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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독積讀 생활

작성자호박사1|작성시간26.06.09|조회수19 목록 댓글 0
삼천팔백스물한 번째
적독積讀 생활


잔뜩 쌓여 있던 책들을 나 몰래 가차 없이 처분해 버렸던 아내가 웬일인지 책 몇 권을 사 왔습니다.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책이란 내가 골라야 하는 건데 무작위로 가져온 것 같아 책상 한쪽에 그냥 두었습니다. 언젠가 뜬금없이 거기에 손에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밀쳐 둔 겁니다. 아내가 버리기 전 책장에는 많은 책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읽은 책들이고, 어떤 책은 몇 번을 읽었고, 어떤 책은 글을 쓸 때마다 수시로 들춰보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책을 버렸지만, 독후감을 저장해 두었기에 여전히 그 책들은 내게 남아 있는 셈입니다. 한때 전집全集류의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잣집에서 널찍한 집에 장식품처럼 광택이 나는 커다란 책장을 들여놓고는 거기에 꽂을 책이 없어 전집으로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보기에도 좋고 남들 이목에 책 좀 읽는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하기에 그리 유행했던가 봅니다. 새로 나온 책들 가운데 <적독積讀 생활>이라는 책이 소개되었는데, 책을 모으는 기쁨과 무수한 책을 부담 없이 읽고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 모음집이랍니다. 본디 일본어 ‘츤도쿠(つんどく, 積ん読)’는 읽으려고 사지만 읽기는커녕 한번 펼쳐 보지도 않은 책을 집 안 곳곳에 쌓아두기만 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츤도쿠를 즐기는 사람들은 쌓여가는 책을 봐도 괴로워하지 않고 언젠가 다 읽으리라 믿는답니다. 산 책을 다 읽지 못해도 자신이 고른 책 한 권 한 권을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믿으며, 그 책들 덕분에 집은 어느 곳보다도 ‘나다운’ 공간이 된답니다. 아내가 버린 책들 속에는 어쩌면 읽지 못했던 책들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나다운 책들이 버려진 겁니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주었을 책들이 버려진 겁니다. 기억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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