
채송화 꽃 진 자리에 흑요석 씨앗 열 개 반짝이다
묵은 창고 열고 햇빛 불어넣어 어둠 두 겹 씻어 내다
소낙비 담긴 물동이에 손가락 넣어 동그라미 몇 개 그리다
나뭇가지에 붙은 매미허물을 보고 잠시 슬퍼하다
자라는 생각을 손톱처럼 깍아 놓고 기다림의 종류 눌러쓰다
창문에 기대서서 지저귀는 새의 말 번역하다
들녘 끝 송아지 울음에 제목 못 붙이고 놀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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