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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랴 (1)
- 청운의 꿈
이 세상 한 점 티끌로 살다가
한 방울의 이슬로 살다가
한 잎 낙엽에 씻기어
한 줄기 바람 속으로
사라질 아픔.
새들의 울음소리가
시냇물 소리로 흘러넘쳐
피어나는 꽃잎으로 흔들릴 때
모닥불처럼 타오르던
핏빛 노을이 지고,
하나 둘 나타나는 별빛 속으로
절뚝거리던 나의 생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사랑하던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울고 웃던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오르내리던 산길 발자취 같이
찢기어 흩어진 사진 같이
파도치는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면,
나는 어찌 하리야
나는 어찌 하리야
비바람 치던 골목
찢긴 우산 같이
눈보라 치던 언덕
낡은 외투 같이
버려질 멍에를 끌고
나는 무엇을 찾아
어디로 가는 걸까.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의 물결 속에
싸우고 떠들던 거친 목소리들이
비틀거리는 유행가의 슬픔처럼
안개 자욱한 적막 속으로
달려가 묻혀버린,
여기 캄캄한 골짜기
한 점 티끌로 주저앉아
한 방울의 이슬로 내려앉아
한 잎 낙엽으로 부서지는
아, 한줄기 바람 속
못다 부른 노래,
못다 그린 그림...
♣ 1998년 가을, 속리산 기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