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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산

작성자김준한|작성시간26.06.07|조회수11 목록 댓글 0

비 그치면 손에서 잊히는 우산/김준한 

 

손은 젖은 기억을 털어내고

바람에 뜯긴 하늘을 접어 귀퉁이에 세워 둔다

 

오래전 버려진 우산 하나

활짝 뒤집힌 생의 안쪽에

무너져내린 허공을 받아낸 흔적 깊다

 

구겨진 시간의 틈마다 흘려보내지 못해 

고여 있는 기억들

 

세월의 심연 어디쯤,

결빙된 기억들로 응집한 기류가

머나먼 수평선을 건너와

낯선 오늘과 충돌할 때,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지키려

가느다란 중심축을 꼿꼿이 세웠지만,

 

받들고 있던 허공은

끝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무너져 내렸다

 

나에게도 환했던 시절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허공 중에 증발한 빛은 잡을 수없고

언제나 주름진 세월 속에 고인 기억들만

빗방울처럼 맺혔다

 

부러진 살대를 하나씩 헤아리는 바람

아무도 줍지 않는 오후가

젖은 아스팔트 위에 길게 엎드려 있다

 

찢어진 자리마다 바람의 뼈가 돋아나고

비어 있는 중심에서는

아직도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버려진 청춘같은 우산을 툭 건드리자

그제야 붉게 녹슨 기억들이 

세월 저편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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