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흐린 날은 연밭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꽃들도 나도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꽃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볼 마음도 생긴다
연밭을 몇 바퀴 돌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손전화를 건네시며
연꽃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하신다
꽃 사진을 먼저 찍고 난 뒤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를 달래어
얼굴이 들어간 사진도 한 장 찍어 드렸다
할머니는 당신의 손등을 내게 보이시며
손도 찍혔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사진을 어디서 찾느냐고 또 물으신다
갤러리에 들어가 사진을 보여드리다가
슬쩍 보니 할머니 손등도 찍혀 있었다
할머니와 나는 조금 더 연밭에 있었다
흐린 날은 연밭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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