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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카레, 세계를 홀리다

작성자운영자/고은별|작성시간26.06.12|조회수30 목록 댓글 0

카레, 세계를 홀리다

몇년 전, 델리에 사는 우리 가족은 남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 주 출신의 한 부부에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대접해 주었는데 바로 치킨 브리야니였다. 우리나라 음식 중 닭고기 볶음밥과 비슷한 요리라고 보면 된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나 요리 방식이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따로 명칭을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리식으로 ‘닭고기 영양 볶음밥’ 정도로 해 두자.



우리는 푸짐하게 차려진 치킨 브리야니를 먹으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드라프라데시 주의 수도인 하이데라바드의 이름을 딴 하이데라바드식 브리야니가 다른 지역의 브리야니각주1) 보다 더욱 맛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의 정통 브리야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음식을 소개해 준 부부가 안드라 출신이어서 그들의 고향 사랑에서 나온 설명이긴 하겠지만, 내가 만난 출신 지역이 각기 다른 여러 명의 인도인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이데라바드식 브리야니는 주재료인 치킨에 코코넛 오일, 향신료, 견과류, 우리나라의 한약재 같은 재료들을 첨가하여 특유의 향과 맛을 내는 요리다. 일전에 힌디어를 배우기 위해 몇 달 머물렀던 무수리에서 만난 미국 중년 여성 수지(Susy) 아줌마가 만들어 준 브리야니가 떠올랐다. 수지 아줌마는 인도인 남성과 결혼해서 20년 이상 인도에서 살고 있었다. 그 맛을 델리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더 재미있는 점은 브리야니를 홈메이드 요거트와 섞어서 함께 먹는 것이었다. 차고 시큼한 플레인 요거트를 따뜻하고 기름진 브리야니에 얹어서 먹다니? 좀 의외이기는 했지만 맛은 예상외로 좋았다.


아무튼, 아내와 나는 그 후로도 종종 식당에서 브리야니를 주문해서 먹곤 했다. 아마도 그 맛에 중독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 요리는 전부 카레일까?

인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에서 으뜸은 단연 카레라 할 수 있다. 강황과 함께 곁들여지는 형형색색의 향신료(마살라)로 어우러진 카레만의 독특한 향과 맛은 오늘날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카레는 기원전부터 인도의 역사 발전 과정과 궤를 같이 하면서 다양하게 변화, 발전되어 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레는 강황과 밀가루를 섞어서 물에 잘 섞은 후 여러 야채와 고기를 넣어 걸쭉해질 때까지 끓여서 밥 위에 얹어서 먹는 음식이다. 한국에서도 카레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식 카레 요리는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강황을 넣은 카레와 많이 다르다. 이것은 인도를 방문하거나 인도에 살다 보면 누구나 알게 된다. 우리는 카레라는 이름을 붙여서 다른 요리와 구별하지만,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요리가 향신료, 즉 마살라를 첨가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걸쭉한 죽 같은 노란색의 한국식 카레 이외에도 다양한 색깔의 카레 요리가 있다. 또한 전혀 걸쭉하지 않은 데도 카레에 분류되는 음식들도 있다. 그래서 인도 요리를 말할 때 대표성을 띠는 단어인 ‘카레’로 설명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도 카레 요리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서 분명 카레를 주제로 다루지만 더 나아가 인도의 요리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우선 인도 요리의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은 인도 요리에 대한 전문지식을 전달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소개함으로써 또 다른 인도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또 다른 인도 요리를 들자면, 탄두리 치킨, 아프가니 치킨, 탄두리 로띠, 샤히 빠니르, 치킨 코르마 등이 대표적이다. 큰 화덕에 구워 만든 탄두리 치킨의 경우 한국의 다양한 치킨 요리들—닭볶음탕, 안동찜닭, 춘천닭갈비, 닭가슴살 샐러드, 닭고기 바비큐, 훈제 치킨,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등—과는 다른 맛을 내는 실로 혀에 재미를 더하는 음식이다.


샤히 빠니르는 채식주의자들도 좋아하는 인도식 치즈 음식인데, 치킨 코르마와 함께 우유로 만든 크림, 버터 등으로 요리한 음식이다. 알맞게 찢은 탄두리 로띠를 여기에 찍어 먹으면서 탄두리 치킨 등과 함께 식사하면 근사한 한 끼의 인도 요리를 먹은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샤히 빠니르의 ‘샤히’라는 말은 ‘왕, 임금’이란 뜻으로 궁중 요리로서의 샤히 빠니르는 예전에는 일반 서민들이 먹을 수 없었다. 지금은 인도 궁중 요리도 누구나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러크나우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슬람 모스크 주위에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파는 로말리 로띠에 케밥을 넣어 말아 놓은 롤 음식을 먹었는데, 다른 로띠보다 얇고 탄력성이 있는 롤과 그 안에 들어간 케밥 그리고 향신료를 첨가한 야채들이 어우러져 로말리 로띠만의 맛이 일품이었다. 그것은 잊지 못할 러크나우식 요리로 지금까지도 그 맛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정도다.


인도인 가정의 식탁

전통의학 아유르베다 의원은 요리사?

앞에서 언급한 몇몇 인도 요리들은 현재까지 인도인들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인도 대표 요리들 중의 하나다. 그럼, 위의 요리들과 함께 인도 카레는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인도 요리로 정착하게 된 것일까? 그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한 가지 발견했다. 위의 대부분의 요리가 16세기 이후 무굴 제국 시기에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에서 전해진 이슬람식 요리로, 인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인도 카레 음식들과 만나 새로운 인도식 무굴 요리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도 요리는 고대부터 전해져 오는 인도 전통 요리법과 외부에서 전달된 요리법이 어우러져 탄생했다. 이것이 인도 요리의 두 가지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인도 고대에서 전수된 요리법에 대해 소개하고, 두 번째로 현대 인도 요리가 있기까지 외부에서 첨가된 요소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겠다.


