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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대한 향수를 부르는 추리소설 <13.67>

작성자숲속|작성시간24.06.22|조회수22 목록 댓글 0

오랜만에 독서의 기록. 

 

 

내가 어렸을 때 홍콩은 무협과 영화와 낭만의 도시였다.

그 시대 많은 우리들은 헐리우드 키드였지만 동시에 홍콩 느와르 키드였다. 주윤발과 장국영, 주성치와 유덕화....임청하와 왕조현, 장만옥, 이어서 왕가위에 이르기까지 홍콩에는 우리들의 낭만이 한껏 묻어있었다. 

여성잡지 일을 하며 만난 20-30대의 홍콩은 동경과 욕망의 도시였다. 사모님들과 전문직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명품 쇼핑을 다니던 곳. 그시절 홍콩에서 물 건너온 유행 아이템들은 앞서가는 패션 트렌드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가 되어주었다. 멋집과 맛집, 유흥과 소비와 식도락의 도시....

 

그렇게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던 문화 도시는 중국 반환 이후 모진 시간들을 겪는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되었지만 초기에는 연착륙을 위해 급작스런 변화는 없었고, 중국의 경제발전과 동시 성장하며 국제 금융 허브로서 여전히 화려한 성장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경제와 달리 정치적으로는 점차 중국 정부의 간섭이 심화되었고 아무리 중국 정부라 하더라도 백 년 동안 자본주의의 첨단을 걸어온 홍콩을 본토처럼 공산당 강령을 도입하거나 강압 통치하진 못할 거라는 낙관론이 무색하게 시민들의 자유는 점점 축소되어 갔다. 

자유가 박탈되고 강압 통치, 이에 절망한 시민들의 시위와 폭력 진압..결국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2020년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언론을 통해 엿본 홍콩 사회는 무섭고 두렵다. 

 

가끔 그 시절 홍콩이 그립고, 홍콩 여행을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우리나라에서 엄혹한 시절을 겪었던 나로서는 마음이 가지 않고 발길이 향하지 않는다. 이런 참에 홍콩을 배경으로 한 사회파 소설을 읽으니 새삼스럽게 홍콩에 대한 추억이 올라와서 더 몰입했던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연초에 이 소설을 읽고 찬호께이 라는 작가에 흥미를 느껴 <망내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염소가 웃는 순간> 까지  그의 책들을 주루룩 읽었다. 역시 소설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읽는 것이고, 시대를 읽는 것이며, 시공간 속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그 시절 홍콩의 골목골목을 다시 한 번 걷고 싶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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