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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와 글방

백야(白夜)

작성자청운의 꿈|작성시간16.09.10|조회수54 목록 댓글 2

 

 

 

 

 

 

 

백야(白夜)

 

                        새벽에 쓴 일기

                                      - 청운의 꿈

 

 

 

 

내 침실은,

날마다 춤추며 오르내리는

기름 찌꺼기 불타는 바다의

어깻죽지에 걸려 무너져

옮겨 다니는 텐트 속

뜬눈으로 밝히는

젖은 모래성(城)

 

 

굴뚝으로 솟구치던 해일(海溢)이

혀 깨물고 돌아누운

어둠 속,

끓어 넘치고

얼어 부스러진

붉은 술잔을 더듬거리는,

잠옷 걸린 창() 곁에

앉은 화분(花盆)아.

 

 

비수(匕首) 물고 달빛 쪼던 까마귀

피고름 토하는

유형(流刑)의 섬 기슭에 녹슬어 묻혔던

회한(悔恨)의 풍랑이 휩쓸고 간

방(房)안 가득히

어지러운 떼도둑 웃음소리

구둣발자국,

 

 

콧속 후벼 뜯는

추적(追跡)의 발톱

뭉크러져 돌아와,

목젖 아린 목젖 아린

열풍(熱風)은 일고.

 

 

이부자리 적셔

흐르는 식은 땀에

흐느끼는 그림자.

 

 

어쩌다가, 뽑힌 뿌리로 끌어안고

비틀거리는 이 긴긴 밤에

속 쓰린 한줌 흙은

꽃을 피웠나.

 

 

멀리 또 가까이

목쉰 기적(汽笛)이

어둠 앓는 닭

모가지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몸부림치고,

 

 

꿈틀꿈틀 죄어드는 먹구렁이

풀리는 화분 위로

창이 열리고,

밤안개 풀어내는

솔바람 소리

 

 

졸음 쏟아지는 새벽

이슬 터는 날개여.

 

 

 

 

 

 

♣ 1967년 12월, 동산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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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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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잔디 | 작성시간 16.09.11 백야(百夜) 올리신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운의 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9.12 감사합니다. 푸른잔디 님!!!~~~^_^*
    날마다 더욱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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