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부터 28일까지 3박4일 동안 대만 책문화탐방을 다녀왔습니다.
대만국가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 2곳(대만국립도서관 / 베이터우도서관),
그리고 24시 영업하는 청핀서점(둔남점)을 포함, 3곳의 청핀서점 지점들과 국립대만대학 근처의 서점거리,
독립서점과 그림책전문서점들을 돌아봤는데요.
오늘은 그가운데 대만국가도서관을 소개해볼게요.
대만국가도서관은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 같은 곳입니다.
대만 정신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대만의 모든 학술 출판 연구자료와 책들을 수집, 보관하고
모든 공공 도서관의 독서활동과 연구개발업무를 지원하며 독서문화증진활동을 펼치는 곳이지요.
1933년 중국 난징에 세워진 국립도서관을 그 최초 연혁으로 잡고 있으며
1949년 타이페이로 옮겨와 타이완 도서관의 중심역할을 하다가
1986년, "중정기념당"이 있는 타이페이시 한복판, 지금 자리에 멋진 건축물을 지어 새로 개관했습니다.
수월성과 전문성, 디지털화, 국제화, 다양성, 동반협력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고요.
모든 대만 공공도서관들의 대표로서 대만 국민들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독서문화 증진,
해외 도서관들과 연계협력, 도서관 서비스의 표준화, 각 도서관들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서비스 시스템 연구,
중국학과 중국문화를 수집, 보관, 홍보하는 연구활동 강화, 학교와 도서관에서의 독서활동 증진과 지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만국가도서관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위치입니다.
타이페이 시내 한복판 "중정기념당"과 마주 서있는데요...이곳은 중화민국 초대 총통인 장개석을 기념하는 곳입니다.
도서관에서 내다보면 중정기념당의 웅장한 건물과 공원이 눈에 들어오고요,
대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장개석과 대만인들의 정신이랄 수 있는 국립도서관을 함께 놓은 것이
제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네요....사람이라면 누구든 자기 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이 두 건물이 마주하는 길가에 서서 저는 중국, 그러나 중국과는 또 다른 대만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대만 국가도서관은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과 국제교류를 맺고 있어서, 미리 사전 견학을 신청하고 갔고
해외업무담당관, 국제협력관, 이용자서비스 관리책임자 등이 나와서 우리 일행을 환대하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안타까웠던 건, 여러 경로를 통해 대만정치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을 통역으로 소개받았는데
통역이 엉망이었다는 점. 한국어도 안되고, 중국어도 부족한 어린 대학생을 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네요.
대만의 전체 공공도서관 수는 2016년 현재 692개, 사서 수는 2,000명이라고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도 전국에 50개가 있다고 합니다.
대만국가도서관의 장서 수는 490만 권(2016년 2월 통계)
대만 전체 인구가 2천3백만 명 가량인데 그중 1천8백만 명이 공공도서관 대출 경험을 가진 유경험자라고 하니
대략 전체 국민의 80%가 도서관을 이용해본 적이 있는 셈입니다.
대만의 공공도서관이 가장 주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과제라면
"0세-99세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독서인구가 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 수를 늘려나가고, 2년마다 도서관 서비스 평가정책을 통해 우수 도서관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네요...
특히, 요즘 중점을 두는 과제는 베트남이나 태국, 미얀마 등 아시아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다문화 서비스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매일 책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며, 이를 위해 이민자로 구성된 자원활동가 조직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전체 공공도서관의 장서 중 80%는 중국어, 즉 자국어 장서이며 17% 정도가 영어 자료, 나머지 3%가 기타언어라고 합니다.
기타 언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일본어 자료입니다...
대만 여행을 통틀어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대만의 '일본 프렌들리'(친일본)입니다.
대만 어디에도 '한국'이란 나라는 존재감이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한국과 대만의 외교현실이라는 점을 크게 느끼고 돌아왔네요.
똑같이 외교는 단절했고, 심지어 일본은 대만을 식민지배까지 했는데도 대만에서 일본은 살아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 반한 감정에 들끓었던 대만을 기억하며...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한국과 일본, 한국과 대만, 대만과 일본은 각각 어느 자리에 서있는 건가 하는.....
