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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깨끗한 날에 핀 애기메꽃/ 섬진강 문학학교에 많이오세요

작성자나종영|작성시간02.07.31|조회수75 목록 댓글 0
제4회 섬진강문학학교/<인사말>

내 마음 깨끗한 날에 핀 애기메꽃


안녕하십니까?
옥수수밭 푸른 잎사귀 너머로 하모니카 소리가 그리운 여름입니다.
멀리 강둑 길에는 참방동사니로 우산모양을 만들어 쓰고 달려오는 한 떼의 푸르른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래 강가에는 투망질을 하는 남정네들과 치마를 반쯤 걷고 하얀 발로 모래를 훔쳐 조개를 잡는 크내기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산넘어 뭉게구름이 일고 한 차례 소낙비가 지나갈 때면 어머니는 남새밭 가장자리에 가 단수숫대를 쳐오고, 우리들은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 이빨로 단수숫대를 벗겨 단물을 빨아먹었습니다. 댓돌 아래로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며 쪽쪽 빨아먹는 단수수맛은 어떤 빙과류보다 시원하고 달짝지근 했습니다. 지금은 별별 색색의 아이스크림이 나와 아이들의 여름 입맛을 돋구지만 그 시절에는 단수수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 여름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 별미이기도 하였습니다.
해가 지붕을 넘어 서쪽으로 설핏 기울면 당산나무에서 울던 매미소리도 잦아드는 데 이때쯤이면 논일을 나간 동네어른들도 하나 둘 당산나무 아래 정자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동네 초입에 버티고 있는 당산나무와 정자는 어느 누구도 피해서 갈 수 없는 관문이기도 했지만 그곳은 온 동네 사람들의 쉼터이며 이야기 장소였습니다. 누구네 집 누구네 자식들의 기쁜 일과 궂은 일을 함께 나누고 함께 걱정하는 대동의 터였던 것입니다.
첨단과학이 발달한 요즈음의 인터넷도 못하는 따뜻한 '마음의 교환'을 그때 우리네 사람들은 동네 앞 큰 나무 아래에서는 했던 것입니다.
제 마음에는 이러한 풍경들이 단순한 흑백사진으로서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천연색'으로, 그리고 삶이 묻어나는 살아있는 느낌으로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학은 진정 사람의 삶과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며 풀이며 벌레들의 삶이며, 우주의 생명을 알고 이해하는 데서 문학은 출발합니다.
오늘 제4회 섬진강문학학교에 들어오시는 모든 분들이 가슴속에 이 세상 안에 있는 이름 하나씩을 가져가시기를 빌어봅니다. 별 하나의 이름과 풀꽃 하나의 이름과 돌멩이 하나의 이름, 옆자리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동무의 이름과 말없이 빙긋 웃고 있는 시인의 이름 하나와 그리고 삶과 역사를 건너온 노작가의 이름을 마음에 담아보시길 바랍니다.
섬진강은 상추메기골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하동포구를 지나 남해로 흘러가는 오백리 긴 강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섬진강은 우리 마음에 깨끗한 강의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내 마음속에 맑고 깨끗한 두레박을 끄집어 올려보는 일이 곧 이 섬진강문학학교에서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여름피서보다 의미 있고 살찌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섬진강 문학학교에 계시는 동안 여러분의 머리 위에 고추잠자리가 날고, 여러분의 가슴에 환한 애기메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 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8월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나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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