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90> 계집이야 함양에서...
9 상견례 <61>
계집 좋아한다는 조선비가 얼굴 곱상하고,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것 나와 몸매도 잘 빠진 제 년을 그냥 지나칠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 전에 철가에 앉아 전부치던 아낙 말일쎄. 근방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디.”
“아, 예. 지나가다가 손님으로 들어왔는디, 딱히 바쁜일도 없다길래 품삯주겄다고 붙잡았구만요. 혼자 손으로넌 모잘라서요.”
“잘했네. 내가 저 여자 품삯언 따로 줌세.”
“아심찬허구만요. 서방님 덕분에 이년이 묵고 사능구만요.”
“내일도 좀 거들라고 허소.”
“술자리에 앉히라는 말심입니까? 그것언 안 되겄는디요. 이년이 일 쫌 거들어달라고 했더니, 그 일만 아니면 허겄다고 허든디요.”
“계집이야 함양에서 기생얼 두 명이나 불렀네. 따로 계집이 필요한 것은 아닐쎄. 자네 혼자 너무 애쓸 것 같아서 그러네.”
“예, 제가 물어보제요.”
“음석 안 쉬게 잘 간수허게.”
“그런 걱정언 안 허셔도 되능구만요. 펄쌔 쉴만헌 음석언 잘 단속해서 물에 담가놓았응깨요.”
“허면 애 쓰소.”
그렇게 조선비가 돌아간 다음이었다. 옹녀 년이 마당으로 나오자 주모가 말했다.
“그 양반이구만. 내일 천렵헐 분이. 나헌티는 다시 없는 분이제.”
“생긴 것언 쫌팽이 상인디, 맴 씀씀이넌 넉넉헌갑소이.”
“삼백석지기넌 된깨. 머슴만해도 예닐곱언 될 걸.”
“그 정도면 큰 부자넌 못 돼도 산골에서넌 부자소리 듣고 살겄소. 그 집 여편네넌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살 겄소.”
“부자면 뭐해? 맨날 딴 계집 넘 보고 댕기느라, 지 마누라넌 밤마동 독수공방인디.”
“그 집 여편네넌 사람사는 재미도 모르겄소, 밤마동 독수공방이면.”
“그래서 여자는 사내럴 잘 만내야헌당깨. 잘 난 사내라면 열계집인들 감당허지 못헐 것도 없제만, 지 마누라 하나 건사도 못험서 딴 구녕얼 판깨 그러제.”
“아짐씨넌 어쩌요? 구녕 잘 파주는 남정네라도 있소? 가만히 본깨, 서방님언 안 계신 것 같고.”
“뜨내기 덜이제. 자칫 여편네 있는 사내 건들였다가넌 이나마 주막도 못 해 묵을 것인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