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를 벗 삼아 / 박해강(선정)
나는 가끔 내 노래를 풀어놓고
그 노래를 수습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있다.
수만 가지의 노래가 나를 정신없게 하고 나는 그 속에서
방황의 노래를 차근차근 부르고 있다
그 방황 속, 내 노래 부르다가 정신이 맑아지면
한숨과 눈물 섞인 그리움 토해내고, 그리움은 그 어떤 무엇인가에
기대와 좌절을 이야기하고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여 점점 더
그리움으로 깊어만 간다.
그러다가 내 노랫소리는 자꾸만 풀어 헤쳐져
하늘과 땅, 사람과 온갖 새와 네발의 온혈 짐승의 삶으로 이어지고
나르는 곤충과 기어 다니는 벌레들까지도 몰려오는 걸 보면
나의 노래는 대단한 상상력이 담겨 있는 것인가?
이 온갖 잡다한 생명의 노래는 어느덧
정신없이 퍼지고 퍼져서 아득히 지평선 너머로 날아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릴 때 그것은 좌절보다 더한 허허로움이 몰려온다.
분명 그 노래들은 저만치서 내게 손짓을 하는데
손짓은 환영처럼 사라지고 사라진 환영은 살아온 내 과거 일부분
내 기억 속에 남달랐던 그런 추억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제 이만 큼에 와 있는 나는 무엇인가?
찾으려 하고, 구하고 구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나 혼자만의 구도의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닐까?
그 구도란 무엇인가,
깨달음? 깨달음? 하지만 그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하고
여기에 서서 흩날리는 나의 노래는 나의 노래로 되돌아오는 메아리, 그러나
이제는 내 노래를 수습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흩날리면 흩날리는 대로 부여잡지 말고
그저 한없이 퍼져서 저 하늘 끝이고 저 무량의 우주 저편이고 뭇사람에게
들리거나 말거나 내 노래를 수없이 풀어서 불리는 대로
흩날리고 흩날려 보낼 뿐이다,
나의 노래 나의 노래들을,
1993년 6월 22일 지은 것을 2026년 6월 16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