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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와 글방

♡♡ 잠 못 이루는 밤에

작성자청운의 꿈|작성시간16.09.08|조회수92 목록 댓글 2

 

 

 

 

 

설렘잠 못 이루는 밤에두근사랑해

                                 - 청운의 꿈

 

 

 

<1>

잠 못 이루는 사람의

창문을 두드리며

사랑을 앓고 누운

가슴을 뒤척이며

밖엔,

입춘 지난 밤비가 내리고,

겨울 언 땅을 녹이는

빗물이 흐르고.

들어올 듯 가버릴 듯

부르는 목소리로

목련 가지를 붙들고

바람은 일어서고,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아서

밤 열차에 흔들리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은 또다시 허리를 뒤튼다.

 

<2>

어디를 둘러보아도

길은 보이지 않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그림자 외로운 어깨 위로

비는 내리고,

고도(孤島)의 기슭을 할퀴던

등대지기의 손톱 밑에도

비는 내리고,

밤 허공을 휘어잡고

항구마다 헤매던

찢긴 우산 받쳐든 여인의

흐트러진 이마 위에도

비는 내리고,

젖은 속눈썹을 뽑으며

풀어헤친 가슴 속으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줄기가

맨발의 아픔을 씻어 내린다.

 

<3>

어떤 분단된 가슴앓이가

갇히고 굳어버린 절규가

활활 타오르는 등대가

뛰어넘을 수 없는 빙벽(氷壁)이

흔들리며 무너지며

빗속에 녹아서 흘러서

퍼덕거리는 이 밤.

마침내 몽유의 병든 잠을 떨치고

잠옷 바람으로, 안개 낀

목소리 찾아 뛰어가던

다리 부러진 안경 속으로

아, 봄의 입김을 업고 달려오는

눈송이 눈송이여.

가로등에 기대어

밤을 밝히는 여인과

육교 층계 위에 쓰러져

잠 이루는 사내가

춤추는 웨딩드레스의

눈발에 덮이고,

겨울 언 땅을 녹이고

나무뿌리를 적시는

무수한 파도소리

멀리 가까이서 깃을 칠 때.

 

<4>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위에서

다시는 나눌 수 없는 사랑의 하늘에

다시는 펼칠 수 없는 꿈의 무지개를

이제는 흙 속에 묻혀도 좋을 생애의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순간들을

영원으로 엮어서 꽃피우기 위하여

잠들 수 없는 잠들 수 없는

밤의 통로여.

긴긴 밤 눈보라 속에 꺾인

동상(凍傷)의 나뭇가지를 붙들고

입김 서린 손길로 어루만지며

참고 숨겼던 아픔의 눈물들이

응혈을 푸는 몸짓으로

낙엽 뒹구는 마른 풀잎 위에 엎드려

비로소 소리 내어 몸부림치는구나.

 

<5>

천창(天窓)을 뚫고 오르려다

죽지 부러진 날개들을

부등켜안고 부릅뜬 여기,

머리를 쥐어뜯는 고뇌의 손가락이

어떤 것인지

무릎을 적시는 슬픔의 그림자가

어떤 것인지

밝고 따뜻하게 웃음꽃 피워 올리는

삶의 뿌리가 어떤 것인지,

높은 산맥을 따라 마구 치닫고 싶다.

깊은 계곡을 따라 마구 뒹굴고 싶다.

아직도 밤비는 내리고

눈발이 흩날리지만......

 

 

 

 

 

1978.2.10 북가좌동, 비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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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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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잔디 | 작성시간 16.09.09 참 좋은글 잠못이루는밤의 시 한참 머물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운의 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9.10 푸른잔디 님!!!~~~^_^*
    과찬이십니다. 젊은 날의 방황이고 고뇌의 편린의 메모일 뿐이지요.
    그저 부끄럽고 안타까운, 때로는 그리운 추억의 그림자로 아른거리고 있답니다.
    님께서 수많은 글들을 지속적으로 게시하시고 계신 것을 보면서도
    틈내어 정독하지 못하고 댓글을 올려드리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머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성의와 배려를 갖출 수 있는 좋은 날들이 다가오기를 소망하면서,
    님께서 맞이하시는 날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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