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淸掃夫)
- 청운의 꿈
목젖 쓰린 어둠 덩어릴 삼키고
숨막히게 오르내리던 계단 끝에서
문둥이의 숟가락이듯
팽개쳐 버릴 수도 있었던
몽당비를 들고 비틀거리는
잿빛 고드름 녹아 흐르는
쓰레기 마당.
푸른 갈잎 깔리는 그늘에
비늘로 부서지는 비듬을 긁고 섰으면
밤마다 피를 달이던 불꽃들이
무릎 시린 눈송이로 쌓이고,
기나긴 밤 엎드렸던 아내의
눈물 젖은 목소리가 되살아나
채찍 맞듯 비질하며
가슴 앓는 나의 일터.
밤새도록 들락날락
박쥐의 기름으로 빚은 술을 마셔대고
지껄이는 취객들이 게워 내놓는
찌꺼기가 흐물거리는 구석 구석
한낱 걸레뭉치로나 불려질
누더기 몸뚱어리의 너는,
새끼 치는 거미집 투성이의 거울 속
피가 더 흐르기를 멈춘
자신의 가슴을 닦아낼 수 있는가.
아직도 신문지와 과일 껍질이 씨름하고
매연과 그을음이 흩날리는
춥고 어두운 시대의 그늘 밑에서
털고 쓸고 털고 쓸고, 쓸고 닦다가
지쳐 쓰러져 누운 복도 끝 벤치.
아무리 녹슨 비가 내리고
황사 눈바람이 휘몰아쳐 와도
새색시 봄나들이 오솔길 같은
너와 나의 골목이기를,
꽃 피듯 옷을 벗고 웃음 짓는
첫사랑 눈 속 같은
우리 마당이기를 ...
발버둥이치는 생존의 뼈가
퉁겨져 나뒹구는 길목으로
고철과 넝마를 짊어지고
뒤뚱뒤뚱 돌아오는 이웃들 틈에서
꼭 쓰레기통일 수밖에 없는 나는,
누구나의 재떨이를 발등에 얽어매고
탈바꿈의 담뱃재가 쌓이는
겨울 모자를 벗어던지며,
솔바람소리 가득한 앞뜰에
앉아 노는 어린이들
눈망울 속 맴도는 아내의
목화 꽃 환한 모습
피어오르는 푸른 하늘 깊숙이
뜨거운 내일에의 깃발을 헹구고 있다.
♣ 1966년 8월 워커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