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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이란 말을 쓴다. 하지만 그 두가지가 함께 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만화 연출’에 있어서 이 두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 있다. 바로 안수철 교수가 쓴 “만화연출, 나도 할 수 있다”이다. 간략한 책 소개만으로는 안 교수의 의도와 숨은 노력을 다 전달하기 힘들어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책과 저자를 동시에 만나는 두 배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만화연출, 나도 할 수 있다”와 안수철 교수님은 어떤 분인가?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안수철교수는 ‘만화연출’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이로서 그는 만화연출의 역할을 밝혀내고,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적 사례를 검토함으로서 만화를 그리려고 하는, 만화를 연출하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체계적인 ‘만화연출 길라잡이’를 제공하고 있다. ‘좋은 작품의 좋은 연출법’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의 1,000장에 가까운 도판들을 게재하여 실질적인 연출 공부가 가능토록 배려했다. 이렇게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 저자 안수철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상명대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교수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본 저서 외에 “만화는 표현이야” 등이 있으며, 앞으로도 만화연출에 대한 지속적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시나리오 작가로 만화계에 발을 내딛던 초기에 만화에는 글과 그림이 있다고만 알았다. 그런데 하루는 같은 시나리오를 두 명의 그림작가에게 그려달라고 했더니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이었다. 똑같은 시나리오로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것은 글과 그림 외에 다른 무언가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요소가 무언지 명확히 구분하고자, ‘얼개 그림’(콘티)을 갖고서 두 명의 그림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는데, 역시 확연히 다른 두개의 작품이 나왔다. 그래서 그림과 글 이외의 또다른 요소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게 ‘만화 연출’이라는 것을 찾아냈다. 그래서 15년 이상 만화 연출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속에서 이 책이 탄생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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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출을 연구하시고, 책을 쓰시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처음 연구를 시작한던 때는 기존 자료가 전무했다. 당시 만화관련 학과도 드물었고, 강좌를 듣기도 힘들었다. 만화가들의 도제 시스템에 들어가면 그 사람의 색깔만 익히게 될 뿐이지 만화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 연출, 문학, 연극 등 타매체를 섭렵했지만 그것이 바로 만화 연출이 되지는 않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처음으로 길을 내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책을 쓰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느 만화책을 보면 한 칸 한 칸은 너무 잘 그렸는데, 만화 속으로 젖어들지 못하는게 있다. 그 원인을 고민해보니까, 한 칸의 연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장면(칸이 연결된 전체 화면)의 조화로운 연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체 화면에서의 연출, 장면에서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같은 상반신 거리(미디엄 쇼트)도 앞에 어떤 거리감이 있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단순히 상반신 거리의 연출적 의미나 활용성을 뛰어넘언, 장면에서의 상대적인 관점의 중요도와 활용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사실 이 부분은 강단에서 학생들의 많은 요구를 받았던 부분이다. 기존의 장면과 효과에 대한 이론을 토대로 작품을 그리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질문들이 많았다. 그래서 각각의 그림에 대한 연출 토론과 심층적인 연구를 실시한 결과, 각 장면의 연관성과 상대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만화 연출과 영화 연출의 차이점은? 만화 연출의 기본 요소는 첫째, 인쇄 매체(영화는 영상 매체)라는 것이다. 각 화면은 정지되어있지만 연상작용을 통해서 이어진다. 둘재, 시각 매체이다. 그럼으로 청각적인 요소도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저벅거리는 소리도 어휘와 글씨체,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 셋째, 단속성이 있다. (영화는 프레임이 연결되지만)만화는 끊어져 있다. 칸 과 칸 사이에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이 있다. (안교수는 이를 ‘칸새’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칸새에서 이루어지는 생략과 비약을 통해 똑 같은 그림도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넷째, 시공간이 자유롭다. 영화에서는 세트,CG 비용에 따른 공간에 대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만화는 시공간 표현에 있어서 전적으로 자유롭다.
