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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특강

[스크랩] 몽유도원도 / 이동민

작성자유가형|작성시간26.06.08|조회수0 목록 댓글 0
몽유도원도
     
 이동민



    안평대군이 안견에게 들려준 꿈 이야기는 안평의 유토피아였다.

“말을 타고 달리니 산벼랑이 울퉁불퉁 하고 나무가 빽빽했다. 시냇길을 돌고 돌아서 거의 백굽이는 휘여져 있었다. 박팽년, 신숙주, 최항 등과 함께 골짜기로 들어가니 넓은 마을이 나왔다. 사방의 산이 바람벽이 되어 주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여 복사꽃이 어렴풋이 비쳤다. 붉은 노을 아래에 대나무 숲과 초가가 있었다.”

마지막에 이르기를

“정말로 도원이다.”

라고 했다.


    꿈 이야기를 길게 더 하고는 안견더러 그림으로 그리도록 했다.
 몽유도원도를 그릴 때의 안평대군은 조선에서 최고의 권세가였다. 인간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누렸다. 꿈 이야기에서 아무런 욕심이 없는 듯이 말했지만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일이다.
안견이 그림을 그려서 바치자 안평은 그 그림을 아주 좋아했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펼쳐 보이면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했다. 당대의 유명인들은 줄줄이 찾아와서 그림에다 발문을 남겼다. 김종서, 정인지, 하연 등의 정승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백팽년, 신숙주, 최항, 성삼문을 위시한 당대의 젊은 지식인인 집현전 학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꿈 이야기에서도 보았듯이 안평은 집현전 학사를 좋아했다. 특히 박팽년, 신숙주, 최항은 꿈에도 같이 거닐 만큼 각별했다.
정인지가 쓴 글의 한 줄을 보면 ‘지체 높으신 분이 신묘하게도 기(氣)를 하나로 모아서 행함도 없고, 마음의 거리낌도 없이 고운 본성을 지녔네’라고 했다. 인간에 대한 찬사가 이 보다 더 할 수가 있을까?
나이어린 단종이 왕위에 오르자 성인이었던 삼촌들이 권력에 욕심을 내고 음모를 꾸몄다.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세력이 제일 강했다. 멀지 않아서 권력이 바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수양이 권좌에 앉을까? 안평이 권좌에 앉을까? 조정 신료들은 어디에 줄을 서야할지 이만저만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었다. 몽유도원도에 글을 남기면서 안평에게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은 안평의 편에 서야하지 않을까?


    나는 몽유도원도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맞붙은 정치 싸움이 계유정난이었다. 이때 김종서는 목숨을 잃었고, 이현노는 추포되었다. 안평대군도 물론 잡혀들어갔다. 그런데, 안평대군을 잡아들이는데 팔을 걷어붙인 사람이 정인지이고, 신숙주이고, 최항이었다. 신숙주와 최항은 꿈 속에서 도원을 찾아갔을 때 함께 하였던 사람이었다. 안평대군의 생각으로는 가장 믿었던 지인이었음이 분명하다. 당대의 최고 지식인은 시체 말로 양다리를 걸치고 살았던 것이다. 발문에 이름을 남긴 사람 중에 공자, 맹자를 읽은 유학자와 달리 음악을 했던 박연은 안평대군을 떠나지 않았다.


     안평대군이 잡혀 들어갔을 때 성삼문은 한 발 먼 사람이라 치고, 박팽년이 어떤 일을 하였는지는 아무런 기록도 없었다. 아마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였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도 다칠가 봐서 몸을 사리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림의 발문을 훑어보다 잠시 눈을 떼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았다. 계유정난은 죽이고 죽는 권력 싸움이 분명하다. 누가 죽이는 편에 섰고 누가 죽는 편에 섰는지도 분명하다. 그 중에도 내 눈길을 끄는 사람은 신숙주와 최항이다. 더더욱 신숙주이다.
안평대군의 발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많거늘 도원에 노님에 있어서 나를 따른 자가 하필이면 이 몇 사람 뿐인가.”

“아울러 이들 몇 사람과의 교분이 특별히 두터웠던 까닭애 함께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쓴 몇 년 뒤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등을 돌렸을 때의 기분은 어떠하였을까?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숙연해졌다.

그의 발문을 읽을 바에야 마지막 구절까지 읽자.

“뒷날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옛날 그림을 구하여 나의 꿈과 비교하게 되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나는 안평대군보다 550년이나 뒷날의 사람이다. 그의 그림도 보았고, 그의 꿈도 알게 되었다. 안평대군이 내 말을 궁금해 하는 것보다는 안평대군이 더 뒷날에 남긴 글이 있다면 어떤 말을 했을 지가 궁금하다. 시저처럼 ‘범옹(신숙주) 너마저!’라고 했을까? 부르투스는 공화정을 지키려는 이념 때문이었지만 신숙주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인생은 한 번인데 의리 따위에 메여서 내 인생을 헛대이 던져버리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지.’ 혹시 신숙주는 이런 말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헛되이------.’ 나는 혼잣말로 되뇌어 보았다.(2016. 10)

,<대구문인협회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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