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주전골과 바다를 다녀왔다. 주전골, 조선시대 엽전을 만드는 승려를 가장한 도적떼들이 숨어 살았는데, 돈을 만드는 장소는 큰 바위와 나무가 보이지 않고 엽전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는 설화로, 돈을 만들었다는 골짜기로 주전골이라 부른다. 주변으로 선녀탕, 독주암, 12폭포와 용소폭포가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산행길은 평탄하여 산책길로 그만이다. *사진제공- 장백산님 나를 붙들어 놓았던 지난 몇 개월 도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넘치는 행복이다. 오랜만에 떠난 설악산 산행. 주전골 산행은 더더욱 오랜만이다. 들뜬 맘에 전날 밤은 거의 밤을 샜다. 가볍게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 아직 날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백곰님을 비롯 여러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차는 떠난다.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가을 아침이다 설악을 향하는 차창 밖은 아직 울긋불긋 단풍은 이르지만 들판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엷은 노랑으로 만추의 가을로 물들어가는 평화롭게 정겨운 바깥풍경들. 눈은 시리고 감기려하지만 내게 주어진 행복한 가을 선물들, 하나라도 놓칠 새라 연신 밖을 바라본다. 아침에 조금은 희뿌였던 하늘이 어느새 벗어지고 파란하늘이 얼굴을 드러낸다. 양평을 들어서자 두물머리(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마치 온천수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처럼. 포르르 흰물새 한마리가 여유로이 난다. '너처럼 자유로이 날 수 있다면' 산 입구 도착. 말로만 들었던, TV로만 보았던 수해현장, 그 아름다웠던 계곡과 산허리들이 파헤쳐져있다. 빨리 복구가 되어 옛 설악으로 회복되길 바래본다. 복구중인 중장비들을 비껴 차는 조심스레 주전골로 향해간다. 개울의 청량한 물소리가 들리고, 여름내 녹음을 뽐냈던 나무들은 이제 한잎 두잎 곱게 붉게 물들고 있다. 푸른 나무가 붉음으로 변하듯 여린 내 가슴은 두근거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시원한 날씨는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 햇살이 계곡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군데군데 단풍이 있는 푸른 숲, 느리게 느리게 걸으며 신님, 묵은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내 발걸음은 가볍다. 오색약수로 목을 축이고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평일 산행은 한적해서 좋다 주전골 가는 길은 산책길처럼 편하다 등산화 끈을 묶지도 않고 걸었으니 말이다 공사관계로 흘림골은 입산금지다 산행길이 짧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루 밤을 더 설악에서 묵을까도 생각해 본다. 다음 행선지는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산과 바다”라 오히려 잘되었다싶다. 산과 바다 어울리는 한쌍이다 잔잔히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님들의 해맑은 미소들은 사진 속 풍경으로 하나 둘...채워진다. 나는 한쪽으로 벗어나 모래위를 걷는다. 바다와 해변, 오래전 여름 물 건너 친구와 바로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비치발리볼을 즐겼었지. 모래를 한줌집어 비비며 그를 떠 올려본다. 재밌고 서툰 발음으로 우리말을 몇 마디 했지. 설악산, 청설모, 낙산사, 바다... 어느 땅 아래서 잘 살고 있겠지... 해변에서 벗어나 물치항에서 회에 션한 맥주한잔. 술이 약해 한잔 반으로도 취기가 올라 횟집 베란다로 나간다. 난간을 잡고 바다를 바라본다. 몽롱해지며 푸른 바다,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고 바다가 내게로 달려 온다. 광활한 모래사장 위로 말을 타고 달린다. . . . “나가요” 정신을 차리고 횟집을 나간다. 바다를 빠져 나와 설악을 한 바퀴 드라이브했다. 안개와 구름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설악산을 휘감고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며... 전날 밤을 샌 탓인지 눈이자꾸 감기려 하지만 핸들을 잡은이를 위해 끊임없이 재잘거려야 했다. 그래서 지금 목이 더 잠겼는지도 몰라ㅎ 덧글, 백곰 대장님, 운전하시느라 수고 많이 했음다. /장백산님, 멋진 사진 감사 님들의 배려로 운전석 옆에 앉은 행운까지.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 흐르는 곡, Just loving you / Mary Du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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