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花草 / 박해강(선정)
밖에서는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봄날, 뜨락에 내리는 따뜻한 햇볕 받으며
내미는 작은 생명
눈 비비며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새싹은
이제 시작하려 한다.
따스한 햇볕 싱그런 바람 한껏 받으며
이제 깊이 뿌리내려 맛있는 양분 먹고서
꽃을 피워야지
봄이면 선남선녀들 웨딩마치로
짝 지어 신혼을 맞고 온갖 새와 네발짐승
짝짓기 하듯, 이제 새 생명의 잉태 위해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것이리라.
1993. 5. 10경 쓴 것을 2026. 6. 9 옮김
화초 花草 / 박해강(선정)
*2026버전
봄날, 드론이 뿌리는 햇빛 아래
작은 생명들이 다시 알림처럼 깨어난다.
눈은 비비며
긴 잠에서 깨어난 새싹이
데이터 속에서 첫 신호를 보낸다.
이제 시작이다.
밖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떠돌고
도시의 불빛은 네온으로 피어나고
우리의 웃음은 이모티콘으로 번진다.
따뜻한 바람 한 줄기,
전기차의 소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아
깊이 뿌리내린 생명은
양분 대신 연결을 먹고 자란다.
봄이 오면,
선남선녀들은 웨딩마치 대신
하트 이모티콘을 눌러 약속 남기고
새 생명은 코드 속에서
피어나 열매 대신 업데이트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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