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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
- 청운의 꿈
봄을 기다리는 여인에겐
아무런 말이 없어도 좋았다.
그러나 너에겐
언제나 미소 머금은
너 특유의 목소리가 있어야 했다.
그것은, 내 목마른 영혼의 입술이
네 호수 빛 동공(瞳孔)의 그윽한 숨결 속에
함초롬히 젖어들어
한 마리 나비 되어 꿈속을 헤매다가
돋아난 날개 접고 노래 부르던 날
<정말로! 정말로!......>
뿌리침을 받으며 헤어진
그 애달픔 때문이라고나 할까.
하여, 너의 그 목소리는
나의 핏줄마다 연연히 감돌아 흐르는
천년 그리움의 뜨거운 체온이
부푼 수밀도(水蜜桃)의 가슴 속을
배꽃가지에 달빛 어리듯 맴돌다 퍼지는
신비로운 메아리 메아리~
잊으려 잊으려 해도 끝내
한결같이 치솟기만 하는
보름달처럼 더욱 떠오르는
너의 그 모습 잊을 수 없어
꽃다발 한 아름 호젓이 안고
견우직녀 삼백 예순 다섯 날
하루같이 기다리며 사뭇 허위적이던
그 손길이 맞닿는 사연보다도 더 애절한
피맺힌 그리움으로
오늘도 찾아 헤매는
나의 사랑, 너의 목소리.
소라의 푸른 무늬 출렁이는 가슴으로
언덕 위에 봄비를 맞고 섰으면
귀를 막아도 들리는 너의 목소리
꿈길에도 사무치는 너의 목소리
<...이 음악, 참 아름다워요~!!>
학처럼 날아오르고픈 창공을
아련히 물살 지운다.
여인에겐 목소리가 없어도 좋았다.
그러나, 노을진 들녘
아까시아꽃 그늘 환한
늪가의 밀어(密語)처럼 애틋한
너의 그 목소리는
꼬옥, 언제까지나
나의 뜰에 있어주어야겠구나.
♣ 1977년 봄, 세종로 고려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