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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국내산

도장산 산행기 .

작성자깔끔이|작성시간11.07.27|조회수97 목록 댓글 0

세찬 빗줄기와 함께 한 도장산 산행기  

  2011/07/26 08:22

 
 

2011년 7월24일 일요일 오전 9시34분
경상북도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용추교 앞 32번 지방도로변에 멈춘 차에서 내린다.
장마는 끝났지만 아침부터 구질구질 내리는 비 때문에
배낭에 우의를 단단히 둘러 씌우고, 준비해간 카메라 우의도 점검을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9시36분
지난 1999년 9월에 만들어진 농암천을 가로지르는 길이 48m,폭 5m인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용추교를 건너
천변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따라 발길을 이어간다.
길가 안내판에서는 오늘 목적지인 도장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4.5km임을 알려준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용추라는 이름을 가진 폭포 등이 무수히 많다.
아마도 유난히 가난했던 우리 선조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을
생활신조로 삼으며 부지런히 일하고,공부하고 했기 때문이리라.
진행방향 우측으로 흐르는 물은 쌍룡계곡으로 이어지는 농암천이다.
여름철 휴가 명소로 꼽히는 하류쪽 쌍용계곡에는 오늘 휴일을 맞아 인파로 크게 붐비리라.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고승대덕을 머물게 한 유적들이
수많은 전설과 함께 전해 오는 쌍용계곡은
용추에서 청용, 황용이 함께 살았다 하여 쌍용계곡으로 불리우고 있다.




오전 9시42분
잔뜩 흐린 날씨에 비는 꾸준히 내린다.
어둠침침한 숲 그늘을 따라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동안 농암천을 우측으로 끼고 발길을 이어갔지만
이제부터는 농암천의 지류 중 하나인 심원골을 따라 산행길을 이어가게 된다.




오전 9시52분
내리는 비는 그칠줄 모른다.
길가 이정표에 의하면 도장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3.9km이고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라 한다.

더위를 못참고 몸에 잠시 걸친 우의를 벗었다. 땀으로 옷이 젖느니보다는 시원한 빗줄기에 젖는 것이 나을듯 싶어서다.




오전 10시2분
진행방향 우측 수풀 사이로 흰 포말을 이루며 떨어지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등산지도를 살펴보니 높이 20m인 심원폭포가 아닌가 싶다.
아래로 내려가 자세히 보고픈 마음은 굴뚝같으나 우중산행을 하는 처지인지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나무숲 사이로 일별 후 발길을 이어간다.




오전 10시7분
우측 방향은 심원사로 가는 길인 삼거리에서 도장산 정상 방향인 좌측 방향으로 오르막 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름난 산인 속리산,대야산,주흘산 등의 명성에 가려서일테지만
이곳 도장산에 산꾼들이 그리 많이 다녀가지 않았음을 등산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작은 돌은 온통 녹색 이끼로 뒤덮여 있다.




오전 10시35분
해발고도 300m가 채 못되는 지점에서 시작한 산행길이 이제 해발고도 500m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던 산행길이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바위 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경상북도 문경시 농암면과 상주시 화북면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이제부터 도장산 정상까지는 좌측으로는 문경시 농암면이고 우측은 상주시 화북면인
시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바위능선길이다.




오전 11시2분
바위 능선을 따라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 경사길.
대전에서 버스 1대로 함께 출발한 우리 일행들 외에는 인적이 없는 비내리는 산길.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이미 속옷까지 흠뻑 젖은 상태이다.
휴대폰도 전원을 끈 후 비닐 봉지에 담아 우의를 씌운 배낭에 잘 간수했다.




소나무 군락이 지나자 한동안 신갈나무,갈참나무 등이 주를 이루는 활엽수림을 지난다.
산행로 주변 숲속의 안개는 점점 짙어가고 귓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로지 나뭇잎에 떨어져 내리는 굵은 빗줄기의 둔탁한 울림 소리 뿐이다.
조금은 음산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적막감이 밀려 온다.




맑은 날이면 서쪽으로는 손에 잡힐듯 속리산 천황봉에서부터 우측으로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위능선이 눈에 들어옴은 물론
멀리 북쪽으로는 조항산,대야산 등이 병풍처럼 둘로싼 장관을 볼 수 있으련만
굵은 빗줄기와 짙은 안개가 사방을 분간키 어렵게 만든다.




오전 11시30분
심원사까지의 하산길이 1시간 소요라고 표시된 이정표 옆을 지난다.
아마도 지도상에 742봉으로 표시된 지점 부근이 아닌가 싶다.

