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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광어회 팝니다

작성자김준한|작성시간26.06.07|조회수20 목록 댓글 0

자연산 광어회 팝니다

김준한

 

친구들은 모두 대학으로 갔고

너는 그해 시를 배우겠다며

흑산도 홍어잡이 배에 몸을 실었다

 

등단과 공채와 자격증 사이로

이름표를 목에 건 친구들은

물살 없는 수조에서

서로의 비늘을 긁지 않는 법

적당한 온도로 숨 쉬는 법

죽지 않을 만큼만

헤엄치는 법을 익혀 갔다

 

너는 망망한 물때에 떠밀려

곁의 부재가 아니라

존재의 고독을 먼저 배워야 했다

 

흔들리는 뱃머리를 원고지 삼고

그리움을 벼린 주낚바늘 하나 던져

월척의 시어들을 낚아 올렸다

 

비릿한 문장들을 말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매듭을 묶고 풀어야 했던가

 

한때는 믿었다

좋은 문장 하나가

한 사람을 끝내 살릴 수도 있다고

 

그러나 세상은

지느러미를 파닥이는 날것보다

잘 포장된 문장을 오래 진열했다

 

비릿한 자기 연민으로 살을 불린 시들

오늘의 추천 메뉴처럼 쏟아지고

서로를 베껴 닮아 간 문장들은

얼음 위 광어회처럼 희고 무표정했다

 

오래 떠돌고 나서야 알았을까

비린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 깊은 곳으로 스미는 것임을

 

안주하지 못한 날들의 물살이

아직도 꼬리뼈 아래서 출렁이고

 

식지 못한 핏줄 하나 목 안에서 천천히 뛴다

너는 오늘도 그 살점을 얇게 저며

혼자 오래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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