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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침대 크기도 모르는 다마스테스

작성자호박사1|작성시간19.06.21|조회수414 목록 댓글 0

천오백아흔일곱 번째

제 침대 크기도 모르는 다마스테스

 

신화는 언제나 그 시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간의 속성을 잘 드러내줍니다. 신화를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다마스테스Damastes라는 악당이 등장합니다. 그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데려와 쇠로 만든 침대에 눕혀 묵게 했습니다. 그런데 나그네가 잠이 들면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잡아 늘이고,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잡아 늘이는 자라는 뜻의 프로크루스테스Prokrustes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그에게 침대는 나그네의 생사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었는데, 침대의 길이와 같은 키의 나그네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가 술에 취해 엉뚱한 데서 낳은 아들 테세우스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찾아 왕궁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다마스테스는 그의 신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하던 대로 다른 나그네들에게 했던 것처럼 테세우스를 쇠 침대에 눕히고 키를 재려다가 오히려 그에게 묶이고 말았습니다. 테세우스는 그가 어떤 악당인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이 했던 방식 그대로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역시 자신의 침대보다 작았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규정한 침대에 자신을 맞춰보지는 않았던가 봅니다. 그는 자신의 키를 알지 못했던 겁니다. 무얼 일러주는 신화인지, 어떤 인물군상들을 묘사하고 있는지 독자는 쉽게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시대 때나 지금이나 아집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의 키는 알지 못하고 남의 키만 재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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