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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와 글방

곰 / 내가 사는 이유(2)

작성자청운의 꿈|작성시간16.09.08|조회수54 목록 댓글 4

 

 

 

 

 

                  

           <사는 이유>(2)

 

                        - 청운의 꿈

 

 

 

 

                    

시냇가 물고기 바라보며

버들피리 꺾어 불던

할미꽃 피고 지는 고향땅

흙이 그립습니다.

 

 

지치고 병든 몸

알맞게 묻힐

양지 바른 언덕

흙이 그립습니다.

 

 

어머니 품속 같이

편히 누워 잠들고 싶어서지요.

 

 

산전수전 다 겪은 이제

무엇을 더 망설이며

더 바라보리요.

산모퉁이 저녁 노을

낙엽 되어 돌아가고픈 길

가로막고 선 빚 때문에

잠시 돌처럼 앉아 있는 거지요.

 

 

꿈속에서도 짊어지고 있는 빚.

갚아도 갚아도 청산 되지 않는 빚.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땀 흘리며

울부짖어 가슴 뜯고 몸부림쳐 보지만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빚,

겹겹으로 휘감고 있는

집채만한 빚 덩이

수레 끄는 황소처럼

멍에 메고 기우뚱 기우뚱

나무뿌리, 땅을 파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팔의 인대도 늘어나서

무거운 것 제대로 들 수도 없고

수저마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손

신음을 움켜쥐고, 무거운 가방

오른 팔 왼 팔 바꿔 들며

뒤뚱뒤뚱 오르내리는 언덕길

나뭇잎에서 굴러 떨어진 달팽이처럼

몸 던져 청산될 가망이 전혀 없지만,

오늘도 컵라면 곱빼기로 공복을 채우고

산너머 푸른 아침

무지개를 꿈꾸며,

비바람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겁니다.

 

 

한 마리 여우와 두 마리 토끼

더불어 둥그렇게 굴 파고 지붕 얹은 집

이 집채만한 빚 덩이

털가죽 벗듯 벗어 던질 수 없어,

손발톱 빠지도록 끌어안고

안간힘 쓰는 순간순간마다

허리를 뒤틀며 춤을 추듯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핏빛 불꽃 때문에

아직도 숯덩이 같은 건빵을 씹으며

눈보라 언덕길 오르고 있는 겁니다.

 

 

 

 

 

 

- ♣ 2002.5.1 근로자의 날 밤, 논산역 대합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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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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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천혜주 | 작성시간 16.09.08 논산역 대합실에서 쓰신 글 감동입니다 . 집채만한 빚덩이라 .. 그래도 현실이 행복이 아닐까요
    건강 하시지요 ?
  • 답댓글 작성자청운의 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9.10 감사합니다. 천해주 님!!!~~~^_^*
    어느덧 14년의 무겁고 힘겨운 세월이 지나갔군요.
    수십 년 살던 서울 집을 팔고 정리해서 지방으로 이사하여 생활한 지 벌써 14년이라!!~.
    지금은 홀가분하게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는 세상살이가 기쁘고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답니다.
    오랜 좌골신경통과 당뇨라는 질병이 오히려 다행이고 감사의 조건이 되고 있지요.
    건강관리와 신앙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지고한 사랑과, 영생의 은혜를 입혀주시고 인도하시는
    십자가 구원의 우리 주님의 내주하심과 간섭하심 가운데
    구원의 놀라운 생활을 감사 감격으로 영위하기 까닭입니다.
    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작성자푸른잔디 | 작성시간 16.09.09 올리신 글 너무좋아 마음에 담아갑니다.
    올리신 글 보고 또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운의 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9.10 감사,감사합니다. 푸른잔디 님!!!~~~^_^*
    '고난이 유익'이란 성경 말씀이 되살아나는군요.
    과찬이시지만, 거듭 감사로 받겠습니다.
    맞이하시는 나날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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