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병천금(執柄擅禁)
권력을 쥐고 금령을 함부로 휘두르다
執 : 잡을 집
柄 : 권력 병
擅 : 제멋대로 할 천
禁 : 금령 금
집을 지키라는 주인의 요청을 받은 개가
불청객도 도적도 아닌 손님들에게
그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다면,
이는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짓이다.
무릇 법을 지켜서 나라와 인민을 보호하라고
두었던 검찰이 자신의 손에 쥐어준 권병(權柄)을
법에 맞게 원칙에 따라 휘두르지 않는다면,
이는 저 사나운 개보다 더 위험하고 두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사나운 이빨을 손님이 아니라
주인에게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나운 개를 제어하지 않는다면,
어느새 사당의 벽이나 기둥 사이에 숨어서
주인 행세를 하는 쥐와 같이 된다.
그 쥐가 한 마리여도 골치가 아플 텐데,
만약 무리를 지어 세력을
형성했다면 어찌할 것인가?
주어진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부정을 저지르며 악행을 일삼아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것은 단순히 한비자의 경고가 아니었다.
한국의 국민과 민주주의가
지난 70여 년 동안 겪어온 일이었다.
국민이 검찰개혁을 그토록
외치는 까닭도 그 때문 아닌가.
한비자는 사나운 개와 사당의 쥐
이야기를 한 뒤에 이렇게 적었다.
역시 여기에 나오는 '신하'와 '대신'과
'측근'을 검찰로 읽고,
군주를 '국민'으로 읽어보라.
신하된 자가 권력을 쥐고
함부로 금령을 휘두르면서
자신을 위하는 자는 반드시 이롭게 해주고
자신을 위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해롭게 하니,
이들이 바로 사나운 개다.
무릇 대신들이 사나운 개가 되어
도리를 행하는 선비를 물어뜯고,
측근들이 또 사당의 쥐가 되어
군주의 정황을 엿보는데도
군주는 알아채지 못한다.
이와 같다면 군주의 눈과 귀가
어찌 가려지지 않겠으며,
나라가 어찌 망하지 않겠는가?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