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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국내산

축령산 산행기

작성자깔끔이|작성시간11.12.01|조회수118 목록 댓글 0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숲을 거니는

축령산 산행기   

 
 

2011년 11월26일 토요일 오전 10시58분
우리 몸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피톤치드[phytoncide] 를 가장 많이
내뿜는 나무로 알려진 팬백나무가 무성한 축령산 산행을 위해
전남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에 조성된 전통마을 촬영지로 알려진 금곡영화마을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축령산 정상까지 거리는 대략 4.5km 남짓된다.


산 능선에 가려 외부 지역과 차단되어 다른 소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촬영지로서 최적지로 꼽히고 있는 이곳은 개발되지 않은 오지이기 때문에
50~60년대의 마을경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초가집, 방앗간 등 전통유적이 온전하게 남아있다.
태백산맥, 내마음의 풍금 등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점은 지붕 소재가 기와처럼 보이는 함석 종류로 만들어져 있어
가까이에서 보면 큰 실망을 안게 된다는 점이다.


오전 11시23분
이곳 축령산 일대 2.9㎢(약 88만평)에 편백나무 및 삼나무를 조림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산행로는 완만한 숲길이다.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이미 활엽수의 잎들이 모두 떨어져 삭막한 풍경을 연출하는 요즈음이지만
따뜻한 남쪽 지방답게 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오전 11시38분
참나무를 주로 하는 활엽수림과 이와같은 날씬한 몸매를 쭉쭉 뻗어 오르는 편백나무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몸과 마음이 두루 편한 산길이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고함이 더 어울릴듯한 편안함이 동반하는 걸음이 이어진다.


조용한 숲속 어디에선가 작은 나무줄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망원렌즈로 숲속을 살피는 중 작은 나무 줄기를 부리로 찧고 있는 딱따구리 한 마리를
나뭇가지 사이로 순간적으로 포착했다.
인기척을 느끼고 급히 도망가 버린다. 얼핏 본 모습으로는 오색딱따구리로 보인다.


오전 11시56분
바록 편안한 산책 수준의 숲길이지만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길을 한 시간 가까이 걷다보니
온 몸에 땀이 솟기 시작한다. 등산 자켓을 벗고 반팔 티 하나 만 남겼으나
한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포근한 날씨이다.
발 밑으로 밟히는 낙엽 소리가 경쾌하다.


낮 12시13분
온통 낙엽으로 뒤덮인 솦 속에 마련된 자그마한 쉼터에서 잠시 멈춘다.
겨울철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게 강설량이 많은 이곳이기에
바닥을 온통 뒤덮은 저 낙엽 위에 흰 눈이 무릎까지 쌓이게되면 그 눈을 밟으며 걸음을 이어 나갈
부드러운 눈산행을 하게될 즐거움을 통나무 의자에 앉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11월 하순에 산행을 하며 반팔 차림으로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랜다는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기상이변의 탓으로 돌린다.


간이 쉼터를 지나며 한동안 산죽군락과 낙엽이 어우러진 운치있는 길을 이어간다.
이제 해발고도는 500m를 넘어섰다.
상쾌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준다.


낮 12시20분
축령산 정상까지 1km 남짓 남겨둔 지점에서 자그마한 고개에 올라서자
나무가지 사이로 멀리 축령산 정상부의 전망대 구실을 하는 자그마한 정자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은 피로를 느끼던 다리에 새 힘이 솟는듯 하다.


낮 12시40분
나무 숲 사이로 축령산 정상부가 눈 앞에 불쏙 나타난다.
남쪽에서 비치는 따뜻한 늦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 들이는
목조 2층 정자와 무선중계시설은 햇살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뒷모습만 실루엣으로 보여준다.

햇빛을 받지 않는 어둡고 추운 뒷모습은 결코 지구상에 보여주지 않고
햇빛이 비치는 앞모습만 항상 보여주는 밤하늘의 달과는 반대 현상이다.


해발 621m인 이곳 축령산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이처럼 큰 안내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 축령산 편백숲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 아래 0.6km 떨어진
'임종국공적비'에 들린 후 이곳에 올랐다 가는 관광객들이기 때문일게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탁 트인 부드러운 야산 능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옅은 안개로 시계가 깨끗하지 못함이 아쉬움이다.
하지만 오늘 산행은 멋진 조망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듬뿍 섭취하기 위함이니 부족함이 없다.


오후 1시16분
2~3백평 정도 넓이의 원형으로된 공터인 정상부 풀밭에 동행한 일행들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곁들인 휴식을 취한 후 하산 준비를 한다.
정상부의 주 시설물인 정자와 무선 중계시설이 비교적 한적한 정상부를 말없이 지키는 곳이다.