고대부터 이어져 오는 인도 음식은 그 법칙이 있다. 그것은 흔히 인도의 전통의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아유르베다(Ayurveda)’각주2) 를 통해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기원전 1세기경 ‘카라카 삼히타’와 ‘수슈루타 삼히타’로 대별되는 아유르베다 의서(醫書)에는 올바른 음식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그 기록에 의하면, 여섯 가지 맛(얼얼하게 매운맛, 신맛, 짠맛, 단맛, 떫은맛, 쓴맛)을 기준으로 음식 재료를 분류하고 있으며, 맛의 조화를 위해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재료를 섞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습관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아유르베다 의원(醫員)은 자연스럽게 음식 맛을 감별할 줄 아는 능력을 소유해야 했다고 한다. 의사이면서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예를 들면, 더운 음식에 속하는 고기와 후추 등은 매운맛, 신맛, 짠맛을 낸다. 이 재료들은 주의해서 다뤄져야 하는데 왜냐하면 갈증이 나게 하거나 땀을 흘리게 하고, 흥분하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 찬 음식인 우유, 대부분의 과일 등은 단맛, 떫은맛 혹은 쓴맛을 낸다. 이 재료들은 쾌활하게 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기에 덜 위험한(?) 재료라 하겠다. 이러한 두 종류의 재료들을 적절히 섞어서 요리를 하는 것이 인도의 전통적인 요리 방식이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도 요리의 기본 법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음식법은 인도의 기후 변화에 따라 계절마다 적절히 조절되어야 했다. 더운 계절에는 몸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에 ‘카라카 삼히타’에서는 유제품 같은 찬 음식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추운 계절이 되면, 술 그리고 꿀과 함께 지방이 함유된 고기 같은 음식을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적의 향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날그날의 상황에 맞춰 향신료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나, 여러 채소 요리에 소금과 설탕을 동시에 첨가하여 적절한 맛을 내는 것, 더운 재료인 후추와 찬 재료인 요거트를 함께 섞는 것(앞에서 언급한 브리야니 요리에 요거트를 곁들여 먹는 방식도 아마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인도인의 아유르베다식 식습관을 반영하는 듯하다), 싫증 나는 소스에 변화를 주기 위해 타마린드를 조금씩 첨가하는 것 등은 모두 아유르베다 음식법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도 향신료 시장

카레는 퓨전 요리인가?

두 번째 이야기는 외부로부터의 영향이다. 현대 인도 카레 요리(혹은 인도 요리)에 영향을 준 두 가지 사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1498년 포르투갈인 바스쿠 다가마가 인도 캘리컷 항구를 발견한 사건과 1526년 바부르가 무굴 제국을 건국한 사건이다.


이 두 사건 이후로 인도에 침입하거나 이주해 온 중앙아시아인, 페르시아인, 유럽인 들이 가지고 온 요리법이 인도 음식과 만나 향후 400년 동안 인도 요리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인도 요리를 있게 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 카레는 인도만의 전통이 아니라 인도와 세계가 만나서 새롭게 탄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먼저 탄두리 치킨과 케밥, 브리야니, 코르마 등의 무굴 음식들과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고아(Goa) 음식인 빈달루, 마드라스식 카레, 마살라를 첨가해서 인도식으로 재탄생한 커틀릿, 이른 아침과 식간에 마시는 짜이(밀크 티) 등이 서양 음식들의 영향으로 생긴 대표적인 인도 요리다.


특히 식사 시간의 주메뉴는 아니지만 영향력 면에서 인도 음식 문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홍차, 즉 짜이다. 차(茶)는 본래 중국에서 전 세계로 전파되었는데,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홍차가 인도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인도식 짜이 제조법은 영국의 그것과 약간 다르다. 영국인들은 끓인 홍차에 데운 우유를 적당히 넣어 기호에 따라 설탕을 첨가해서 마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도인은 시작부터 물과 우유를 함께 끓이다가 중간에 홍차 잎을 넣고, 좀 더 끓인 후 설탕을 첨가한다. 그리고 한참 끓이다가 약한 불로 조절하기를 몇 분 하고 나서야 인도인의 짜이가 완성된다. 특히 인도인의 카레 사랑을 나타내는 ‘마살라 짜이’는 말 그대로 짜이에 마살라 향을 첨가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인들의 카레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전해진 서구식 식단 중 패스트푸드 음식들이 있다.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등이 그 대표적인 음식들인데, 그 음식들에서도 카레 맛이 난다. 나에겐 익숙한 맛이지만 종종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어도 카레 맛이 나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소연하는 배낭여행객이나 주재원을 만나곤 한다.

인도 요리는 단지 인도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 침입자, 이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제3의 요리로 태어나서 그 다양성을 증대시켰다는 점에서 ‘카레의 세계사’라 이름 붙여도 무방할 것이다.

[TIP]
• 인도 본토의 카레를 맛보기를 원한다면 인도 식당을 찾아가 보자. 그곳에서 여유 있게 메뉴를 살핀 후, 직원의 도움을 받아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해 보자. 이를 위해선 혼자가 아닌 두세 명이 뭉치는 편이 나을 것이다.[웹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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