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득기리(貴得其理)
그 이치를 얻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貴 : 귀할 귀
得 : 얻을 득
其 : 그 기
理 : 이치 리
어떤 교수가 논문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를 짜내어 구상을 하고 있었는데,
논문이 잘 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아들이 계속 들락날락하면서
말을 거는 등 논문 집필을 방해했다.
마침 자기가 보고 있는 학술지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세계지도가 실려 있었다.
그 지도를 뜯어내어 갈기갈기 찢어서 아들에게 주면서
“이것이 세계지도인데,
네가 이것을 원래대로 다 맞추어 오면
내가 큰 상을 줄게”라고
아들이 조용하도록 유도했다.
아들은 심심하던 터에 상을 탈 수 있게 되어
호기심을 갖고 찢어진 지도를 원래대로
다시 맞추러 자기 방으로 가지고 갔다.
“제 놈이 다 맞추려면 머리 좀 썩여야 할 걸.
최소한 몇 시간은 조용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런데 10분도 안 되어 아들이
지도를 다 맞추어서 들고 와서 상을 요구했다.
하도 신기해서 교수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맞추었지?”라고 물었더니,
아들은,
“세계 지도를 하나 하나 맞추려니까 정말 어려웠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저도 예측할 수가 없었지요.
지도를 원래대로 맞추려고 고민하다가
종이 조각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에
우연히 뒤집어 봤더니,
뒤쪽은 본래 어떤 모델의 사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여자 모델 사진을
원래대로 맞추어 가지고 뒤집으니,
세계지도가 되어 나오더군요”라고 말했다.
모델의 사진이 원래대로 맞추어졌다면,
그 앞 페이지에 있었던 세계지도는
저절로 맞추어지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하는 데는 바탕이 되는 원칙이 있다.
농사일에는 농사일의 원칙이 있고,
군사작전에는 군사작전의 원칙이 있고,
교육에는 교육의 원칙이 있고,
정치에는 정치의 원칙이 있다.
국가에는 한 국가로서의 원칙이 있는데,
이 원칙을 잘 지켜나가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쉽다.
원칙이 없이 그때 그때 되는대로 정사를 처리하면
일관성이 없어 일이 꼬이고
백성들의 신의를 잃게 되고
마침내 민심이 이반하게 될 것이다.
교육을 맡은 사람도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지
원칙이 없이 되는대로 교육을 하거나 말을 내뱉으면
학생들이 교육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많은 고전 가운데서
'경(經)'자가 붙은 책은 경서(經書),
또는 경전(經典)이라고 부르는 책으로서,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원칙이 되는 책이다.
이런 책을 많이 읽어 자기 머리 속에 간직해 두면,
세상을 살아가거나 어떤 일을 만났을 때
처리할 수 있는 큰 원칙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많아지거나
지위가 높아져 가면 판단할 일이
점점 많아지게 마련이다.
원칙이 있는 사람은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가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판단을 잘못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끼치게 된다.
송(宋)나라 초기
조보(趙普)라는 사람이 정승이 되자,
사람들이 “저 사람은
논어(論語)밖에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다”라고 비방을 했다.
조보는 그 말을 듣고 대응하기를,
“나는 논어 반만 가지고 천하를 다스린다
(半部論語治天下)”라고 했다.
그는 늘 논어를 손에서 놓지 않고 반복해서 읽었는데,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주저하지 않고
정확하게 대응책을 내놓았다.
논어를 숙독하여 자기 마음속에
원칙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좌우명(座右銘)이나
가훈(家訓) 등도 원칙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원칙에 입각하여 일관성 있는 언행을 하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