휴대폰으로 정상 간판 옆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이곳 축령산이라는 이름은 일반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혹 '축령산'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일지라도 대부분 경기도 가평군의 축령산만을 기억한다.

이 산의 옛 이름은 취령산(鷲靈山)이며,
또는 북쪽 산 아래의 고찰인 문수사에서 이름을 따와 문수산이라고도 부른다.


오후 1시32분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려온 후 완만한 경사기 이어지며
산행로 좌측으로 편백나무 숲이 이어진다.
짙은 나무 향이 코 끝으로 전해온다.


오후 1시35분
'춘원임종국조림공적비'가 자리 한 작은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국의 조림왕이라고 불리는 춘원 임종국(林種國 1915~1987)이
1956년부터 1987년까지 사재를 털어 편백나무 및 삼나무 등을 심어 숲을 가꾼 덕분에
최근 들어 이곳 축령산은 삼림욕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추모비삼거리로 이름 붙여진 이곳 자그마한 공원에는 주말 오후를 즐기는 행락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곳이다.
산행을 시작한 후 2시간 여동안 동행한 우리 일행 외에는 인적이 없었으나
넓고 편한 산책로가 조성된 이곳은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오후 1시46분
오전에 산행을 시작한 금곡영화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오전의 발걸음은 산길을 걷는 땀 흘리는 오르막 산행이었던 것에 반해
이제부터 돌아가는 4.2km거리의 길은 넓은 산책로이며 더구나 완만한 경사의 편안한 길이다.
주변 경치를 만끽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도열한 숲길을 이어간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숲을 지나는 기분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더구나 10월 초순을 연상시킬 정도로 포근한 날씨
높고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온 몸을 포근하게 감싸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모두 편백나무인줄 안다.
그러나 삼나무도 1/3 이상은 될듯 싶지만 나무 줄기만 보아서는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뭇잎을 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이처럼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잎을 가진 나무는 삼나무이다.
전남 고흥의 우주발사기지가 있는 외나로도에 가면 대규모 군락지를 볼 수 있는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이며 낙우송과의 상록침엽수이다.


이 사진은 편백나무 잎의 모습이다.
삼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삼나무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원산인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인 편백[扁柏 ]나무는
다른 이름으로 회목(檜木), 히노끼(ヒノキ), 노송나무 등으로 불리우며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 내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산책로 주위로 이어지는 쭉쭉 뻗은 나무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더구나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걷는 길이다.
피톤치드 [phytoncide ]란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로,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라는 말은 1937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생화학자인 토킨(Boris P. Tokin)이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그리스어로 '식물의'라는 뜻의 '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cide'가 합해서 생긴 말이다.

20세기 초까지 폐결핵을 치료하려면 숲속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였다.
삼림욕을 하면 피톤치드가 몸속으로 들어가 나쁜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 등을 없애는 구실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이것은 일반적인 생각이며
피톤치드의 구성물질이 테르펜을 비롯한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성분, 글리코시드 등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숲 속에는 목재데크로 산책로를 만들고 곳곳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 등을 비치하여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치유의 숲"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실감된다.


숲길을 걷는 여유를 만끽한다.
설악산 등 바위가 멋진 산은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좋을지언정
다녀온 후 쉬이 피로를 느끼게 되지만 숲이 우거진 육산을 다녀온 후에는
피로를 잘 느끼지 않는 이유가 바로 피톤치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후 2시
추모비삼거리에서 1km를 지나온 지점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산림치유필드'라는 자그마한 간판과 함께 나무숲 속에 작은 나무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기 때문이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은 스스로 그 개체수를 늘려간다.
산책로 주변을 자세히 보면 큰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땅에 떨어져 다시 싹이 터 자라는
어린 나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자연은 스스로 강한 자생력이 있음을 배운다.


오후 2시42분
4시간여에 걸친 산행이 끝나는 시간이다.
길 아래로 오전에 출발한 금곡영화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향 가득한 숲길이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움마저 드는 순간이다.


오후 2시44분
금곡영화마을로 들어서는 3거리 우물에 도착하며 산행을 끝낸다.
오전에는 사진의 우물 초가지붕 우측길로 들어서 축령산에 올랐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9km를 걸었다.
오전 출발 전보다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마저 든다.


오후 2시50분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 두 목장승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벗어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아담하고 조용한 이 작은 마을이 우리나라 영화산업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게되기를 기대하며 주말 하루 행복했던 일정을 마감한다.


위 지도상에 적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이날 산행 구간이며 총 거리는 약 9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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