반대방향의 도장산 방향 화살표에는 20분인지, 30분인지 소요시간 표기를 누군가 지워 놓았다.
아마도 포지판의 시간이 엉터리임을 경험한 산행객이 지워버린듯 싶다.
흔히 전국의 유명산에 표시된 소요시간은 전혀 믿을게 못된다.
전문적인 산꾼들이 불러주는대로 책상 앞에 앉아 표지판을 만든 무사안일 주의 공무원들의
무성의한 행태 때문에 일반 산행객들이 골탕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전 11시40분
해발고도 700m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바위 능선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이어 이어진다.
속옷까지 흠뻑 젖어 무거운 몸에 설상가상 물먹은 바위와 돌들은 무척 미끄럽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비교적 세차게 내린다.
아마도 산행 시작시에 지금같은 강한 비가 내렸다면 산행 자체를 포기했으리라.




소나무 가지에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솔잎을 타고
아래로 연이어 떨어져 내린다.
땅 위로 떨어져 내리는 물 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릴 정도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오로지 안개로 휘감긴 이름 모를 산봉우리들 뿐.
몸도 마음도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우중산행이 처음인 초보자들은 마음속으로 상당히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시점이다.




낮 12시23분
오르막과 내리막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능선길에서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자
나무 기둥 사이로 도장산 정상석 뒷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석 뒷부분에 새겨진 글귀에 의하면
1998년 11월에 문경시청산악회에서 만들어 세운 것이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오로지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뿐이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道藏山(도장산) 827.9m라 새겨진
정상석을 따라 빗물은 쉬지 않고 흘러 내린다.




흠뻑 젖은 몸이지만 정상석 앞에서 증빙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도장산(道藏山)은 한자로 길 도(道)에 감출 장(藏)을 쓴다.
‘도(道), 즉 깨달음을 품은 산이 아닐까?’
서쪽 산자락의 화북면 일대가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이상향인
우복동(牛腹洞)이기에 붙은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산행 시작점인 용추교까지 대략 4km 정도를 비를 맞으며 또 걸어야한다.




낮 12시37분
도장산 정상을 떠나 하산하는 길은 북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문경시 구역이다.

이제 비는 더 세차게 내린다.
쉽게 표현하자면 세숫대야로 퍼붓는 듯한 느낌이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밟아 자칫 넘어질뻔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한다.
안개에 휩싸인 산줄기 능선을 카메라에 담아보려해도 굵은 빗줄기가 시야를 방해한다.




지리산,함백산,소백산,대덕산 등에 비하면 야생화가 드문 이곳 도장산.
까치수염,꿀풀,애기똥풀 등 몇 종의 야생화를 보았지만 너무 세찬 비 때문에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아쉬움을 세찬비를 맞으며 나무숲 속에 홀로 핀
철 늦은 원추리 한 송이를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오후 1시27분
도장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0.9km 떨어진 헬기장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저곳에 동행한 일행들이 둘러 앉아
맛있는 점심과 휴식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련만
세숫대야로 퍼붓듯하는 세찬 빗줄기 때문에 걸음을 멈출 엄두도 못낸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헬기장 바닥을 망원렌즈로 자세히 살펴본다.
굵은 빗줄기가 마치 샤워 물줄기처럼 시야를 가린다.
잠깐 이 사진을 찍느라 카메라에서 우의를 벗겨낸 후
빗물을 머금은 카메라가 작동을 멈추었다.
조심스레 물기를 털어내고 다시 우의에 감싸 갓난아기 안듯 품속에 안은채 급히 하산길을 재촉한다.




오후 2시15분
산행을 마치고 귀가 후 카메라 수리비가 얼마가 나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가 작동을 멈추면 오늘 산행 기록을 남길 수 없다는 당혹감과
제발 다시 작동하게 해 달라는 나 자신의 염원 때문인지?
아니면 빗줄기가 가늘어진 때문인지?
작동을 멈추었던 카메라가 40여분만에 다시 작동을 시작한다.
기쁜 내마음을 아는지 길섶의 풀잎과 나뭇잎들이 아까보다 더 싱싱하고 밝아 보인다.




폭우속의 산행인지라 점심을 걸러서인지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버린듯 피곤이 엄습해 온다.
잠시 나무기둥에 기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걸음을 옮긴다.
마치 숲속으로 내 몸이 빨려드는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이 사진으로 대신 표현해 본다.




오후 2시18분
산행길이 끝나고 심원사 대웅전 앞에서 잠시 한숨을 돌린다.
이제 빗줄기는 아주 가늘어졌다.

심원사(深源寺)또는 심원사(尋源寺)로 불리는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인
이곳 심원사 대웅전의 소박한 이런 모습이 정감을 느끼게 한다.
불국사,해인사 등 호화찬란한 사찰에서 풍기는 돈냄새에 구역질과 울화가 치미는 나에게는
소백산 자락 희방사의 빈한한 소박함과 함께 침근감을 느낀다.