책에 보면 낯설은 용어들이 있다. 가급적이면 우리말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콘티는 얼개 그림으로, 미디엄 쇼트는 상반신 거리로 바꾸어 사용했다. 용어를 바꾸고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질수만은 없지만, 우리말을 사용한 제대로 된 용어를 정착시키고 싶은 욕구 때문에 시도하게 되었다. 만화의 특성에 맞는 ‘효과태’ 같은 용어는 그런 의지를 담아 새롭게 만들어낸 용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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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출의 접근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처음 바둑을 둘 때, 정석을 익혀야 한다. 정석을 익히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만화도 바둑과 마찬가지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사실 그러한 역할을 문하생 제도가 했지만 그것을 대체하거나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마땅한 방도가 없었다. 부족하나마 이 책이 그러한 방도가 되기를 바라고, 더불어 만화 연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적인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어느 정도 만화 연출에 맛을 알게 되면 두번째로 권하는 말이 있다. 바로 ‘정석을 안 다음에는 잊어버려라!’이다. 정석을 뛰어넘어 주위의 상황에 따라서 정석을 변용할 줄 알아야 한다. 바둑도 정석대로만 두면 답답해진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파격(破格)에는 우선 격이 있다. 그 다음에 그걸 깨트리는 파가 있음으로서 파격이 존재한다. (물론 격이 없으면서 무조건 깨트리려는 건 우매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스스로가 새로운 정석을 만들줄 알아야 한다. 프로바둑 기사들이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정석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수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역시 만화연출도 다양한 모방에서 출발해서 새로운 연출기법을 만들어 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외국과 우리 나라 만화 연출의 차이점이라면? 일본 만화는 우리와 비슷한 측면이 있고, 미국 만화는 문화/산업 등 배경적 차이가 현저하다. 그래서 우리 만화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럽 만화를 참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만화는 ‘제9의 예술’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그런데 유럽만화는 서사 중심의 스토리에 그림이 접목되어 있다. 그래서 유럽만화의 연출은 정적이다. 우리 만화는 감각적인 감정을 잘 살린다. 다시말해 우리 만화 연출은 감정이입에 강하다. 앞으로는 유럽 만화의 연출이 이러한 우리 만화의 연출 방식을 많이 배울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대중성과 이야기 흡입력의 효과성을 놓고 볼 때, 감정 이입이 잘 되는 우리 만화 연출이 뛰어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 신세대 작가들은 이미 우리와 일본 만화의 연출을 자신들의 서사적인 스토리에 접목하고 있다. 우리도 독자적 연출을 살리면서 유럽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학들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은?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만화 작가가 있다. 그 분은 크로키 북을 항상 갖고 다닌다. 손을 크로키 북에서 떼는 적이 없다. 몇 백권을 그렸다. 만화 연출은 그렇게 생활화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생활화된 노력의 첫 발자국을 내딛는데 작지만 명확한 길라잡이가 되고자 할 뿐이다. 그 다음은 각자의 열정적인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 꾸준히~~~!
좋은 만화 연출이 나오려면? 물은 고여야 흐른다. 고이면 길을 내고, 비껴가고, 넘쳐가기도 하고, 구비구비 흘러가기도 하고, 폭포가 되어 뛰어내리기도 하고… 만화를 연출하는 것도 그렇게 찾아가는 것이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도 만화 연출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안 보인다.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어느 한순간, 연출에 대한 눈을 떠야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찾아가는 자세가 만화 연출을 배우는 자세이고, 그러한 과정 속에 피어나는 것이 좋은 만화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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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안수철 교수의 등을 바라보며… 고개가 숙여졌다. 남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제 갈길 바쁜 와중에 ‘만화 연출’이라는 불모지를 개척한 뚝심은 저 굽은 등에서 나온 것인가? 인터뷰 내내 정곡을 찌르는 답변은 웃는 낯과 패인 주름에 실려 전해왔다. 인터뷰를 위해 이 책을 다 읽고서 정말 나도 만화 연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자, 안수철 교수는 환하게 웃으며 반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만화 연출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투정이었다. 하지만 정석을 깨우치면 잊어야 한다는 말 처럼 안수철 교수의 책은 읽혀지고, 익혀진 뒤에는 잊혀져야할 책이다. 그래서 이책은 자기 한 몸 희생해서 후대를 위하는 향기로운 밑거름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하는 만화계에 있는 여러분들의 말을 옮김으로서 책과 안수철 교수의 노력을 느껴보고자 한다.
그동안 만화창작자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만화연출 입문서가 없어 너무 안타까웠는데, 비로소 이런 책이 나와 너무 다행이다. (이두호/만화가)
이 역작 속에는 “만화연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제목처럼 만화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김형배/만화가)
이 책의 저자는 눈이 3개다. 만화시나리오 작가의 눈과 만화연출가의 눈 그리고 만화비평가로서의 눈이다. 그 눈들이 불을 켜고 우리의 만화작품들을 섬세하게 비추고 있다. (김동화/만화가)
이처럼 수많은 작품들을 예로 들어 조목조목 따지고 해부하면서 만화연출법을 제시한 책은 아직 없다. 나도 만화시나리오 작가지만, 이 책의 구체적인 설명을 보며 콘티와 연출방법을 다시 배운다. (최덕희/만화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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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명호 현 게임 기획 및 콘텐츠 제작/컬럼리스트로 활동 중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각색/기사 제작 Oriental Image(계간지) 기사 제작 외 다수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