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상정 (人之常情 )
사람 마음이란 참 묘하다. 이성으로는 이해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내 일이
되면 마음이 먼저 앞선다. 서운함이 먼저고,
억울함이 먼저다.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 말을 꺼내 본다.
인지상정.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살다 보면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고, 표정 하나에 밤잠을 설치기도한다.
젊을 적에는“왜 저럴까” 하고 상대를 먼저 탓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 물음은 슬그머니 바뀐다.
“저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 이것이 세월이 가르쳐준
가장 큰 공부다. 친구의 퉁명스러운 말에 기분이 상한
날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씩씩거렸을 텐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오늘 저친구도 집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모른다.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해는 상대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편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가족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가장 가까운 사이라서
더 서운하고, 더 기대하기에 더 아프다. 그럴 때“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는 말 대신 “그럴 수도 있지,
인지상정이지” 하고 한 박자 쉬어 가면, 싸움이 대화로
바뀐다.마음은 말보다 빨라서, 붙잡지 않으면 금세
상처를 낸다. 인지상정은 상대를 감싸는 말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다독이는 말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마음도 없다.실수하고 흔들리는 것이 사람의
본래 모습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덜 날카로 워진다. 요즘 나는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걸릴 때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그래, 인지상정이야.
나라도 그랬을지 몰라.”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의
매듭이 하나 풀린다.살아보니, 세상을 부드럽게 사는
지혜는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사람 마음을 사람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