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한 연극대본 - 강아지 똥
나오는 사람 : 흰둥이, 똥, 참새, 흙덩이, 농부, 민들레, 해설
해설 :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 쪽에 을 눴어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똥도 작아요. 참새 한 마리가 똥을 보더니 콕콕 쪼면서 말했어요.
참새 : 똥, 똥. 에그, 더러워......
똥 : 뭐야 내가 똥이라고?
해설 :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소달구지 바퀴에서 뒹 굴고 있던 흙덩이가 힐끔 쳐다보고 웃었어요.
똥 : 뭐 땜에 웃니, 넌?
흙덩이 : 똥을 똥이라 하지 않고 뭐라 부르니?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해설 : 강아지똥은 그만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어요.
흙덩이 : 강아지똥아, 내가 잘못했어. 사실은 너보다 내가 더 더러울지 몰라.
나는 저어쪽 산비탈 밭에서 곡식을 가꾸고 채소도 키웠지. 그런데 나는 아주 나쁜 짓을 했어. 비가 안와서 고추를 죽게 했거든.
똥 : 어머나, 가여워라.
흙덩이 : 난 이제 끝장이야.
해설 : 그때 소달구지가 오더니 갑자기 멈췄어요.
농부 : 아니, 이건 우리 밭 흙이잖아. 어제 싣고 오다가 떨어트린 모양이군.
도로 밭에 갸져가야지
해설 : 농부아저씨는 흙덩이를 소중하게 주워 담았어요. 혼자 남게 된
강아지똥은 슬프게 울었어요.
똥: 난 더러운 똥이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거야. 흑흑흑.
해설 :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똥 : 너는 뭐니?
해설 : 강아지똥이 민들레 싹에게 물었어요.
민들레 :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똥 : 내가 거름이 되다니?
민들레 : 네 몸뚱이가 고스란히 녹아서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똥 :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해설 :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