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 김숙자 이끼 낀 우물에 개구리밥으로 뜬 파란 수채화, 비스듬히 누운 빈 병 반쯤 물이 차 있고 침침한 잡념이 무성하게 덮여 있다 짧은 해와 달이 지난다 뒤따라가던 또 다른 해와 달 거미줄에 걸린다 李箱의 헌 외투도 걸린다 걸린 것은 덜커덩 바람을 흔들지만 두레박줄이 멀리 물 속으로 내려가 있다 살짝 켜켜이 쌓여 있는 고요를 무너뜨려 본다 우물은 한바탕 주름으로 기어간다 낮달 위에 내 파리한 얼굴이 포개졌다 사라진다 어디선가 움츠려 있던 거미가 나와 줄을 친다 李箱의 얼굴 위에다 방사선 여럿 좍좍 그 위에 동심원을 베풀어나간다 내 속의 퍼내지 못한 물이 우물에 흘러든다 거미줄에 한 점 고풍스런 바람이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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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콜로퀴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