대웅전 앞 한뼘도 안되게 느껴지는 마당에 자리한 작은 화분에서 수련이 자란다.
신라 태종무열왕 5년(658) 원효대사가 창건한 후 임진왜란으로 절이 모두 불탔으나
1605년 조정으로부터 부근 10리에 이르는 땅을 절땅으로 하사받았고,
사명대사의 명을 받은 연일(然一)이 중창했다는 얘기를 곱씹어본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수련을 정성스레 카메라에 담는다.
같은 수련과이지만 원산지가 인도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은 연꽃과 달리
수련과의 '수련'인 이 꽃은 원산지가 우리나라이며 꽃말은 "청순한 마음"이다.

수련을 카메라에 담은 후 비구니 사찰인 이곳의 비구니 스님과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앞 마당의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인 후 심원사를 뒤로 한다.




심원사 마당 앞으로 흘러 내리는 심원골의 물줄기에서 속세를 벗어난 맑음을 느낀다.
비록 지난 1958년 대화재로 전소된 후 거의 폐허가 되었지만
주위 경관이 수려하여 수도처로 적합한 곳으로 현재 국가에서 전통사찰로 지정한 사찰이라는 얘길 들은바 있다.
능히 그럴만한 평온을 느끼게하는 주위 경관이다.

심원사에는 옛날 윤필과 의상대사가 청화산 용추 속의 용왕 아들인 동자에게 글을 가르친 후
동자의 간청으로 용추 속 용궁으로 안내되어
용왕으로부터 극진한 예우와 많은 선물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다.




오후 2시22분
빈한한 시골 선비의 삶을 떠올리게하는 대웅전에 걸맞게
가난하지만 소박함을 느끼게하는 일주문을 뒤로하고 심원사와 작별을 한다.

일주문(一柱門)은 사찰에 들어서는 산문(山門) 가운데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 데서 유래된 말로 일심(一心)을 상징하는 것이다.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 뜻을 마음속으로나마 되씹어 본다.




오후 2시42분
오전에 출발한 용추교를 향해 농암천을 좌로 끼고 걸음을 이어간다.
이제 용추교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600여m.
이제 비가 완전히 그치고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산행중 그리도 퍼붓던 비가 원망스럽고 심술궂게 여겨지기만 한다.
농암천을 따라 아래쪽 쌍룡계곡으로 흐르는 물빛이 무척 깨끗해 보인다.
버들치, 돌마자, 쉬리 등 1급수 어종이 서식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듯 싶다.




오후 2시47분
오전 9시34분에 건넜던 용추교가 눈 앞에 보인다.
5시간여의 긴 시간동안 내린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감행한 산행으로 몸은 좀 피로하지만
머릿속은 맑아진듯하다.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신 때문일까?




오후 3시47분
동행한 일행들이 모인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용유교 부근 물가에서
중복인 오늘을 위해 운영진이 준비해 준 맛깔난 삼계탕과 막걸리 한 잔으로
허기와 갈증을 메운 후 물가로 나갔다.




맑게 흐르는 농암천 물을 2.5초 동안의 카메라 노출로 담아 본다.
마치 비단결처럼 흐르는 저 맑은 물속에 지친 몸을 뉘인듯 온 몸의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더구나 40여명의 일행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준
산악회 운영진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맙기도 하다.




맑고 깨끗한 물이 유유히 흐르는 하류쪽에는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조용히 휴일을 즐긴다.

이곳 상주시 화북면에는 곳곳에 '우복동(牛腹洞)'이라는 표지판과 간판이 있다.
우복동이란 지리산의 청학동처럼 예부터 영남 일대에서 전해오는 피란지의 명당터로 상주에 있다고 했다.
동네가 마치 소의 뱃속처럼 생겨 사람 살기에 더없이 좋다는 곳이다.
그 우복동이 상주에서도 속리산에 둘러싸여 있는 화북면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있다.
화북면의 대부분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첩첩산중이다.




오후 4시39분
비에 젖은 등산티를 깨끗한 물에 빨아 바위에 널어 놓고
편편한 바위에 드러누워 한동안 휴식을 취하는동안 젖은 옷도 다 말랐다.
저 비단결같은 물 흐름을 바라보며 산행으로 인한 피로도 다 풀렸다.

동행한 회원들을 위해 정성스런 배려와 희생을 아끼지 않은
운영진의 마음 씀씀이가 피로회복의 촉진제가 된듯도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가사를 떠올리며 행복했던 휴일 하루를 마감한다.




위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도보로 이동한 구간이고,
청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차량으로 이동한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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