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감옥을 바꾸자

(기자회견문) 수형자 선거권 박탈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 (공동)

작성자이광열|작성시간14.01.28|조회수100 목록 댓글 1

<기자회견문>

 

수형자 선거권 박탈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또한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 박탈에 대해서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지만 2015년 말 시한으로 해당 조항의 개정을 명하면서 그 때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우리 단체들은 그동안 참정권으로부터 배제되어 국민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던 수형자 등에게도 선거권이 있음을 확인한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지만 선거의 장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징역형 선고를 받고 판결이 확정되어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수형자와 가석방자, 집행유예자에게 선거는 그들만의 축제에 불과했다. 헌법이 정한 보통선거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이 이들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형자 선거권 제한의 입법목적으로 흔히 범죄 예방과 준법의식의 함양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선거권 박탈이 범죄예방에 기여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수형자를 재사회화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을 지는 것과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응분의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하여 주권행사의 핵심인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 당연히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의 청구인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지에 맞서 평화적 생존권을 옹호하기 위해, 벼랑 끝에 내몰린 철거민을 태워 죽인 국가 폭력을 폭로하기 위해, 4대강 사업에 묻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차별 받는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형사처벌을 기꺼이 감수한 이들이다. 국가가 이들로부터 선거권을 빼앗은 것은 국가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봉쇄하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조치였을 따름이다.

 

빈민, 흑인,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으로 일구어 진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재산, 성별,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이다. 수형자를 비롯하여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수형자나 집행유예자, 가석방자도 형벌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자유박탈 이외에는 이른바 일반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단지 징역형의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를 부정당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오히려 선거권 박탈은 수형자 등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오늘날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라 할지라도 선거권을 함부로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은 국제인권의 기준으로 정립되어 있다. 2005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영국의 국민대표법에 대해 유럽인권협약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캐나다 최고재판소도 1992년 모든 수감자에 대해 선거권을 박탈하는 법규정을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징역 2년 이상의 수감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한 개정 법률에 대해서도 2002년 거듭 위헌 결정을 내놨다. 그럼에도 헌재는 2004년과 2009년 거듭 합헌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오늘 헌재의 위헌 결정은 수형자에게도 선거권을 보장하는 전 세계적 추세에 이제야 발맞췄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

 

집행유예자의 선거권 박탈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것이다.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64일 지방선거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헌재가 집행유예자와 달리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에 대해 단순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으로써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위헌적 상태를 즉시 제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집행유예자와 달리 수형자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헌재가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에 대해서는 국회의 입법재량을 인정하면서 범죄의 유형과 형기 등을 고려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범죄의 대가로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구시대의 발상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때 국회가 모든 국민이 선거에 자유롭게 참여하여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를 요구한다.

 

2014128

 

구속노동자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인권교육센터 ’,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일로나 | 작성시간 14.01.29 설 전에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