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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 후기

조계산

작성자운각|작성시간19.05.16|조회수344 목록 댓글 0

9년 전 6월 딸아이 고딩 때 학교엄마를 따라 불광사에서 전남 순천 송광사에 사찰순례를 갔었다. 법정스님이 열반하시기 전 그니까 불귀의 객이 되시기 전 칩거하셨다는 불일암이 송광사에서 1.5km, 오르막이라고도 할 수 없는 오솔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당시의 내 몸뚱 무게는 70kg 안팍이었고 걷기라고는 버스 한정거장도 아니 걷고 운동 한개 안하고 숨쉬기운동만하던 뚱땡이 탸맘이 1.5를 걷는다는 건 느무 무리였다~
불일암에는 꼭 족적을 남겨야 했기에 있는 힘을 다 쥐어 짜서 숨이 턱까지 차 올랐왔을 즈음, 불콰하게 낮술 한잔 걸친 듯한 얼굴로 불일암에 당도하고 나니 불임암 보살이 내가 짠해 보였는지 "올라오시느라 힘드셨죠~" 한다. 나는 느무느무 힘이 들어 제대로 된 답도 못한 걸로 기억되어진다. 같이 갔던 엄마가 이 정도 걷는 것도 그렇게 힘들어 하면 문제가 있다는 말에 부정하지는 않았다.
해서, 그 후로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소싯적 제 2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정릉 청수장을 들머리로 북한산에 발을 들이 밀었다. 그 옛날엔 삼각산이라고 했었지. 송광사에서 불일암이 오르막도 아님에도 땀을 비오듯 쏟았으니 북한산은 오죽하리~
항상 보국문 올라가는 중턱까지가 나의 마지노선이었다.
어느날 내가 찜한 바위에 거의 눕다시피 기대어 있는데 다 저녁에 두 남정네가 바삐 올라가면서 이제 시작이란다~
헐~~~
나는 이게 끝이구만~ㅡㅡ;
저 넘어를 가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아 산악회에 가입했다.
그것도 불교산악회~
산에 다니고 싶은 이유가 절이 대부분 산 중턱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실력이 안돼 1년을 뭉그적거리다 창립기념으로 우이동 먹자촌인지 뭔지에서 모임을 한다기에 얼굴을 내밀었다.
첫산행 불암산 산행 때 일이다.
어떤 여산우랑 담소를 나누면서 세월아~ 네월아~ 걷고 있는데 옆에 남산우가 우리 보속에 맞춰 걷고 있기에 담소 나누기가 불편도 해서 먼저 가시라고 했더만
후미대장이란다~
ㅋㅋㅋ
후미대장이란 말을 첨 들어 본 나는 우리땜시 늦게 가고 있는 걸 그제서야 알고 발걸음을 재촉했더랬다.
엎어지기 잘하는 나는 얼마가지 않아 비가 와서 미끄러운 바위를 밟다 미끄러지면서 엎어졌고 그리고 일어나질 못했다.
care해주던 남산우가 자기 손등을 밟고 일어나라고 해도 몸뚱이 얼어서 도무지 움직이질 않았는데 글쎄 어떤 여자가 엎어져 있는 내 옆을 날라서 올라간다.
나는 어의가 없고 마냥 그러고 있을 수는 없기에 용기를 내서 일어났고 그 후론 허리에 끈을 묶인 채 비오는 불암산을 휘돌아 내려왔다.
그게 나의 첫산행으로 개고생했었고 두번째 산행 설악산 흘림골에서 오색까지 말도 못하게 고생고생하면서 넘었는데 뭔 파라다이스를 갔다 온 신선한 충격이 몇 날 며칠 갔더랬고 지금은 야크 100명산이 몇개 남지 않은 백두대간도 기웃거리는 산꾼이 되어 조계산 장군봉을 찍고 유명하다는 조계산 보리밥집에서 밥 한술 먹고 송광사를 지나면서 감개가 무량했는데 하산 마감 시간이 촉박해 삼배만 하고 9년 만에 환골탈태해서 원점회귀함을 맘 속으로 자축했고 항상 후미를 너무나도 잘 챙겨주시는 써니대장님께 감사하는 마음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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