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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성동구치소에서 온 조익진님(양심적 병역 거부 구속)의 편지14-0402

작성자구속노동자후원회|작성시간14.05.01|조회수114 목록 댓글 0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이광렬 동지께

 

이광열 동지 반갑습니다. 조익진입니다. 입감 직전에 연락드려 실례가 컸는데도 이것저것 잘 설명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글머리를 터봅니다.

오늘로 감옥 생활이 벌써 열엿새입니다. 수많은 수감자들을 지원해 오셨을 동지께서는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휙휙 지나가는 시간의 빠르기에 살이 떨릴 지경입니다.

사실 가능하면 수감 직후 편지를 드리려고 했는데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구금시설 내의 시스템이 수용자 본위는 아니라서 이제사 우표를 받아 편지를 부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부칠 수가 없으니 감옥 안에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얘기는 거의 없었지만 사실 근 이주 간의 제 수감 생활은 스펙타클의 연속이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감옥 내의 인권 실태가 많이 나아졌다는 소문이 무색하게도 입소 과정부터 권리 침해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서 죄짓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당당하게 교정 당국을 대하려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문 날인이나 채취를 하지 않고 서명과 신분증 제시로 대체했고 항문검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불법 물품을 소지한 것도 아닌데 수치심을 유발하는 검사에 응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입소 절차 담당 계장은 기동순찰팀 2인과 교도관 1인을 동원해 강제력을 행사해 항문검사를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졌습니다. 이들은 강제로 저를 검사실로 끌고 갔고 수형복 상의와 하의, 팬티를 벗긴 뒤 팔을 꺽고 두 발을 밟고 무릎을 주저앉힌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때 저는 여러 교도관 앞에 계속 중요 부위가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형집행법조차 “강제력의 행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거나 “수용자의 신체를 검사하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고통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유의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 비춰봐도 이날 당국의 행동은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결과적으로 불법 소지 물품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강제력 행사 직전과 과정에서 제가 소장 면담을 요구했음에도 “야간에는 내가 소장이다”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묵살한 것도 간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인권위에 면전진정을 신청한 뒤 진정 내용을 서면으로도 준비하는 중이고 법무부 청원이나 국가 배상 청구 또한 검토 중인 상황입니다. 이미 2011년 인권위 결정례에 따르면 신체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방법상의 문제로 모욕감과 수치심을 심어줬을 시 인권침해로 규정된 바 있습니다.

사실 인권침해 사례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현재 독거 수용동에 수용 중인데 정기 검방 과정에서 제 방을 조사하던 기동순찰팀이 일기장과 기타 집필노트를 읽어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자살방지’를 위해 독거 수용동의 거실은 일기장 등까지 모두 조사해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자살방지’라는 명목으로 인권 침해가 정당화 될 수도 없지만 진정으로 자살을 줄이려면 열악한 거실 환경을 개선하고 인권을 더 보장해야지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독거 수용동의 경우 주취자들이 자주 들어오는데 “긴장을 팍 심어줘야 사고를 안 친다”는 이유로 큰 소리와 반말, 욕설을 교도관이 쏟아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수용자들의 ‘자살방지’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부터 개선해야 할진대 일기장까지 뒤벼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지만 마음은 언제나 감옥 안팎에 계신 여러 동지들과 함께입니다. 4월 10일에 분류심사 결과가 나오면-거부했습니다-4월 말이나 5월 초쯤 이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감되기 전이건 이감된 후건 투지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내려 합니다. 서신 모시고 조언해주실 부분이나 도움주실 자료가 있으면 답장을 부탁드리면서 글을 끝맺겠습니다. 감옥 안에 있는 처지이다 보니 정보의 부족에 따른 답답함과 갈증이 정말 큰 것이 사실이네요. 건강하시구요.

2014년 4월 2일(수)

감사함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성동구치소에서 익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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