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을에서 점심을 다같이 먹는다는 방송을 이장님께서 하셨다.
이유인즉슨 새로 집을 짓게될 3가구가 마을에 돈을 드려서 함께 식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녀회장님께서 왜 취재하러 오지 않냐고 말씀하셔서 (우리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아이들은 카메라와 녹음기를 챙겨서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도톨샘은 공손하게 예의바르게 할 것을 교육하셨다.
신발은 예쁘게 가지런히 벗어놓기, 어른들께 공손하게 인사하기, 밥을 먹을 때는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기 따위를 말씀하셨다.
산골은 취재 목적과 내용, 질문에 대해 서로 역할분담을 하게 하고 내려보냈다.
2시간 뒤에 아이들은 올라왔다. 어떻게 했는지 물어봤다. 아이들은 말한다.
"육게장을 맛있게 잘 먹었어요. 버섯장 아주머니께서 우리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밥 많이 먹으라고 하시자 우진이가 저 아세요?라고 물었는데 아주머니가 모르겠다고 하시니 "일을 많이 하셔서 치매에 걸리셨나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인터뷰하고 있을 때 전이장님 사모님께서 옆에 오시자 선율이는 "아주머니는 필요없으니까 저리 가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긴급회의를 했다. 어른들께 말을 함부로 한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결정은 무릎을 꿇고 어른들께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말을 가려서 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선생님들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책임을 지고 사과말씀 드리러 아이들과 같이 같다.
지호는 "우리는 말 함부로 하지도 않았으니까 안가도 되잖아요"해서 너희도 말을 함부로 할 때가 있으니 함께 가서 배워야 한다고 하고 다같이 갔다.
버섯장에 가서 우진이가 무릎을 꿇고 "아까 말을 함부로 해서 죄송해요"라고 말씀드리자, 버섯장 아저씨는 "그렇게 따지면 동순엄마가 잘못한 거예요. 애들이 저번에도 인터뷰한 적 있는데 모른다고 했으니까요."라고 말씀하셨다.
버섯장 아주머니는 "아이구, 애들이 그럴수도 있지, 뭐~ 애들이니까 그렇지. 마음에 담아 두지도 않았어요. 이러면 내가 미안하지~"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들도 아이들 지도를 잘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우진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다정하게 받아주시고 괜찮다고 하니 얼굴이 좀 편해보였다.
다음엔 마을회관으로 갔다.
전이장님 사모님과 김동신 아저씨, 소현이 할머니, 부녀회장님, 김동신 아저씨 사모님이 계셨다.
선율이가 무릎을 꿇고 "아까 말을 함부로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어른들은 모두 웃으시며 괜찮다고 하신다. 그리곤 떡과 참외와 음료수와 잡채와 샐러드를 먹으라고 내놓으셨다.
김동신 아저씨께서는 "생님들, 여기 좀 앉아보세요. 술 하실줄 아세요?"
하신다. "녜, 조금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업하러 올라가야 해요" 라고 말씀드리니 아주머니한테 맥주 한 병만 가져오라고 하시더니 도톨샘과 산골에게 한 잔씩 따라주신다. 그러곤 이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들 수고하시는데 아이들 잘 키워서 우리 마을에서 이 아이들이 학교를 다녔다는 걸 자랑스러워하게 좀 키워주세요. 학교가 우리 마을에 있어서 참 고마워요."하신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시고 말씀하신다.
"참 예뻐요, 애들이. 많이 먹어라.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혀~"
아이들은 할아버지 말씀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듣고 있다.
산골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도톨샘은 "아이들이 잘못하면 언제든 혼내주시고 지도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어른들은 "괜히 그랬다가 엄마들한테 욕먹어요. 요즘 엄마들은 자기 자식 귀한줄만 알지. 혼내면 기죽인다고 해~"하신다.
도톨샘은 "저희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선생님들이시라고 생각헤요. 아이들이 모르고 하는 것이니 언제든 알려주시고 혼내실 일이면 혼내주세요"라고 말씀드리자 웃으시며 어른들은 애들이 다 착하다고 하시며 오히려 칭찬을 해주신다.
아이들이 계속 무릎을 꿇고 앉아 있자 편히 앉아서 먹으라고 하신다.
아이들은 어른들께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고 맛있게 먹었다.
마을회관을 나오려 할 때 선율이는 한번 더 " 아줌마, 아까 말 함부로 해서 한번 더 죄송해요"하고 말한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괜찮아, 난 생각도 안했네." 하신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뭔가 가슴 한 쪽이 훈훈했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갈 때와는 다르게 나도 그렇고 모두들 표정이 밝다.
학교 올라오는 길에 사과하고 오니까 어떤 생각이 드냐고 선율과 우진에게 물어봤다.
선율이는 "이제 마음이 편해요" 한다. 우진이는 "기분이 상쾌해요"한다.
오늘 일에서 뭘 배웠어? 라고 물으니
선율이는 " 말을 잘 해야 겠어요."라고 한다. 우진이는 " 생각하며 말해야 겠어요" 한다.
지호는 "말을 잘 해야 겠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어요"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른과 다르게 표현은 그런식으로 했지만 어떤 나쁜 감정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아줌마와 인터뷰하고 있으니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한다는 것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우진이는 아줌마를 잘 알고 있는데 아줌마가 자신을 모르니 " 왜 제가 저번에도 인터뷰갔잖아요"한다는 것이 그렇게 말했을 거다. 표현방식에서 세련되지 못하고 서투르다 보니 그랬을거다. 그런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런 사과하는 경험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은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실수하며 배우고 자란다. 나도 어릴적 말을 잘못해서 어른께 큰 꾸지람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말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일을 통해 아이들과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그리고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어서 훈훈하고 좋았다.
전 이장님 사모님께서는 우리가 마을회관에서 나올 때 "신문1호 꼼꼼히 잘 봤다. 오늘 취재한 거 잘 써서 신문 잘 만들어줘~"하신다.
아, 우리 신문을 이렇게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구나. 열심히 아이들과 신문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하며 마을회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