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초경사 (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함,
乙(을)을 징계하여 甲(갑)을 경계함,
공연히 화를 불러들임
다음은 중국 당(唐)나라의 단성식(段成式)의 수필집인 《(酉陽雜俎)》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당나라 때, 지방의 한 탐관오리 현령(縣令)이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사복을 채우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일부러 현령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부패 사실을 일일이 열거해 고발장을 올렸다.
그러자, 고발장을 읽어보던 현령은 깜짝 놀라며 '여수타초 오이경사(汝雖打草 吾已驚蛇)'라는
글귀를 적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즉, '너희들이 비록 풀밭을 건드렸지만 이미 나는 놀란 뱀과 같다.'라는 뜻으로,
이것은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을을 징계해서 갑을 각성하게 하려 한 백성들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는 뱀을 찾아내어 잡는 것이 그 목적으로,
뱀을 잡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놀라는 척하며 풀밭을 두드리라고 한다.
즉,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 좋은 예를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반공사조(反共思潮) 완화정책으로 명방운동(鳴放運動)을 펴,
지식인과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고 선포했다.
이 명방운동은 '온갖 꽃이 같이 피고 많은 사람들이 각기 주장을 편다'는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 百家爭鳴)'이란 구호로 표현되었다.
중국공산당은 또 '말한 자는 죄가 없고 들은 자는 반성해야 한다'며,
온 국민이 공산당 숙당운동(肅黨運動)을 도와줄 것을 제기했다.
즉,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과감히 비판하라고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지식인들이 공산당을 소리 높여 비판하자,
마오쩌둥은 윤곽이 드러난 지식인들을
즉시 체포하고 정풍운동(整風運動)이란 명분 아래 줄줄이 숙청해 버렸다.
마오쩌둥은 뱀으로 비유되는 지식인들을 동굴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백화제방과 백가쟁명이라는 미끼를 던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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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풀이 부성한 산 속을 걸어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막대기다.
막대기로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해서 스스로 도망가게 하거나 모습을 드러나게 하여
뱀에 의한 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다.
타초경사(打草驚蛇)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전술이다.
'풀(草)을 건드려(打) 뱀(蛇)을 놀라게(驚)한다.'는 뜻을 가진 탐색 전술이다.
이것은 상대의 전력을 확실히 파알할 수 없고 의도 역시 불분명 할 때
작전과 관찰을 통하여 적의 반응을 살펴 적의 실체를 알아내는 방법 중에 하나다.
아직 상대방의 의도가 확실하지 않은데 무조건 돌격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상대의 의도와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손자병법 행군(行軍)편에서도 '군대가 행군하는 주변에 있는
절벽, 늪지, 갈대밭, 산림, 초지, 덤불 등의 지형은 적의 매복이 가능한 지역이기에
반드시 반복해서 수색해 보아야 한다.'라고 하면서 이 전술을 강조하고 있다.
적의 의도와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승패에 결정적인 변수다.
제일 좋은 것은 상대방의 모습은 확연히 드러나게 하고,
나의 모습은 전혀 모르게 감추는 것이다(形人而我無形).
나의 모습을 모르는 적은 수비가 분산(分)될 것이고,
적의 의도를 정확히 아는 나는 공격이 집중(專)될 수 있을 것이다.
분산된 적은 숫자가 적어질 수밖에 없고(寡) 집중된 나는 숫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衆).
결국 많은 수(十)로 적은 수(一)를 공격하기 대문에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적이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공격하고(出其不意),
적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지역을 공격하라는(攻其不備) 기습작전은
적의 의도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을 때 구사할 수 있는 병가(兵家)의 보검(寶劍)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네 가지 관찰법을 제시한다.
첫째 싸우기 전에 분석을 통하여 이해득실을 따져 보라(策之而知得失之計)
둘째 조그만 도발을 통하여 적의 동정을 살펴라(作之而知動靜之理)
셋째 모습을 바꾸어 지형의 위험성을 분석하라(形之而知死生之地)
넷째 정찰을 통하여 적의 허실을 파악하라(角之而知有餘不足之處)
득실(得失)과 동정(動靜), 사생(死生)과 허실(虛實)은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네 개의 기둥이다.
이번 기술 개발이 우리 조직에게 줄 이익과 손해는 무엇인가?
경쟁 기업이 현재 움직이고 있는 목표는 무잇인가?
내가 하고 있는 투자가 가능성이 있는 생지(生地)에 하고 있는가?
아니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지(死地)에 하고 있는가?
상대방 조직의 허점은 무엇이고 강점은 무엇인가?
이런 탐색을 통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다.
고구마를 삶을 때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 고구마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안다.
고구마의 겉모습(形)만 갖고는 정확히 고구마가 다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적의 허실(虛實)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찔러 보아 적의 반응을 살펴 적의 의도와 허실을 파악하여야 한다.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전술은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적에 대하여 아군이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재는 다양한 행동을 통하여 상대방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의심나는 곳이 있다면 정찰을 통하여 실정을 확인하고(疑以打實), 정확한 상황을 판단한 후 행동을 한다(察而後動)라는 원문을 보면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고,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을 떠울리게 한다.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정보야말로 승리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다.
하나 더...
불비불명 (不蜚不鳴)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큰 일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조용히 때를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