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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 후기

장안산(12월 첫날)

작성자소율|작성시간18.12.02|조회수292 목록 댓글 0


햇빛 산악회 버스는
오늘 장수로 간다
처음 가는 동네다
무룡고개 도착
마냥 기대가 모아진다
능선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육산이라니
무조건 기분이 좋다
앞에 누가 올라가기에 생각 없이 따라가니
이런
이거 아니었잖아
차에서 멋진 대장님!
좌측으로 가면 영취산이요
우측으로 바로 가면 장안산이라 했거늘!
계단을 후다닥 내려온다
급히 후미에 끼어 영취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부터 호흡이 빠르게 요동친다
얼마 안가서 선두는 하산이다
후미에 가다보니 아니 벌써!
영취산 정상석이 싱겁게 등장하네 ㅎ
여기서 육십령이 가깝네 그려
저 멀리 팔각정이 보인다
얼른 내려와서 다시 장안산을 향해 마음의 시작음을 울린다
백두대간 구간 육십령 어쩌구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구나
옛날 장안사라는 절이 있어서 장안산이라 명명했다는 설과
장안리가 있어서 장안산이라 했단다
산길이 마음에 쏘옥 든다
금남호남정맥 구간이기도 하구나
호남정맥 최고봉이라잖아 장안산이...
사계절 푸른 야생화 노루발풀을 만나 살짝 인사하고 간다
'잘 있거라
추위에 잘 버티거라
다음에 오면 널 꼬옥 찾을 게'
돌 하나 없는 예쁜 길을 혼자 걸어도 같이 걸어도
참 좋구나
무성한 산죽까지 나타나 행복을 준다
반갑다며 예쁘다며 혼잣말
초록이는 말없이 언제나 산손님의 보초서기로 약속을 했나봐
삭막한 전형적인 겨울색 물든 너른 장안산 자락엔
산죽이야말로 귀하고 값져 보인다
마음속 길 따라 여유롭게 풍경 만끽
길 위에서 배우고
채우고 산을 사랑하고 친해지고 싶다
하루를 살포시 뜨겁게 살자
한참을 갔을까
억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첫번째 전망대가 그 절경 도드라지게 만들고
내 눈을 호사시키니 오길 참 잘했다고
지금 햇살이 눈부시지 않더라도
조금 흐리면 흐린대로 느끼면 되는 거지
산죽이랑 나무들이랑 흙길이랑 은빛 억새랑 조화롭다
하나로 부족했다 말하지 않아도 또 억새 선물이 나온다
이 산의 살랑거리는 억새도 근사하다
온통 억새밭에 어쩌다 섞인 조그마한 산죽 한 포기는
얼마나 귀엽던지 환상의 조화로움이여
수많은 군중속에 핀 한 떨기 꽃 처럼 보인다
홀로 외로워 보여도 사랑 많이 받고 살테지
멀리 고요한 산속의 조잘거림이 들리는 걸 보니
이제 정상이 머지 않아 나타나려나 보다
100산 도전 팔십산 이뤄낸 대단한 여인과 알콩달콩 보내기도 하고
오르막을 유난히 힘들어 하는 분도 마주하고
그러다 정상에 도착
여기저기 둘어앉은 밥상들도 화려하다
오늘은 이정표도 잘 되어 있다니 덜 불안하다
범연동 이정표 5킬로를 바라보며 신바람나게 옮긴다
야! 이 산 이 길 또 오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산죽들의 향연도
오롯이 흙으로만 된 너무나 고마운 길
덤으로 겨우살이 실컷 보여주고
한 나무의 몇 더미씩도 자연스럽다
뒤돌아보니 꼭대기 매달린 겨우살이는 초록빛이 더 선명하다
지도상의 중봉 하봉 어치재는 어디였을까나
이정표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내가 못 봤나? ^^
마지막에도 누리고 가라며
신갈나무 졸참나무 낙엽 위를 하염없이 걷게 하는구나
괜찮은 산
괜찮은 하루
괜찮은 시간
괜찮은 쉼
괜찮은 느낌
혼자 생각보따리는 열일을 하고 간다
내가 원하는 대로 따끈한 김치찌개 처럼 다정한 사랑의 맛으로
마음의 꽃그림으로 희석하고 채색하며 십사시 이십분에 산행 마무리
12월 첫날
행복에 젖는다
질주하는 차안에서 저멀리 고혹적인
저녁노을을 향해 폰카메라 셔터를 주변 눈치도 안보고
사정없이 누른다
사진으로 보면 더 멋지지
마음이 설렌다
사진 받은 지인들이 어디냐고 모두 탄성이다
천안과 안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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