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왔다 간다.
어떤 涅槃頌 (열반열) 重光(중광)은 살아생전 파계에다 괴행으로 유명하였거니와
걸레 같은 승복 걸치고 술에 잔뜩 취해 나타나서 인사동 천상병 시인 마누라
歸天(귀천) 찻집 한족 구석에 죽치고 앉아 퇘퇘거리는 웃음,
괴괴한 소리 날릴 즈음이면 어떤 이들은 미친 중이라 욕을 하고
어떤 이들은 가짜 중이라고 험을 해대었지만 어쨌거나 그 스님,
자기 신명 쫒아 한 세상 살다갔는데 그게 無碍行(무애행)인지 狂亂行(광란행)인지,
나 같은 소견으로야 알 수 있겠냐만 취중에 벌거벗고 거시기에 붓을 달고
미친 년 말 달리듯, 백지 위를 뛰어다니며 그림 그리던 그 모습
지금은 전설이 되었거니와 육신은 원래 가난한 것이라
천방지축 자유로웠던 그이 역시 늘그막에 이름 모를 병에 걸려 백담사 뒤채로 기어들었다.
돌보는 이 하나 없는 사고무친 뼈를 파고드는 육탈의 아픔 아아,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천지간에 자욱한 신음소리, 비명소리, 목탁소리, 염불소리...
해탈한 고승들이야 앉아서도 가고, 서서도 가고, 나 이제 갈란다, 告(고)하고
바람처럼도 갔다지만 그이 그렇게 마지막 고행이라도 하듯 땀 뻘뻘 흘리며
억겁 윤회의 인연을 벗고 있었단다.
그즈음 한 知人(지인)이 있어 열반송을 청하니 重光(중광) 잠시 신음소리 멈추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들릴락말락 한 말씀 하셨으니, '...
괜히 왔다 간다.'
- 김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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