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지갑/김준한
더하기 빼기 반쯤 접어 둔,
옹졸한 속내를 비난 할 자격은 내게도 없다
함께하자며 서로를 곱하고
사랑한다며 서로를 나누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세월의 모퉁이를 떠돌며
끝내 네 가슴에 정착하지 못했던 건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신용등급 때문이었을까
허락된 인연의 유효기간은 짧았다
주어진 하루를 쓰지 않고 잔고에 입금하면
아무런 추억을 구입한 것도 없는데
다음 날 도둑같은 세월이 이체해가고 없었다
태어날 때 입금된 수명,
그 시간을 조금씩 출금하며
여기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싼값에 무난히 지나온 시절과
비싼 값을 치르고도 겨우 건너온 순간들이
귀퉁이 닳은 몸에 주름진 영수증처럼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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