대만에선 매년 공공도서관들의 도서대출 현황에 대한 통계를 내고 있는데요...
대만인들이 가장 많이 대출하는 책은 1위가 중국의 옛 위인이나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다음으로 추리소설 대출 빈도가 높고요...어린이 청소년 분야에서는 한국만화가 인기라고 합니다.
왜 일본만화가 아니고 한국 만화...? 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더니
바로 그것은 그토록 유명한 한국의 학습만화들이었습니다...와이 시리즈, 살아남기 시리즈 같은 책들입니다.
국가도서관에서 우리 일행 모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개인 연구실' 시스템입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의 칸막이방들이 모두 개인 스터디룸입니다.
국가도서관은 16세 이상만 출입 가능한 게 특징인데요...이 스터디룸은 대만사람 누구나 원하면 빌릴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최장 두 달이라고 합니다.
대개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논문을 써야 하는 연구자들과 학위준비생들, 작가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자격제한이 있는 건 아니어서 일반인도 신청하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입을 모아 이런 시스템 너무나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독서실 구조의 열람실은 없애는 게 맞지만, 특정 주제를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이 이런 개인 연구실을 제공하는 건 좋은 일 같습니다.
특히 국립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처럼 방대한 연구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특정 주제의 논문을 쓸 때
매일 드나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을 준다면 얼마나 도움될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때로 우리 모두에게 글감옥은 필요하다....이런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미리 견학 신청을 한 도서관 방문의 장점은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이라면, 조용히 천천히 도서관 곳곳을 거닐며 나름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어렵다는 점.
한 시간 동안 앉아 어설픈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훌쩍 가버리고
지상 7층의 건물을 한바퀴 돌아보긴 하였으나 "희귀본 자료실" 등을 들어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국립도서관이 어때야 하는지, 국가도서관의 품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도서관은 대만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짓고 난 후, 건축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과거와 현대가 잘 조화된 안정적인 느낌에, 장중하고 중후한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돌아와서 우리 국립중앙도서관을 생각합니다.
일단...심리적으로 그곳은 우리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서초동으로 이전한 이후, 지금은 교통도 좋아졌지만, 우리 젊은 시절, 국립중앙도서관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리 있었습니다. 외곽에 홀로 내팽겨쳐진 듯한 느낌...
프리랜서로 글을 쓰면서 자료가 필요할 때마다 찾았던 곳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도서관이었습니다.
그곳은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 등 정기간행물을 보관하고 있어서 잡지 르포기사 등을 쓸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학원 공부할 때도 이곳을 자주 이용했는데 이곳이 모든 학위논문을 보관하고 있어서 논문자료 찾는데는 으뜸이었던 까닭입니다.
이래저래 언제나 강북에서 살고, 주로 사대문 안에서 일을 하던 내게
강남에 멀찍이 떨어져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참 먼 곳이었습니다.
작은도서관 일을 하면서, 국립중앙도서관에 작은도서관 진흥팀이 만들어지면서 그곳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기념품을 팔던 1층 숍(지금은 서점으로 바뀌었지요)과 1층 열람실은 오가는 길에 잠깐씩 들렀고요.
그외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내가 가본 곳은 사무실과 회의실, 회의실, 또 회의실....
지난해엔 국립중앙도서관 안에 지역서점이 들어섰는데...아직 가보지 않아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국립중앙도서관 안에 동네서점이 들어가는게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런던에서, 로마에서...국립중앙도서관에 갔을 때 감탄했던 곳 중의 하나는 바로 1층에 있는 서점입니다.
서점의 매대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귀하고 고급한 책들로 가득했습니다.
역사적 의의가 있고 예술성 강한 책들의 전시는, 골목 서점 아닌, 국립도서관 안의 서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값진 책들로
가득했고...국립도서관 전시에 발맞춘 상징적 기념품도 많이 팔고 있었지요.
우리 국립중앙도서관 안에 있는 서점은 어떤 책과 상품들로 서가를 채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엔 문학자료실을 새로 개편했다 하니
올해는 기필코 맘 먹고 내 나라 국립중앙도서관 견학에 나서볼 작정입니다.