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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白夜)
새벽에 쓴 일기
- 청운의 꿈
내 침실은,
날마다 춤추며 오르내리는
기름 찌꺼기 불타는 바다의
어깻죽지에 걸려 무너져
옮겨 다니는 텐트 속
뜬눈으로 밝히는
젖은 모래성(城)
굴뚝으로 솟구치던 해일(海溢)이
혀 깨물고 돌아누운
어둠 속,
끓어 넘치고
얼어 부스러진
붉은 술잔을 더듬거리는,
잠옷 걸린 창(窓) 곁에
앉은 화분(花盆)아.
비수(匕首) 물고 달빛 쪼던 까마귀
피고름 토하는
유형(流刑)의 섬 기슭에 녹슬어 묻혔던
회한(悔恨)의 풍랑이 휩쓸고 간
방(房)안 가득히
어지러운 떼도둑 웃음소리
구둣발자국,
콧속 후벼 뜯는
추적(追跡)의 발톱
뭉크러져 돌아와,
목젖 아린 목젖 아린
열풍(熱風)은 일고.
이부자리 적셔
흐르는 식은 땀에
흐느끼는 그림자.
어쩌다가, 뽑힌 뿌리로 끌어안고
비틀거리는 이 긴긴 밤에
속 쓰린 한줌 흙은
꽃을 피웠나.
멀리 또 가까이
목쉰 기적(汽笛)이
어둠 앓는 닭
모가지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몸부림치고,
꿈틀꿈틀 죄어드는 먹구렁이
풀리는 화분 위로
창이 열리고,
밤안개 풀어내는
솔바람 소리
졸음 쏟아지는 새벽
이슬 터는 날개여.
♣ 1967년 12월, 동산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